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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공백 '신흥유럽'
학문적 공백 '신흥유럽'
  • 알리나 쉬만스카
  • 승인 2022.03.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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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우크라이나 출신 국제정치학 연구자 '알리나 쉬만스카'
알리나 쉬만스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박사수료)

2014년 이래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의 주요 전장이 되면서 나의 학문적 관심사는 사이버 안보 및 우주 안보 같은 신흥안보 문제가 됐다.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방식은 20세기와 판이하게 달라졌으며 대표적인 게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러시아는 2007년 에스토니아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반에스토니아 프로파간다를 벌이고 에스토니아 주요 기반시설에 대대적 공격을 감행했다. 최초의 사이버전이었다. 이러한 사이버 공격은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 때에도 동반됐으며, 우크라이나 역시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외교협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다. 사이버 작전 등 신흥 기술은 21세기 전쟁 수행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현재 나의 연구 분야는 에스토니아, 핀란드,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와 러시아 사이 네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각국의 외교적인 대응이다. 한국에서 본 주제를 연구하게 된 동기는 아버지 추천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비교적 덜 연구된 네 국가들의 경험이 한국 외교에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국제정치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학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며 군사학, 경제학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전반적인 공부 분위기 또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학계와 언론에 대해 몇 가지 안타까운 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의 학계, 또 이들 전문가의 주장을 인용·보도하는 언론들이 러시아 연구자들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는 한반도 주요 4강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한국의 대외전략에 매우 중요한 국가임이 틀림없다. 또한, 한국에서 러시아 연구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와 같은 구소련 국가들 혹은 폴란드나 핀란드처럼 러시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국가들의 대외전략을 연구할 때는 과도한 러시아 중심성이 오히려 정확한 정세 판단을 방해하는 때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특히 최근에 벌어진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있어 러시아를 연구하는 한국 국제정치학자들은 러시아의 침공 등의 행위를 무조건 강대국으로서 러시아의 특성으로 치부하고 정당화하는 논리를 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태를 정확히 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에 관한 연구에 있어 러시아 연구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나머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의 지명까지 ‘키예프’ 등 러시아식 발음으로 표기했던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 국제정치학계에 한 가지 더 안타까운 부분은 바로 일부 지역에 대한 전문가 부족이다. 이 문제는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과도 연결된다. 즉, 한국에 미⸳중⸳일⸳러 중심의 연구자는 많지만, 중남미, 중동, 발칸은 물론이고 중동부 및 북유럽 국가, 캅카스 지역의 상황과 대외전략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지역연구 편제는 한국학, 중국학, 일본학, 유럽-미국학과 유라시아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유럽을 전공하는 교수님들은 일반적으로 프랑스나 독일 유학파 출신이면서 서유럽에 해당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소련 붕괴 이후에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해방된 중동부 유럽과 동유럽 지역에 이르는 신흥 유럽(New Europe)은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유라시아학에서 다루는 지역이 보통 구소련 국가를 의미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즉 러시아와 1991년 러시아의 주도로 창설된 독립국가연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소련의 영향을 받았지만, 현재 NATO의 회원국인 비셰그라드 국가(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와 폴란드)와 발트국가(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은 한국의 국제정치학계에서 ‘학문적인 공백’에 빠져 유럽학의 전문가는커녕 유라시아학의 전문가들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NATO의 유럽 내 세력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이들 국가들의 경험은 미⸳중⸳일⸳러 사이에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한국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국제정치의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도록 연구자의 열린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알리나 쉬만스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박사수료)

한국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국제정치학 연구자이며 사이버 안보와 우주 안보 등을 국제정치학의 패러다임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NATO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중견국의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다자 프로세스, 러시아 우주 전략과 21세기의 미국⸳러시아의 우주 경쟁, 우크라이나의 비핵화 과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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