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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새로운 시작
그림의 새로운 시작
  • 최승우
  • 승인 2022.04.0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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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현·유진화 지음 | 희망읽기 | 204쪽

문명 전환의 디딤돌,
다성적-민중적 리얼리즘 미학의 새로운 시작

이 책은 디지털-메타버스 시대의 주변부로 밀려난 아날로그적인 그림이 자연생태계-사회생태계-인간생태계의 위기가 중첩되는 오늘의 문명 전환의 인지생태학적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시한다. 나아가 이제까지의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는 듯 〈그림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다. 미술만의 고유성을 탐구하느라 삶을 저버린 현대미술과 삶의 복잡성을 재현하느라 미술의 고유성을 간과해온 전통미술의 환원주의적인 이분법을 넘어서자는 과감한 선언이다. 이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해 책은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그림에 대한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현대미술은 사진과 구별되는 그림만의 고유성을 평면성/추상성이라는 협소한 프레임에서 찾았다. 그러나 책은 이런 전략이 실은 20세기 자본주의적 상품화/사물화의 전략과 짝패를 이루는 〈지각의 사물화〉 과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대신 도구-손-눈의 연결을 통해 그리는 행위 자체의 인지생태학적인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으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요구한다.

동굴벽화에서 현대미술까지 그림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세계-그림의 기호학적이고 지각 생태학적인 특성에 대한 미학적 해명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 몸과 뇌에 잠재된 다중지능 네트워크의 일부만을 역설계하고 있는 오늘의 인공지능 자본주의에 맞서 각자의 다중지능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면서 사회적 뇌를 매개로 다중지능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정치사회적인 전략이다.

이 책은 오늘의 이행기에 적합한 미학적-정치사회적 사례를 90년대 감성적 리얼리즘과 80년대 민중미술의 리얼리즘의 사례에서 찾는다. 그리고 양자를 새롭게 결합-발전시킬 방법으로 브레히트-벤야민적인 관점을 차용해 〈서사-화〉 또는 〈그림-이야기〉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분리되어 온 〈세계, 그림, 이야기, 민중의 새로운 만남〉을 촉진할 〈다성적-민중적 리얼리즘 미학〉을 문명 전환의 새로운 주체 형성을 위한 디딤돌로 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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