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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라 쓰고 ‘소통’이라 읽는다!
‘강의’라 쓰고 ‘소통’이라 읽는다!
  • 정윤길
  • 승인 2022.04.1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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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 ①_정윤길 동국대 교수·다르마칼리지

2020년 3월만 해도 대학은 팬데믹을 ‘개강 연기’로만 대응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전면 비대면 수업 체제로 바뀌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수업 환경 변화에 교수와 학생은 모두 당황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서 혁신적인 교수법을 연구하는 등 학생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교수신문>이 기획한 ‘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를 찾아서’는 팬데믹 시대의 교육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교수들을 발굴하고, 대학별 우수강의교수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대학교육 혁신 사례, 교수와 학생 사이의 소통 노하우, 다양한 혁신교수법 등을 공유한다.

정윤길 동국대 교수는 매 학기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학생들에게 종강편지를 보낸다. 학생들도 답장으로 감사편지(사진 왼쪽)를 보낸다. 사진은 정 교수의 ‘문화와 예술 명작 세미나’ 수업 모습이다. 사진=정윤길
정윤길 동국대 교수는 매 학기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학생들에게 종강편지를 보낸다. 학생들도 답장으로 감사편지(사진 왼쪽)를 보낸다. 사진은 정 교수의 ‘문화와 예술 명작 세미나’ 수업 모습이다. 사진=정윤길

2년 동안 비대면 온라인 형태로만 진행되었던 수업이 이번 학기 들어 대면 강의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오랜만에 강의실에서 학생들 얼굴을 마주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의실 컴퓨터를 켜고 확진 등의 사정으로 대면 강의에 참여하지 못해 온라인에서 대기하고 있는 학생들과 영상으로 만나야 했다.

이번 학기에는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2022년 봄의 캠퍼스는 이렇듯 익숙함과 낯섦의 풍경이 아직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대학교육의 변화는 아직 약간의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교육, MZ세대, 4차 산업혁명 등 환경적 변화에 함께 하면서도 교육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강의 개발과 비대면 시대에 맞는 교육매체 활용과 같은 새롭게 요구되는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 교수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필자만의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수업은 ‘소통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교수의 역할은 교육, 연구, 행정, 그리고 기타활동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교육과 연구가 중추적인 틀이다. 연구가 연구자 자신과의 소통이라면 교육은 학생들과의 소통이 전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교수들은 연구를 좋아해서 이 길을 선택하게 되며 연구자로서의 삶에 의미를 두게 둔다. 그러다 보니 가르치는 교수도 좋지만 연구하는 교수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두 가지가 별개의 것이거나 어느 것이 우선일 수 없다. 수업과 관련해서는 연구보다는 가르치는 교수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연구자로서 교수의 바람이나 욕심은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흐르게 되고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열심히 나만의 연구와 수업에 몰두해있었기에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그들이 열심히 하지 않은 탓’으로 생각했다. 강의평가에 학생들이 남겨준 글을 보다가 ‘수업은 누가 만족스러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겼다. 결론은 교수자의 만족이 학생의 만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만족이 교수자 만족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추상적이지만 수업은 교수자의 입장이나 지식 정도가 아닌 학생들의 입장과 수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교수처럼 연구자의 삶을 살려는 것이 아니다. 수업은 학생을 이끌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언어를 통해 나의 지식을 전달하고 강의 내용이 학생들의 현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경험하게 하는 실용적, 보편적 그리고 소통의 수업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학부 수준의 기본 지식은 이제 보편적 지식이 되었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교수는 지식 전달자보다는 가이드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문학 전공자로서 텍스트에 대한 학문적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큼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텍스트 속 상황이나 인물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들어주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많은 질문과 다양한 방식을 준비한다. 필자의 선생님께서 얘기해주신 “좋은 수업이 되려면 수업 시간 3배의 준비를 해야 한다”라는 법칙이 여기에 사용된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몇 해 전부터 종강 이후에 학생들에게 종강편지를 보내왔다. 종강편지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고 교수로서, 인생 선배로서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와 수업 시간에 받은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종강편지를 쓰게 된 계기 역시 학생들 때문이다. 학기를 마치면 몇몇 학생들이 감사인사와 함께 수업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편지로 전해주곤 했다. 한 번은 학기 중 자신을 힘들게 했던 개인적 사정이 담긴 편지를 연구실 앞에 두고 간 학생도 있었다. 그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기에 무턱대고 그 수업 전체 학생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냥 선생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반응들이 돌아왔다. 많은 친구들이 잔소리로 가득 찬 편지에 담긴 마음을 읽어 준 것이다. 교수자로서 겪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때부터 종강편지는 X세대인 필자와 MZ세대인 학생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메신저가 된 것 같다.

 

정윤길 동국대 교수·다르마칼리지

동국대에서 영문학(현대 영미 드라마)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교육부 학생자살예방정책연구소 부소장이다. 부조리문학, 성장문학과 나의 자화상, 문화와 예술 명작 세미나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3년 연속 강의우수교원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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