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2-06 17:59 (화)
한국사 변곡점의 ‘권력 메커니즘’ 빅데이터로 분석하다
한국사 변곡점의 ‘권력 메커니즘’ 빅데이터로 분석하다
  • 김봉억
  • 승인 2022.04.05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융합연구의 미래 ⑦ 융합의 빅데이터 분석_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교수신문 공동기획

융합(Convergence)의 시대다. 장벽과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지식을 합쳐 새로운 유형의 지식을 창출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문사회가 뒷받침되지 않는 첨단 과학기술은 맹목적이고, 과학기술과 분리된 인문사회는 공허하다. 그렇다면 국내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융합연구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총 10회에 걸쳐 국내 융합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K-융합연구의 미래를 진단한다.

① 인문사회 과학기술 만나다
② 융합이 치유하다_사회문화 통합전염병
③ 융합이 만든 안식처_스마트쉘터
④ 융합이 쓰는 미래_新기후 시나리오
⑤ 융합이 만난 언어뿌리_문화+마이닝
⑥ 융합의 새로운 통찰_웰다잉
⑦ 융합의 빅데이터 분석_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⑧ 융합의 색다른 발상_환자 회복 패러다임
⑨ 융합의 연결고리_다문화 의사소통 앱
⑩ 인문사회가 묻고 융합이 답을 하다

역사에서 큰 변곡점을 가져온 시대적 요인은 다양하다. 국제적 정세는 물론 국내 정치권력의 변동, 사회적·문화적 변화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역사의 흐름을 빅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을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과학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면서 빅데이터로 역사를 새롭게 분석해보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 이상국 아주대 사학과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는 학제간융합연구팀이 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지원으로 ‘빅데이터 분석 기반 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방대한 분량의 역사적 사료(史料)에서 의미 있는 텍스트 추출과 분석에 주력했는데, 융합연구가 아니라면 시도조차 어려운 도전이었다. 

‘학연·혈연·지연’ 등 지배 엘리트 사회적 관계망 주목 

‘빅데이터 분석 기반 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연구과제는 한국 역사의 정치권력 구조를 대립적으로 분석한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권력 구조 속에 있는 협치의 가능성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대 한국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단서를 전통과 근대의 ‘맞물림’과 ‘장기지속’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해보기 위한 취지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역사적 전환 과정에서 지배 엘리트들의 정치적 선택을 견인한 혈연, 혼인, 학맥 등 사회관계망에 주목했다. 당시 지배 엘리트의 정치·사회적 성공은 물론 권력 유지와 권력 재생산, 권력 이동에 사회관계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해 지배 엘리트의 정치적 선택 패턴과 권력 계승의 메커니즘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 대상은 △제1기 고려에서 조선의 왕조 교체기 △제2기 중앙 엘리트에서 지방 엘리트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17~18세기 △제3기 일본에 의한 식민지 조선 지배기 등 역사적 전환이 이루어진 3개 시기로 정했다. 제1기는 권문세족과 신진사대부라는 정치 세력 간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이며, 제2기는 지역 엘리트 집단 주도로 각 지역에서 향약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엘리트 계층이 기존의 중앙권력 지향에서 벗어나 지방 권력층으로 성장하는 시기였다. 제3기는 한국 역사에서 지배 엘리트의 관계 네트워크가 가장 복잡하면서도 극명하게 구분되는 일제 강점기였다.  

연구팀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시기뿐 아니라 어느 시대든 사회관계망은 일면적이기보다 다면적이고, 단절적이기보다 연속적인 복잡계 네트워크의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다양한 학문 간 융합연구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4개 팀으로 구성해 연구를 진행했다.

