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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화/과학』109호 ‘기후 생태 커먼즈’ 특집호 발간
계간 『문화/과학』109호 ‘기후 생태 커먼즈’ 특집호 발간
  • 김재호
  • 승인 2022.03.16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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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회 | 339쪽

오늘날 ‘재난자본주의’ 아래 벌어지고 있는 생태위기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성찰, 그리고 실천이 요구된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생태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는 자본주의 현실만이 크게 목도된다. 체제의 전환과 생태 대안에 대한 실질적인 구상이 절실하다. 이에 대응해 『문화/과학』 2022년 신년 봄호(109호)는 ‘기후 생태 커먼즈’를 특집 주제로 다뤘다. 

 

이번 호를 통해 무엇보다 기후온난화 과정에서 다치고 누락되는 생명 약자와 ‘생태 난민’의 안녕과 번영을 아래로부터 도모하려는 자율의 조직적인 실천운동을 주목하고 있다. ‘기후 생태 커먼즈’는 이의 적절한 개념어로 채택되었다. 즉 국가와 기업이 구사하는 ‘녹색 위장술’에 크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생태 약자들 그들 자신이 ‘기후정의’에 입각해 일종의 커머닝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자율 실천의 흐름을 지칭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기후정의’는 기후위기를 둘러싼 모순의 실체와 핵심이 결국 자본주의체제의 자연과 종 수탈에서 배태된 ‘부정의’와 근원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의 체제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는 현 기후 대응의 고착 상황을 영영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후 생태 커먼즈는 이 같은 기후정의의 생태인권적인 관점을 실현하고, 현재의 지구 공동의 위기 상황에 대한 생태 약자 주도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즉 109호 ‘기후 생태 커먼즈’ 특집은 국내외 기후위기 대응의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기후정의’에 입각한 생태 실천적인 문제의식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후 약자 스스로의 자율적 생태 실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 

<109호 특집: ‘기후 생태 커먼즈’>는, 이제까지 『문화/과학』이 중요하게 다뤄왔던 생태학적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6편의 특집 원고를 싣고 있다.

이광석의 글은 동시대 지구 위기를 특징적으로 읽어내려는 상황 인식들, 즉 ‘인류세’ ‘자본세’ ‘툴루세’로 대별되는 지구 생태주의의 입장차를 확인하고, 이들이 지닌 입장이 기후 실천과 연결되는 지점과 이의 통합 가능성을 타진한다. 

권범철은 세계를 돌보는 ‘우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살핀다. 특히 그는 노동을 거부/문제화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서로를 돌보는 커먼즈가 필요하며 이는 다시 세계를 돌보는 ‘우리’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현우의 글은 탈성장의 관점에서 여러 환경운동 조류들을 연결하여 대항 담론을 키워가자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대항 헤게모니의 연합정치를 구상하는 낸시 프레이저의 관점을 받아들여, 탈성장, 환경정의, 그린뉴딜을 가로지르는 ‘횡단환경적 동맹’ 구축을 제안한다.

김상민은 영화 〈돈 룩 업〉을 경유하여, 다가오는 기후위기의 문제를 직접 그 자체로 다루기보다는, 지금의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사유와 실천을 가로막는 것들, 즉 부인주의, 약탈적 자본주의, 기술만능주의, 그리고 염세주의를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채효정은 금융자본을 기후위기의 핵심 주범으로 지목한다. 금융시장을 통한 녹색산업 활성화나 녹색투자는 위기에 대한 좋은 신호가 아니라 위험한 신호로 읽어야 하며, 이 ‘금융세’의 생산관계와 권력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재각은 국내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 대선 후보자, 정당 들의 인식과 입장을 살피면서 여전히 기후정치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그 돌파구로 그는 기후운동 진영과 진보정당이 연대하는 ‘기후정의 동맹’ 구축을 제안한다.

<동시대 분석>에는 세 편의 글을 실었다.  

김성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경영 담론과 관행에 대해 분석하면서, 이것이 위기에 처한 환경과 사회에 정의를 실현하는 듯 보이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경고한다. 김병권의 글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반경쟁적 독과점 행위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살핀다. 이들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공정한 디지털 플랫폼 정책을 요청한다. 정원옥의 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를 대상으로 사찰, 검열, 감시, 배제 등을 행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성찰적으로 고찰한다.  

<텍스트의 재발견>에는 두 편의 주제서평을 실었다. 

송은영은 『서울의 생김새』에 대한 서평에서, 서울의 생김새를 규정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구조적 법칙에 대한 저자의 주목에 비해 그 ‘법칙’을 벗어나는 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데 소홀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박상은은 책 『아이폰을 위해 죽다』에서, 폭스콘 등 외주화된 전자 제품 및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문제와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재벌의 기업 책임을 동시에 포개어 읽기를 시도한다.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문화/과학』에 헌신했던 심광현의 지난 활동과 이론적 실천의 궤적,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한 좌담을 기록했다. 좌담에서는 손희정, 정정훈, 이동연이 그와 함께한다.

<이론의 재구성>에는 ‘기후 생태 커먼즈’ 특집과 연결해 심화해 읽으면 좋은 두 편의 글을 실었다. 

서영표는 녹색 뉴딜로 대표되는 생태위기에 대한 최근의 경제적 대응을 넘어 맑스주의 경제학 비판, 페미니즘 경제학, 생태주의 경제학이 결합된 탈-성장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다음으로, 에티엔 발리바르의 글(옮긴이: 최원)을 실었다. 그는 지구 행성의 위기가 우리 인간종, 인류의 존재론적 지위에 대한 어떤 새로운 사유를 펼쳐낸다는 점을 일깨운다. 

마지막으로, 심소미의 〈이미지 큐레이팅〉은 생태 실천의 예술 상상력을 형상화한 작가 박찬국과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현장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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