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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이 서로 돕는다는 것
학문이 서로 돕는다는 것
  • 최승우
  • 승인 2022.03.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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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억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357쪽

지식의 전문화ㆍ분업화로 인해 초래된 ‘학문 간 장벽’의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대응해 종종 회자되곤 하는 ‘융합(convergence)’이란 개념 속에는 분과 학문 체제가 가진 탐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학문론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실제 학문 현장에서 그 실천이 과연 순조로운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에드문트 후설(E. Husserl)의 ‘현상학(Phenomenology)’과 루트비히 베르탈란피(L. v. Bertalanfy)의 ‘일반체계이론(General System Theory)’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제 간 협력’의 조건들을 구체화해본 시도다. 후설의 현상학은 인문학(철학) 영역에, 베르탈란피의 일반체계이론은 자연과학(생물학) 영역에 터를 두고서 환원주의에 의거하지 않은 채 각각 ‘보편’을 지향한 메타이론이었다.

저자는 학문론의 차원에서 두 이론의 주요 개념과 맥락들을 면밀히 비교ㆍ분석한 뒤, 후설과 베르탈란피가 개별 탐구 영역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론들 상호 간의 ‘구조적 동형성’을 드러내는 시도들을 이어왔다고 말한다. 또한 이렇게 서로 다르되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론 체계들 간의 상응관계를 해명하는 작업이 바로 학제 간 협력이라는 화두를 풀어가는 첫 번째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 지성의 발전을 염두에 둔 이들에게 ‘학문이 서로 돕는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어줄,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스물다섯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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