역사학 전문가를 중심으로 방대한 역사 빅데이터 생산을 담당하는 역사팀, 고도화된 텍스트 마이닝 분석 방법을 통해 역사 빅데이터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언어·전산팀, 이를 정량적인 데이터로 바꿔 통계적인 검증과 분석을 바탕으로 예측 모델링을 실시해 역사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이터마이닝·통계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출된 자료의 의미를 직관적·통시적으로 보여주는 시각화팀이 역할 분담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사 빅데이터 분석하는 융합연구 모델 개발 

연구팀에는 아주대 이상국 교수를 비롯해 같은 대학의 김종식(사학과), 박만규(불문학과), 신현정(산업공학과), 이경원·이윤진(미디어학과), 예홍진(사이버보안학과), 한성대 권기중(역사문화콘텐츠학부), 고려대 송양섭(한국사학과), 청암대 최재성(재일코리안연구소), 강릉원주대 최상일(컴퓨터공학과), 카이스트 이원재(문화융합대학원)·오혜연(전산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역사학은 물론 언어학, 전산학, 통계학, 데이터마이닝, 시각화 등 다양한 학문과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하나로 힘을 합쳤다. 

실제 연구팀은 철저한 역할 분담과 상호 협력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역사학 연구자는 한국사 빅데이터의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제공하고, 언어학과 전산학 연구자는 연구팀에서 개발한 AHTA(Ajou History Text Analyzer)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데이터셋(HAVNet, Historical Archives Visualization Networks)으로 구축했다.

또한, 통계학과 데이터마이닝 연구자는 추출한 정보의 분석과 검증을 바탕으로 예측 모델링을 실시해 역사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시각과 연구자는 추출된 정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시각화 분석과 그 결과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시각화를 수행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상국 교수는 “2000년 이후 한국사 자료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사 빅데이터’라고 불릴 정도의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되었지만, 역사 데이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데이터 과학의 관점에서만 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라며 “역사 데이터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적인 연구자들 중심으로 디지털화된 한국사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융합연구 모델을 개발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건에서 역사적 인물과 그의 정치적 동지 및 적대적 세력을 시각화한 것이다. 출처 : Ha, HyoJi, Seongmin Mun, Gyeongcheol Choi, Eunbin Hong, Sangkuk Lee, Kyunwon Lee, 2019, "Visual Analysis on the Political Orientation of Historical Characters in the Joseon Dynasty: Focusing on Seo, Geojeong",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2-1)

새로운 연구방법으로 새 역사문화 콘텐츠 창출 

연구는 크게 2단계로 진행됐다. 2015년~2018년까지 수행된 1단계 연구에서는 연구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융합연구 방법론의 토대를 구축하고, 각 시기별로 팀별 선행연구와 팀 간 융합연구를 수행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단계 연구에서는 1단계 연구를 통해 구축된 ‘역사 빅데이터’에 1단계 연구에서 검증된 융합연구 방법론을 적용했다. 일례로 1단계에서 입력한 다양한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DB) 형식으로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권력 가문의 장기적인 관직 데이터를 각 시기별로 추출했다. 각 가문의 관직 데이터는 가문 구성원의 관직과 혈연 관계, 가문 간 혼인 관계, 학맥 관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방법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실제 연구팀은 역사학과 데이터마이닝의 융합연구를 통해 조선시대 학자인 서거정(1420~1488)과 동시대 역사적 인물들과의 정치적 입장 차이를 머신러닝 방법론을 활용해 추론할 수 있었다. 서거정과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의 정치적 입장을 보여주는 사료가 없는데도 혈연, 혼인, 지역 등 사회적 관계망을 바탕으로 서거정과 정치적 입장이 같은지, 다른지를 68% 신뢰 수준에서 추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방법론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역사적 인물의 정보를 확인 가능한 주변 인물의 정보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연구팀은 역사학에 데이터 기술을 융합하는 디지털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구팀에서 개발한 연구방법과 분석 결과가 단순히 논문이나 학술발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역사문화 콘텐츠 사업에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융합연구가 우리 사회와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융합연구를 통해 탄생한 디지털 역사학의 새로운 연구방법론이 새로운 역사문화 콘테츠를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공동기획팀 editor@kyosu.net
김미혜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장, 김봉억 교수신문 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