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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중국 학생들의 작은 저항
지하경제, 중국 학생들의 작은 저항
  • 조대호
  • 승인 2022.04.13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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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은 지금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2020년 1월경 코로나가 점차 북경까지 상경한다는 소식에 1월 말 학교에서는 전 인원을 대상으로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연일 보도되는 자극적인 뉴스들은 중국인들을 불안하게 했다. 외출 범위가 교내에 한정되다가 불과 며칠 후 기숙사 건물 내로 제한되었고 이미 교내 식당은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열지 않았으며 학교 측에서는 최대한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택배 접수를 제한했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질 않자 나는 허겁지겁 학교와 학과에 보고를 하고 한국으로 떠났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곧 있을 개학에 베이징의 학교들은 학생들이 북경으로 돌아오는 것을 불허하고 화상 수업으로 전면 대체하였다.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화상 수업에 낯설어했고 조작도 미숙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다들 적응했다. 다만 이전과 같은 현장수업에서의 역동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밖에도 매일같이 반장에게 현재 내 위치와 체온 보고를 해야 했다. 반장과 함께 GPS를 켜고 실시간으로 동시 접속해 있어야 그날 하루 보고가 인정되었다. 보고가 계속 늦춰지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에서는 정학 혹은 퇴학 심의가 가능하며 모든 책임은 학생에게 있다고 고지했기 때문에 번거롭다고 할지라도 학교 측의 요구에 따라야 했다. 이렇게 화상으로 시작된 학기는 금방 지나갔고 9월이 되자 중국으로 들어갔다.

3주간 격리 끝에 돌아간 학교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 가시적인 변화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은 변화들은 도처에 있었다. 우선 학교 출입은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고 안면인식기를 통해 비로소 진입이 가능했다. 물론 코로나 이전부터 설치 중이었지만 당시 가용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대학 내 거주민의 주거지와 학교 사이에는 높은 펜스를 설치해 공간을 분리하고 접촉을 차단했다. 건물 출입문 내부에는 체온 측정기가 설치돼 발열을 검사했고 강의실은 현장·화상 강의가 모두 가능하도록 설비가 돼 있었다. 엘리베이터 층수 칸 옆에는 휴지가 갖춰져 손을 통한 불필요한 접촉을 줄여나갔고 식당에는 모두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칸막이 벽면에 붙여진 마스크 고리는 꽤 인상 깊게 느껴졌었다. 

그 밖에도 새로운 진풍경은 창살을 넘어 사랑을 나누는 현장이었다. 중국 학교의 방역 정책은 대단히 엄격해 해당 도시나 학교 주변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학교는 회의를 연 뒤 모든 학생의 학교 출입을 통제한다. 실습생과 기타 특수 사항을 제외하고 어떠한 이유를 제시해도 교문 밖으로 절대 나갈 수가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커플들은 교문 근처 창살 한 칸에 한 커플씩 서서 포옹을 했다. 

코로나 이후에는 교내 지하경제(?)도 발달했다. 걸핏하면 통제하는 학교 정책에 일부 학생들은 거주민에게 2,000위안(약 31만 원)을 주고 학교 출입처 시스템에 자신들의 얼굴 등록을 청탁했다. 시스템에 학생 얼굴을 등록해 자유롭게 학교를 출입하기 위함이었다. 코로나 확산 이후 학교는 거주민, 교사, 직원들을 제외하고 학생들만 학교 출입을 통제했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학생들은 이를 시정해 달라고 학교에 요청하기도 했으나 학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가 이와 같은 지하경제(?)의 출현이었다. 학교 측의 이유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매일 같이 체온을 보고하고 외출 시 2주간 돌아다닌 궤적과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앱의 화면을 캡처해 학과에 제출해야 했다. 그리고 가능한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교외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진입이 불가능하게 했고 이로 인해 외부음식도 배달 칸막이에 놓여 직접 찾아가야 했다. 칸막이가 없었을 때는 아무 데나 널브러진 음식들을 찾아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안타까웠다.

가장 먼저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받은 중국은, 또 가장 먼저 안정을 찾아 아무렇지 않은 듯 이전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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