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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법적 읽기가 인문학의 핵심
변증법적 읽기가 인문학의 핵심
  • 유무수
  • 승인 2022.03.1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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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인문학의 미래』 월터 카우프만 지음 | 박중서 옮김 | 반비 | 372쪽

주해적·독단적·불가지론적 읽기는 위험
저자와 대화하며 참여하는 읽기가 필요

미국에서 출생률 저하로 대학이 위축되고 인문학 박사의 전망이 암울해질 때 월터 카우프만(1921~1980)은 “인문학의 미래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서론에서 밝혔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읽기를 가르치는 방법에 주목하지 않으면 교육개혁(특히 인문 분야)은 멀리 나아가리라 기대할 수 없다”라며 인문학의 핵심은 읽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있는 고전을 읽어나갈 때 네 가지 접근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주해적(exegetical) 접근은 ‘우리는 모르지만 저자는 안다’라는 자세로 텍스트에 권위를 부여하고, 이어서 자기 생각을 텍스트에 투사하고, 결국에는 자기 생각을 도로 끄집어내는 읽기 방식이다. 둘째, 독단적 접근은 ‘우리는 알지만 저자는 모른다’로 요약될 수 있다. 독단적인 독자는 대안과 반대에 눈을 감는다. 셋째, 불가지론적 접근은 ‘우리는 모르므로, 진리에 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현미경적’ 독서는 떼어놓을 수 있는 작은 조각(문장 한 개, 논증 한 개)에 집중한다. 

저자가 권장하는 변증법 접근은 ‘우리도 저자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우리는 공통의 추구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이 접근은 텍스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과 믿음을 검토하는 소크라테스적 요소, 텍스트를 ‘너’로 대하며 질문을 주고받는 대화적 요소, 책 전체를 정독하며 저자가 달성하려 한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하되 작가의 배경과 영향이라는 맥락도 고려하는 역사·철학적 요소를 융합한다.

저자는 하이데거를 주해적 독자로 언급하면서 하이데거가 히틀러를 지지한 사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저자는 열일곱 살에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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