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10 (목)
읽기
읽기
  • 최승우
  • 승인 2022.04.05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지음 | 안준범 옮김 | 리시올 | 224쪽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은 전 세계 인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 중 하나로, 그의 작업은 한국에도 다수가 소개되어 ‘서발턴’과 ‘포스트식민 페미니즘’ 같은 개념을 확고히 새겨 넣었다. 그렇지만 이들 개념이 너무나 강한 그림자를 드리운 탓에 그가 언제나 읽기의 책임을 요청하는 문학 비평가이자 교사로 쓰고 활동해 왔다는 사실은 제대로 환기되지 못했다.

「읽기」는 스피박이 2012년 5월에 인도의 푸네 대학에서 진행한 나흘간의 강연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스피박은 읽기란 사회 정의를 향한 의지를 육성하는 행동이라는 자신의 오랜 지론을 다시 한번 역설한다. 그리고 그 정신에 입각해 프란츠 파농과 J. M. 쿳시, 엘리자베스 개스켈 등의 작품을, 그리고 자신의 과거 텍스트들을 읽는다.

「읽기」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읽는지, 그 자신은 어떻게 읽는지를 일흔에 접어든 스피박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책이다. 스피박의 문체는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강의 형식을 취한 이 책은 스피박에 대한 이해를 가다듬을 기회를 마련해 준다. 또 문학적 훈련을 통해 상상력을 사용하라고 권하는 이 대가의 어조는 읽기가 사소해지고 있는 오늘날 특별히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요컨대 「읽기」는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의 읽기들을 돌아보고 우리의 읽기를 위해 그의 읽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최상의 도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