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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계명대의 名物, 25년 넘게 장수하는 ‘목요철학세미나’ 이야기
화제: 계명대의 名物, 25년 넘게 장수하는 ‘목요철학세미나’ 이야기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11.1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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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만나요…“쉬우면서도 깊이있게” 고민

지방에서 매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25년이 넘게 심도깊은 철학강좌가 이뤄져왔다. 계명대 목요철학세미나(이하 목철)가 주인공. 지금껏 강연자로 박이문, 윤사순, 장회익, 김형효, 김지하, 하버마스, 아펠, 지젝 등이 거쳐갔다.

목철은 1970년 최준성, 신동식, 장재덕 세 교수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마다 개최했던 ‘철학교양강좌’를 모체로 한다. 중간에 맥이 끊긴 이 강좌를 1980년 10월 8일 김영진, 백승균, 변규용, 임수무, 하기락 등 다섯 명의 계명대 철학과 교수가 공동발의해 살려냈다. 변규용 교수의 ‘아가페와 자비’라는 주제 강연을 시작으로 25년간 이어 왔다. 지난 17일 열린 김용일 교수의 ‘실존철학과 기독교’는 4백54회째로 방학을 제외하면 빠짐없이 열린 셈이다.

목철의 모토는 ‘철학의 대중화’다. 따라서 모든 강연은 공개적으로 진행하며, 강연내용은 깊이를 보장하면서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것이 원칙이다. 강연 시간은 총 2시간으로 1시간 강연, 질의 및 토론도 한시간이다. 연사들은 세미나 일정보다 여유있게 강연문을 보내는데, 원고는 계명대 철학과 홈페이지(http://philosophy.kmu.ac.kr)에 미리 공개된다. 대부분 1인 강연으로 진행되지만, 4백회 기념이나, 철학과개설 50년 기념 때에는 한 주제로 여러 학자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목철의 책임자인 권대중 교수는 “타 전공의 교수, 인근 대학의 학자와 시민들도 참석하고, 오랜 단골도 적지않다”라며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점을 강조한다.

명성높은 학자부터 스님이나 신부, 예술가, 자연과학자 등 다양하게 연사를 섭외하는데, 섭외 기준은 “본교 철학과 교수와 타 지역의 검증된 학자나 전문인, 학계의 원로”다.

한 학기 일정에 대해 권 교수는 “총장을 포함한 다양한 전공자 7명의 교수들이 회의를 한다”라고 말한다. 현재의 교수진은 이진우 총장을 비롯해, 임수무 교수(도가철학), 안세권 교수(영미분석철학), 김용일 교수(실존주의), 홍권식 교수(주자학), 유원기 교수(서양고대철학), 권대중 교수(서양근세철학) 등으로, 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철학접근을 가질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매주 세미나를 연다는 것은 그만큼의 재정적 뒷받침도 이뤄져야할텐데, “학과예산과 학교의 보조, 해외석학강연회의 경우 외부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추진하기도 한다”라고 전한다.

기억에 남을 만한 강연은 철학자 슬로터다이크가 연사로 나섰던 강연. ‘응축불가능성: 장소의 재발견’이라는 주제였는데, 현대인이 경험하는 공간압축 현상, 맹목적 시간숭배, 이런 시공간의 세계화에 맞선 지역적인 것의 옹호방식 등이 관심을 끌었다. 이밖에도 최영진 성균관대 교수의 ‘유교와 페미니즘’ 그리고 김문환 서울대 교수의 ‘통일 문화를 향하여’ 인기가 있었다.

목철도 근래 걱정이 생겼다. 권 교수는 “과거에는 청중이 2백여명이 넘었는데, 요즘은 참여도가 많이 떨어진다”라며 “비슷한 주제의 많은 강좌가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주제가 어려울 때 이해하려는 청중의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전한다. 2003년 지역방송에서 강연을 방영하다가 중도에 그친 것도 이유를 알 만하다.

권 교수는 “삶에서 양이 아닌 질을 생각한다면 목철이야말로 소중한 행사다”라며, “목철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지적체험의 장이므로 주저없이 찾아와 철학함의 의미를 만끽하라”고 전한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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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신 2005-11-21 09:30:46
계명대 83학번 출신입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목요철학세미나를 즐겨 들었습니다.예비화가로서 자기 생각을 구축하려 문학, 철학 등을 걸신처럼 기웃거리며 앎에 목말라하던 시절 목요철학세미나는 풍요로운 사유의 공간이었습니다. 거의 매주 청강한 것만으로 일주일은 속이 든든했을 정도니까요. 졸업을 하고도 종종 학교 이야길 할 때는 이 목요철학세미나를 학교의 명물로 자랑하곤 합니다. 그때 알았던 철학과 교수님들과 초청 연사로 나오셨던 교수님들의 동향을 지금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분들의 책들도 간간이 챙겨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낯설었던 철학 개념들이 조금은 익숙하여, 읽고 즐기는데. 그리고 사는 문제까지 덤으로 생각하는 데 알게모르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목요철학세나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니(소식은 들었습니다만),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루탄 가득한 80년대였지만 그래도 학창시절이 배부른 것은 목요철학세미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앞으로도 젊은 장수 세미나로 영생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