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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20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 안상준
  • 승인 2022.03.14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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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안상준 논설위원

20대 대통령 선출과정이 종료되었다. 제1 야당의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다. 득표율 차 0.73%p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초박빙 승부였다. 당선인도 서늘한 심경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 짐작한다. 촛불시위 덕분에 집권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시 리부팅의 시간 앞에 서게 되었다. 중소도시에 소재한 국립대에 재직하는 역사학자로서 당선인에게 당부할 말을 새겨보고자 한다.

당선인은 정치 신인이다. 공공질서의 수호자인 검찰로서 법의 엄정한 집행자였다. 하지만 정치는 정교한 ‘타협의 기술’로 사회의 재화를 분배하여 공익을 실현하고 갈등을 제어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국회는 늘 여야가 합의를 전제로 법안을 통과시킨다. ‘법대로’ 살아온 당선인의 ‘정치적 타협’ 능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기대를 놓지는 않겠다.

필자는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21세기 들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 질서가 장기불황에 빠지고, 세계는 협력체제보다 자국 중심주의로 회귀하는 중이다.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나우소르, 프랑스의 마크롱 등 정치 신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벌어진 상황을 살피고, 선거로 당선된 동유럽 국가의 지도자들이 권위주의 정부로 이행하는 현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불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는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가? 선진국의 품격은 무엇인가?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다수의 국민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바란다. 신자유주의의 불분명한 낙수효과에 기대지 말고,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방식의 분배는 지양해야 한다. 경제적 발전이 사회적 통합과 평등으로 이어지는 국정운영을 바란다.

국제사회는 선진국 대한민국에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선택은 동맹 관계 혹은 정치적 이념과 충돌할 여지가 많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는 서구적 가치의 실현 결과다. 한민족이 2천 년 중화질서를 벗어나 100여 년 만에 서구질서를 체화했다는 의미다. 향후 미국 중심의 서구 세력과 중·러 중심의 비서구 세력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자주·독립국가의 면모를 드러내면서 평화롭고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국가로서 지속 가능한 길을 가야 한다. 전쟁 억지력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며, 전쟁 불사 발언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많다.

당선인은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성평등에 역행하는 공약을 제시하면서도,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평등한 보상은 모든 민주사회가 마주하는 미래다. 유럽 국가의 높은 성평등 지수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권리가 아니고, 68혁명이라는 거대한 사회변혁 운동을 거쳐 쟁취한 권리이다. 우리 사회가 젠더 문제에 순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상당한 사회적 혼란을 겪으리라고 본다.

지금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학의 목표와 기능이 사회발전과 유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오히려 지식의 창출 능력에서 뒤지고, 사회적 기능도 부족한 지경이다. 현재의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의지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지역소멸은 망국의 길이기 때문이다. 

당선인에게 지역대학의 역할에 주목하고 특성화와 재정지원을 통하여 지역소멸 극복의 거점으로 삼기를 제안한다. 이 대목에서 1960~1970년대 경제성장기에 전국에 걸쳐 크고 작은 대학을 중소도시에 창립하여 균형발전을 이룬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만하다. 중소도시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관이 대학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제언을 하나 드리고 싶다. 학부모로서 ‘미래지향적인 즐거운 학교’를 만들길 요청한다. 학생의 다양한 능력과 취향을 반영한 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일제고사 부활 공약은 잊어주길 기대한다.

부디 국가는 부강하고 국민은 행복하게!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안상준 논설위원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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