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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스승, 서양의 제자와 충돌하다
동양의 스승, 서양의 제자와 충돌하다
  • 유무수
  • 승인 2022.04.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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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켄 윌버의 통합불교』 켄 윌버 지음 | 김철수 옮김 | 김영사 | 224쪽

신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스승과 
다원 수준으로 의식 발달한 제자

동서양의 위대한 관조 전통은 직접적인 1인칭 ‘상태’ 경험에서 탁월한 발달을 성취했다. 그러나 진 겝서의 ‘마법→신화→합리→다원→통합’으로 진행되는 발달단계, 콜 버그의 ‘전인습(자아중심)→인습(민족중심)→탈인습(세계중심)’으로 진행되는 도덕성 발달, 그리고 피아제와 매슬로 같은 근대 발달학자들이 밝혀낸 단계들은 오랜 기간 많은 집단의 심적 패턴을 연구한 후에 결론을 도출해야 발견되는 3인칭 ‘구조’이며 1인칭 명상으로 알 수 없다. 이러한 발견은 모두 100여 년 이내에 이루어진 것이다.

 

‘구조’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던 동양의 스승들은 서양의 제자들과 불편한 충돌을 일으키곤 했다. 1960∼1970년대 서구에서 불교의 물결을 일으킨 동양 스승은 제자들이 자유분방하고 해이하다고 여겼고, 제자들은 스승이 권위적이며 가부장적이라고 여겼다. ‘상태’ 경험에서 깨침이 있을지라도 ‘구조’의 차원에서 발달이 신화 수준에 머무를 수 있으며, 신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스승과 다원의 수준으로 의식이 발달한 제자는 끊임없이 서로를 오해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켄 윌버의 분석이다. 

“억압된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방어기제(그림자 요소)에 대한 이해” 또한 근대 서양의 발견물이다. 그림자 요소를 올바로 분화시키고 통합하지 못하면 그런 요소들과 동일시되거나 매몰될 것이고, 그런 요소들에 대한 탐닉·중독을 만들어낼 것이다. 켄 윌버의 경험에 의하면 명상은 그림자 문제를 치유할 수 없으며, 상태 스승으로서는 훌륭하지만 구조에 있어서는 그림자에 시달리고 있는 신경증 환자로서의 명상 스승들도 있다.

“불교는 현대 과학과 보조를 맞춰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낡고 진부한 상태로 머물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켄 윌버가 인용한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 이 책의 핵심 논제는 불교를 비롯하여 여러 종교는 고유한 영적 전통의 핵심 가르침을 유지하면서 최신의 진화생물학과 발달심리학 등의 문화적 성과를 수렴함으로써 의미있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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