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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스모그』 편집주간 김균 고려대 교수(경제학)
[저자 인터뷰]『스모그』 편집주간 김균 고려대 교수(경제학)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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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7 14:31:39

‘스모그(smog)’는 공해에 찌든 서울상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근대/근대/탈근대 등 서로 다른 시간대가 모순적으로 병존하는 우리의 현실에도 있고, 도무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남북관계에도 그것은 존재한다. 고려대 교수들이 모여 지난달 창간한 반년간지 ‘스모그’는 시계제로의 한국사회를 긴 호흡으로 조망하려는 담론지이다. 이 잡지에는 김균 교수(경제학)를 비롯해, 김병국(정치학), 박길성(사회학), 염재호(행정학), 임혁백(정치학), 이남호(국문학), 장하성(경영학), 김승현(신문방송학), 안덕선(의학), 박노형(법학) 교수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편집주간인 김균 교수는 “일간지 수준의 ‘얇은 담론’이 지식인 사회를 이끄는 풍토”를 극복하기 위해 이 잡지를 창간했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우리사회는 ‘잡종사회’다.

“근대적 민주주의의 외관아래 봉건적 붕당정치 논리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고, 박제화된 민족주의와 세계화 이데올로기가 기묘하게 뒤엉켜 있으며, 박정희 시대의 발전모델이 신자유주의적 시장지상주의와 공존하면서 국적불명의 문화상품주의가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잡종의 한국사회, 그 모순과 복합성

잡지를 만들어보자고 처음 제안한 사람은 김병국 교수였지만, 이들의 ‘팀웍’은 이미 10여년 이상의 탄탄한 ‘구력’을 자랑한다. 한 직장의 동료로 가깝게 지내기도 했지만, 세미나, 학진프로젝트 등을 함께 하면서 결속력이 더욱 다져진 것. 편집위원 전원이 1백만원의 ‘창간자금’을 갹출했고,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그렇다고 이들이 의견이 일치된다거나 하나의 ‘색깔’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편집위원들은 전공도 다르고 정치적 견해도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너무 얇다는 점입니다. 보다 긴 호흡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숨이 깊은 이야기가 있어도 그냥 가라앉고 마는 게 요즘 현실이죠. 당면 현안들에만 매달리지 말고 심해에 흐르는 변화를 포착하는 시도가 절실합니다.”이 잡지의 편집원칙도 편집진의 다양성만큼이나 개방적이다. ‘글의 품질’만 보장된다면, 어떤 이념이나 ‘입장’도 허용된다. 그러나 거쳐야할 관문은 만만치 않다. 편집위원이 참가하는 세미나에서 공개발표와 토론을 거쳐 원고를 수정한 뒤에야 게재할 수 있다. 편집위원인 이남호 교수의 말을 빌자면, 품격없는 논의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품격은 이 잡지가 내세우는 바, 분석의 깊이와 폭넓은 조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곧, “스모그가 가득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자기 점검과 확신의 영토를 작으나마 분명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게 편집진의 생각이며, 동시에 ‘색깔’이기도 한 것.

다양성 견지하는 품격 높은 담론

창간호의 특집은 이 잡지의 현실인식과 한국사회의 미래전망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 첫 번째 주제인 ‘비동시성의 동시성’은 이들의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기획으로, 권혁범, 정태인, 서병훈, 전상인 등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다른 주제인 ‘시민운동’은 이들이 한국사회에 거는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필자들의 자기 소개. “신춘문예 평론당선”의 이력을 더듬거나 “轉科이유를 묻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새벽 4시면 일어나기 때문에 “수면부족으로 고통받는다”는 필자들의 솔직한 자기고백은 가외의 읽을거리다.

김 교수는 “학자가 외부의 활동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부에만 매몰되는 것도 문제”라며 “현실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지식인들의 정당한 부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비록 이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거나 독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걸음’에 불과할지라도 이런 에움길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재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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