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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IT 강국 인도, 3억명 비대면 교육의 경험
[글로컬 오디세이] IT 강국 인도, 3억명 비대면 교육의 경험
  • 신진영
  • 승인 2022.03.24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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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신진영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인도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2년만에 교육기관들이 정상 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 왼쪽은 지난달 17일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환영의 뜻으로 아이들에게 빈디(이마에 점을 찍는 종교 의식)를 하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아마다바드의 학생들이 지난달 24일 오랜만에 대면 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는 모습이다. 사진=AP연합뉴스(왼쪽), 로이터연합뉴스(오른쪽)
인도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2년만에 교육기관들이 정상 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 왼쪽은 지난달 17일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환영의 뜻으로 아이들에게 빈디(이마에 점을 찍는 종교 의식)를 하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아마다바드의 학생들이 지난달 24일 오랜만에 대면 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는 모습이다. 사진=AP연합뉴스(왼쪽), 로이터연합뉴스(오른쪽)

인도에서는 2020년 1월 30일에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고, 3월 25일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 그 후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의 봉쇄 조치가 있었다. 그로 인한 전면 봉쇄로 초·중·고, 대학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기관에서는 등교가 금지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인도 교육계는 팬데믹 시대에 응전한 성과를 긍정적 결과로 바꾸기 위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 교육계의 팬데믹 대응

올해 초까지 정상 등교가 재개되기 전까지 인도 초·중·고교생 2억5천만 명, 대학생 포함 약 3억2천만 명의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이례적인 환경에서 학습해야 했다. 인도 정부는 대면 수업이 어려워지자 팬데믹에 대응하는 교육 캠페인으로 ‘자기 주도(Aatmanirbhar, self-reliant)’를 강조했다.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인적자원개발부를 주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 방송, 라디오를 통해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학년별로 인터넷을 통해 보급할 수 있는 8만여 개의 콘텐츠가 만들어져 18개 언어로 보급되었고, MOOC도 더욱 활발하게 제작·보급됐다. 초·중·고 대상으로 과목별 32개 방송 채널을 통해 온라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했고, TV나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지역, 화상 기기가 없는 가정의 학생들을 고려해 라디오를 통해서도 교육 콘텐츠를 제공했다. 정규과정 이외에도 언어교육 콘텐츠와 도서 교환이 원활하지 않은 팬데믹 상황을 고려한 오디오북이 활발하게 개발되었다. 대학에서는 Zoom 등의 화상수업이 진행되었다.

 

사립학교의 어려움…학습의 디지털화

인도 정부와 교육계의 전방위적 대처에도 팬데믹 2년을 거치며 인도 교육계에 남은 상흔은 가볍지 않았다. 코로나19로 각종 진학 시험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학생들은 진학에 차질이 생겼다. 또한 교육기관도 타격을 입었는데, 이는 국공립보다 사립학교들에 더욱 심각했다. 인도 정부는 봉쇄 조치를 하는 동안 가계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수업료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사립 교육기관의 재정은 학생들의 수업료 의존도가 높다. 사립교육기관에서 수업료를 받지 못하면서, 이들 학교는 교사와 교직원 임금을 지불할 수 없게 되자 고용 불안정이 심각해졌다. 일부 학교들은 재정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생겨났다. 또한 학교 급식에 의존 비중이 높은 가난한 학생들은 급식이 끊기면서, 영양 섭취와 건강 문제도 심각해졌다. 온라인 학습기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의 교육 불평등 문제도 남아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팬데믹에 대응하면서 인도 교육계는 학습의 디지털화를 앞당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려와 달리 비대면 교육에 대한 만족한 다양한 사례도 발표되었다. 또한 팬데믹 기간에 만들어진 교육 정책에 디지털 교육 분야가 핵심 교육 전략으로 채택되기도 하는 등 교육계에 새로운 장을 열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비대면 수업, 단절 해결의 열쇠

올 2월부터 걱정과 우려, 그리고 기대 속에서 인도 학교들은 다시 등교를 시작했지만, 지난 2년간 디지털 중심의 비대면 교육은 이전에 없던 과제와 도전을 교육계에 던지고 있다. 현재 인도 학생들은 코로나 감염에 대한 염려 속에서 수업하고 있지만, 비대면 학습을 통해 경험한 자기 주도의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가 향상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대학의 경우 비대면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는데, 이는 장거리의 이동 없이도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했고, 자신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인도의 유명 대학에서는 대면․비대면 커리큘럼이나 과정 개설을 고려 중이다. 즉, 인도 교육계는 팬데믹 시대에 응전이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며, 이것이 포스트 팬데믹의 과제가 될 것이다.

단기간 내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교육의 특성 때문에 여전히 지난 2년간의 비대면 교육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교육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팬데믹 기간에도 3억 명이 넘는 학생들을 비대면으로 교육하며 교육 단절 없이 지속했다는 면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팬데믹을 지나며 제기된 도전요소를 극복하고, 이 기간에 터득한 긍정적 경험을 기회로 활용한다면, IT 강국 인도는 미래 교육 분야에서도 선도국가로 남을 것이다.

 

신진영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인도 네루대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외대 인도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인도와 남아시아 지역의 사회변동 전반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출간했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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