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00 (토)
“나 때문에 과학지원 끊기지 않았으면 한다”
“나 때문에 과학지원 끊기지 않았으면 한다”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1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4일 황우석 교수는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특허지분을 먼저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먼저 50:50의 특허지분을 제안했다”라고 해명했다. 또, 난자를 제공한 연구원이 네이처 기자에게 서슴없이 말한 사실 자체가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시하지 않았다는 외신 기자의 지적에 대해,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것 자체를 몰랐고, 그 사실은 나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1964년 헬싱키 선언이 있다는 것을 요즘에 윤리적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된 근년에서야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과학자와 과학도들에 대해서 발전적 정책을 내놓는 시점에서 저의 미숙함 때문에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상실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많은 과학자와 과학도를 꿈꾸는 이들의 뜻이 꺾이지 않도록 해달라”라고 부탁했다.

이하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특허권 관련해 의혹이 일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의 세 가지 축은 난자공급, 체세포 핵이식, 줄기세포 배양 기술이다. 이중에 난자의 공급과 줄기세포로의 배양은 노성일 이사장 연구팀이 전담했다.
노 이사장 연구팀은 논문에 대해 우리 연구팀 못지않게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논문 공동 저자를 제의했을 때 노 이사장은 논문 저자가 제한돼야 한다는 판단 하에 이를 양보했고, 연구 소장이었던 윤연수 박사도 후진 학자를 위해 양보했다.
나는 당연히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어느 정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먼저 50:50을 제안했으나, 나중에 생각해보니 서울대가 국립기관이다보니 서울대 산학재단에서 이를 소유 관리해야할 것 같아 다시 40%로 줄일 것을 제의했다. 그래서 노 이사장이 40%의 특허 지분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 직을 사퇴하면 난치병 환자들의 실망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 직을 비롯한 학내·외 직함을 사퇴하는 문제는 지금부터 1시간 전에 혼자 결정한 것이다. 이 회견문도 이미 여러 차례 준비했었으나 1시간 전에 다시 만들었다.
국민 여러분이나 과학에 희망을 걸고 있는 과학 꿈나무에게 윤리적인 측면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충격을 드린 것을 생각하면 마지막 남은 연구직에서라도 빨리 사퇴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를 놓고 거듭 고민했다. 하지만 연구 현장까지도 모두 벗어날 경우 지금껏 성원을 베풀어줬던 국민 여러분에게 보답하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롤 모델로 기대를 걸었던 젊은 학도들에게도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마지막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이루지 못한 숙제를 더 해결하고 떠나는 것이 국민 여러분이나 젊은 과학 꿈나무에게 속죄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떠난 뒤에 동료 과학자들 중에서 훌륭한 리더십과 통찰력을 지닌 분께서 지휘봉을 받으실 것이다.

