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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학술담론·논쟁을 이끌다
‘과학지식’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학술담론·논쟁을 이끌다
  • 김재호
  • 승인 2022.04.1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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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30년과 함께 한 논쟁

신진연구자부터 원로교수까지 논쟁에 활발히 참여
시대담론 이끌고 반론·재반론으로 논쟁 지평 넓혀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은 <교수신문>은 그동안 김환석·오세정 교수의 과학기술과 사회 구성 논쟁(1998), ‘도올 김용옥과 동양담론’ 관련 철학논쟁(2001), ‘대한제국과 고종’을 둘러싼 역사논쟁(2004), 임지현 교수의 대중독재론 관련 논쟁(2005), 김윤식(1936∼2018) 문학평론가’ 논쟁(2005), 포스트모더니즘 논쟁(2018), ‘윤지선 박사 논문’과 학술지 리뷰 논쟁(2021)까지 우리 사회 주요한 학술논쟁을 이끌어왔다. 학술논쟁에는 여러 교수들이 참여했으나 여기에선 주요 필자들과 주장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과학지식에서 시민 참여 중요한가

우선 김환석·오세정 교수의 과학기술과 사회 구성 논쟁을 살펴보자. 김환석 국민대 교수(사회학과)는 <교수신문> 130호(1999년 3월 9일자)에 과학기술의 참여민주주의를 강조한 글을 기고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이지만 근대사회의 맥락 안에서 구성된 게 과학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과)는 <교수신문> 135호(1999년 5월 18일자)에 “과학에는 자연이라는 냉엄한 심판자가 있다”라고 반론을 펼쳤다. 과학이 객관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됐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김 교수는 재반론을 통해 자연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과학지식은 과학사회 안에서 구성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과학기술에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함을 수긍하나 과학의 본질은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도올 김용옥과 동양담론 관련 철학 논쟁은 <교수신문>203호(2001년 6월 1일자)에 김진석 인하대 교수(철학과)의 「동양담론의 공허함」이 발단이 됐다. 그 당시 도올 김용옥의 공자·노자강의가 방송을 타면서 동양학 붐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동서라는 규정은 추상적이라고 비판하며 유가에서 명분을 바로 세우라는 정명론은 신분에 따라 권력에 대중을 예속시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가 역시 지배논리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군산대 교수(철학과)는 김 교수의 지적을 서구 패권주의적인 관점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동양개념의 허구성 주장에 대해선 “하나의 문화적 정체로서 동아시아의 실체를 부인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라고 밝혔다.

 

고종은 근대화를 이끌 수 있었을까

‘대한제국과 고종’을 둘러싼 역사논쟁은 이태진 서울대 교수(국사학과)와 김재호 전남대 교수(경제학과)가 진행했다. 이 교수의 『고종시대의 재조명』(태학사, 2000)에 대해 김 교수가 <교수신문> 2004년 7월 14일자에 비판적 서평을 게재하면서 촉발됐다. 논쟁은 고종이 계몽 절대군주로서 자주적 근대국가의 건설자였는지, 대한제국의 근대화 정책이 일제 침략으로 좌초된 것인지가 주를 이뤘다. 이 교수는 고종이 근대적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고 본 반면, 김 교수는 고종이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두 교수의 논쟁은 대한제국이 근대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는 ‘내재적 발전론’과 일제에 의해서 근대화를 이뤘다고 보는 ‘식민지 근대화론’과도 겹쳐진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과)는 <교수신문>에서 진행한 고종시대 논쟁 특별좌담(2004년 12월 13일)에 참여해 대한제국 근대화 성과에 찬성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신민들을 국민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이데올로기적 기초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제국의 국제(國制) 국민규정이 없습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역사학전공, 현 서강대 국제인문학부 사학전공 교수)의 대중독재론 관련 논쟁은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과)의 <교수신문> 제349호(2005년 3월 28일자) 「‘기억의 정치’ 결여... 대중은 무엇을 박탈당했는가」가 시발점이었다. 임 교수는 박정희의 개발독재가 권력이 대중을 획득한 ‘대중독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대중독재’ 개념은 박정희 개발독재의 불안정성과 균열적 동학을 포착하기엔 너무 옅고 추상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교수는 과거청산에 대해 정치적 감각이 결여돼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과거청산에 대해 파시즘의 역사적 청산과 극복 문제는 인적, 법적, 정치적 청산 이상의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 교수의 탈민족담론, 즉 민족주의의 공범 관계를 해체시키고 국사의 신화를 넘자는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오늘날 시민적 진보는 세계시민주의 입장에 서지만 그 경계를 무정부주의적으로 해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윤식에게는 왜 비평이 부재할까

‘김윤식(1936∼2018) 문학평론가’ 논쟁은 강원대 강사였던 최강민 문학평론가(현 우석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양진오 대구대 교수(국어국문학과)가 비판(<교수신문>제358~363호, 2005년 5월~7월)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최강민 교수는 김윤식의 비평에서 해석과 감상은 있지만 가치평가를 생략하고 일부 비평은 주례사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김윤식이 근대를 가치중립적으로 간주한다며, 이광수, 염상섭 등을 주요하게 다룸으로써 실제 비평에선 부르주아적 근대를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승환 충북대 교수(국어교육과)가 반론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김윤식이 근대를 통해 당대를 읽는 방향을 유지했다며, 김윤식 비평은 감상-해석-가치평가-문학사로 이어지는 선형적 구조가 아니고 이 단계들이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독립텍스트라고 밝혔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은 이한구 경희대 석좌교수(철학과)가 <교수신문> 905호(2018년 1월 2일자)에 「인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 이라는 원로칼럼을 기재하며 시작됐다. 이 교수는 “포스트 모더니즘에 인문학이 매몰돼 있는 한, 인문학이 인류에게 닥친 문제해결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할 것”이라며 “인문학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넘어서서, 열린 자세로 다시 객관적 사실과 보편적 진리를 논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대현 이화여대 명예교수(철학과)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일상언어」(<교수신문> 906호, 2018년 1월22일)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을 옹호했다. 정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오히려 일상언어의 다원적, 개방적, 과정적 운동으로 일상언어의 실재론으로 정착해 있다고 반론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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