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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시냅스와 자아』(조지프 루드 지음| 강봉균 옮김| 소소 刊| 630쪽| 2005)
화제의 책:『시냅스와 자아』(조지프 루드 지음| 강봉균 옮김| 소소 刊| 630쪽| 2005)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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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나인가’라는 인간의 질문은 매우 오래된 것이다. 종교나 철학뿐 아니라 심리학, 신경과학자들도 끈질기게 고민해왔다. 예전에는 뇌 발달이 본성인가, 양육인가라는 두 잣대에 의한 논쟁이 활발했지만, 이제 그런 이분법적 논쟁 단계는 지났다.

그러면서 특히 신경과학계에서는 ‘자아’의 문제를 ‘뇌의 작동원리’를 밝히는 것에 초점을 두었고, 이는 ‘마음’이나 ‘정신’의 문제로 이끌어지면서 ‘의식’이라는 현상에 초점이 두어져 분석됐다. 즉 의식을 만드는 인지과정을 이해하면 마음(정신)의 비밀이 다 풀릴 것처럼 여겼던 것이다.

진화심리학과 뇌과학 최전방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남기고 있는 조지프 루드는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에 대해 강력히 반발한다. ‘마음’에는 마치 인지과정만 있는 듯이 설명되고 있는데, 거기엔 인지 뿐 아니라 감정, 동기(의욕)가 어우러져 있으며, 이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이용해야만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정신현상을 설명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루드는 자아에 대한 궁극적 해답을 제공하기 위해 ‘시냅스’라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 뇌에는 약 1천억 개의 뉴런(신경세포)들이 있다. 이들은 복잡하게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데, ‘시냅스’란 뉴런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마이크론(1미터의 1백만분의 1) 크기의 매우 작은 구조(틈)를 말한다. 하나의 뉴런이 활성화되면, 전기적 충격이 뉴런의 신경섬유를 타고 내려와 최종적으로 그 말단에서 화학물질인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한다.

이 전달물질은 시냅스 사이 공간을 건너, 전달되는 뉴런에 있는 수상돌기에 결합해 시냅스 작동이 이뤄진다. 본질적으로 뇌가 하는 일은 이런 시냅스 전달과정에 의해 완수된다.

저자는 이런 시냅스전달의 중요성을 감안해 ‘시냅스가 곧 나다’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런 명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자아란 신경현상이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윤리적이며 영적인 것이다’라고 반박할 이가 많을 것이다. 물론 저자는 이런 반론을 염두에 두고 그러한 오해까지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시냅스를 강조한다고 해서 다른 인자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가령 한 세포가 스스로 발화하는 것은 그 세포가 갖고 있는 특정한 전기적·화학적 특성들에 의해 규정된다. 이를 내인적 특성이라 하는데, 시냅스전달이나 조절 등에 의해 매개되는 다른 세포로부터의 외인성 영향들과는 구분된다. 즉 저자는 시냅스 자체로 모든 뇌의 활동을 설명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그것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 표현과 감정 하나하나에 핵심적으로 개입하므로 자아에 대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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