△이번 난자 채취 윤리 문제로 섀턴 피츠버그 의과대학 교수와 결별했는데 앞으로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섀턴 박사는 그동안 연구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잡아서 이끌어 줬다. 또 연구 결과를 과학적으로 잘 해석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으로 이끌어 주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의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불가피한 사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이란 언제나 어떤 일을 있을 때 그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우정을 되찾고 미래를 향한 발전적 협력을 할 수 있지 않나. 하지만 현재는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현재 피츠버그 의과대학에 나가 있는 한국인 과학자 3명은 능력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다. 물론 이 세 명을 내가 추천해서 보냈지만 한 명을 제외하고는 소속 자체가 피츠버그 의과대학이다. 앞으로의 거취는 피츠버그대와 협의해야 하고, 직접 지휘할 섀턴 박사와 상의하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밝힐 일은 없는가.
너무 황당한 루머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동안 괴롭고 외롭고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하지만 과학결과는 한 두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루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결고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들에 의해 객관적인 판단을 받는다.
하지만 연구책임자인 내가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챙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검토를 해본 결과 일부 미흡한 측면이 있어 바로 교정을 요청했다. 그 외에 현재까지 우리가 확인하고 재검토한 바로는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으로 세계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한국의 지도적 위치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현재의 위치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에 의해서 단시간에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몇 개의 연구팀들의 헌신적인 공동 참여가 밑바탕이 됐고, 매일 새벽 6시 5분에 연구의 핵심요원들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험실에 모여서 현미경와 모니터를 켜 놓으며 지혜를 모은 결과다.
아마 지금쯤 내가 이 일을 시작해서 똑같은 과정을 밟았더라면 이와 같은 오판이나 실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눈앞에 일과 성취 이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한 템포를 늦춰 가더라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소중한 진리를 성찰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오늘과 같은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가 어렵사리 개발한 이 기술은 다시 무의 상태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확립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렵사리 개발해 놓은 이 기술을 좀 더 발전적으로 승화시킨다면 언젠가는 대한민국이 이 분야에서 부끄럼 없이 지도자의 위치에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즈메디 병원으로부터 공급받은 난자에 매매 난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나.
아까 사전 준비된 글을 읽었지만, 솔직히 한두 개도 아닌 많은 난자를 공급 받음에 있어 이것이 어떤 경로로 올 수 있을까 하는 의아한 생각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해를 해야 될 영역이 있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자 채취 과정에 직접 관여할 수도 없고 그 프로세스에 자세히 참여할 수도 없다.
또 하나는 원래 이런 실험을 함에 있어 난자 채취 기관과 실험기관은 엄격하게 분리되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우리가 난자를 공급받을 때는 아무런 인포메이션이 없고 고유번호만 받는다. 그러니까 어느 분에서 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을 물어봐서도 안 된다.
노 이사장은 원리원칙주의자다. 그 분은 어떤 경우에도 의사는 의사로서의 직무 수행 중에 얻게 된 환자의 인포메이션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의식을 지니신 분이다. 그래서 이런 것을 물어보지도 못하거니와 물어보면 나한테 상당히 나무랐을 것이다.

△네이처에 사실을 말하지 않은 이유가 프라이버시 보호 때문이라고 했지만, 해당 연구원이 최초에 네이처 기자에게 서슴없이 사실을 얘기한 것 자체가 스스로 프라이버시 문제를 그렇게 중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프라이버시 때문에 당시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네이처에서 전화를 걸어왔을 때, 이 양반 자체가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가 난자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것 자체를 몰랐다. 사실 나도 몰랐다. 그리고 이 자리에 의대 교수도 많이 있지만 1964년 헬싱키 선언이 있다는 것을 요즘에 윤리적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된 근년에서야 알았다. 그런데 당시 기분으로는 일은 안 되고, 난자는 없고, 또 이런 연구가 난공불락이라고 인식됐던 것을 했을 때여서, 만약 내가 여성이라면 내 난자를 뽑아서 하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어쨌든 이와 같은 저간의 자세한 상황은 지금부터 한 열흘 전에 그 남편과 함께 저를 찾아온 당사자로부터 자세히 들었다. 그리고 기사가 난 후 다시 자꾸자꾸 꼬치꼬치 묻기에 자기는 이게 윤리적으로 잘못됐다는 생각도 없고 그래서 사실대로 답변했는데 큰 문제로 비화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다시 부인했다고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것도 남기고 가고 싶지 않다. 제가 모든 것을 인정하고 털고자 참회의 마음으로 섰기 때문에 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서 다른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다.

△향후 연구계획과 윤리 문제를 불식시킬 계획은 무엇인가.
전체적인 계획이나 그림은 추후 선정될 연구팀의 총괄 책임자가 그릴 것이다. 나는 그 분이 누가 될지 모르겠다. 나는 실험실에서 내가 맡은 영역에 좀 더 개발해야 될 몇 가지 숙제들을 해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서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따스한 성원의 마음과 바탕이 지금처럼 이렇게 굳은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이 불길이 식어지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 된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예산에 많은 정책적 배려를 하고 과학자와 미래의 과학도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발전적 정책을 마련하고 내놓는 시점에서 저의 이러한 미숙함과 옹졸함이 모처럼 찾아온 이 기회를 상실하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만약 나무람이 있다면 그 채찍과 돌팔매를 저 하나로 몰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헌신하고 계신 많은 과학자들과 미래 과학에 자기의 일생을 바쳐보겠다고 저처럼 열심히 꿈을 가꾸어 왔던 어린이들에게 그 뜻이 제발 꺾여지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과 정부와 언론인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을 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