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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율화·기업대학...판이 바뀐다
대학 자율화·기업대학...판이 바뀐다
  • 윤정민
  • 승인 2022.03.10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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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제20대 대통령 당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9일 실시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48.6%(1천639만4천815표)의 득표율을 차지했다. 윤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앞으로 5년간 고등교육정책은 대학 자율성과 기업 수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 고등교육재정지원 확대 등 대학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  

윤석열 당선인이 밝힌 주요 고등교육 공약은 △입시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규제 완화를 동반한 대학역량강화사업 혁신 △지역거점대학 1인당 교육비, 상위 국립대 수준 상향 △전체 고등교육 공교육비 예산, OECD 평균 수준 확대 △비수도권 거점대학, 대학원 중심 지역·산업 혁신 R&D 인력 양성 △인공지능·소프트웨어 등 첨단학과 신·증설 허용 및 정원 확대 △등록금 후불제 등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핵심은 ‘대학의 자율성 확대’다. 문재인 정부도 대학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대학 서열화 해소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었다. 윤 당선인은 획일적인 대학평가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학 학위과정 편성과 운영을 완전 자율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학위과정 자율화는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시행할지 알 수 없으나,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신산업 관련 이공계 연구중심대학부터 우선 적용될 예정이라고 나와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교육 공약 발표에서 한계·부실대학을 구조조정해 기업 수요에 따른 교육기관인 ‘기업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방송토론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이 기업 대학을 연구개발센터, 데이터센터, 회사벤처창업의 전진기지로 활용해, 기업 맞춤형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설명이다.

이처럼 윤 당선인이 대학별 특성화를 강조하는 만큼 교수단체 등이 요구했던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질의에 ‘자율성’을 근거로 국립대 연합체제, 공영형 사립대 전환 등을 반대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국립대 연합체제는 현 학사제도 내에서 개별 대학의 특성과 실정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으며, 공영형 사립대 전환은 기존 사학의 투명성·책임성 강화가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신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시작인 거점국립대 예산 확대는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지역거점대 1인당 교육비를 상위 국립대 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학 내 비정년트랙 교수 처우 개선 여부도 관심사다. 윤 당선인은 운동본부의 비정년트랙 관련 질의에 “대학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비정년트랙 제도 폐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달 실시했던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같은 질문에서 “교수충원율 등 비정년트랙 교수 채용을 부추기는 평가・제도를 바꾸고, 대학 재정지원 확대로 비정년트랙 교수 처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신산업 중심 고등교육… 인문사회 분야 지원 방향은 미지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산업 중심의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도 윤 정부의 또 다른 고등교육 키워드다. 윤 당선인의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미래 유망산업 10개 학문 분야를 10년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신산업 첨단인재 조기 양성을 위한 패스트 러닝 트랙(Fast Learning Track)도 도입해 석·박사 과정을 5년 반 만에 마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밖에 신산업과 연관한 고등교육 공약은 △대학 기초과목, AI 튜터링 도입 △특성화고·전문대 통합형 신산업 교육과정(5년제) 도입 △대학별 결손인원 활용한 AI 관련 학과 신·증설 △메타버스 관련 학과, 특별정원 배정 △지역거점대학별 우주항공 특화교육 강화 등이 있다.

윤 당선인이 고등교육계를 신산업 중심으로 개편을 강조하면서 인문사회 분야 지원방향은 아직 미지수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가 △대학 기초학문 분야 재정지원 체계 구축 △학술생태계 복원을 위한 「기초학문 진흥을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 등을 추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와 정책협약을 가졌던 바 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면서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간 학문 투자 불균형 해소는 과제로 남게 됐다.

안철수발 교육부 개편도 관심사

윤 정부의 교육부 향방과 등록금 자율화도 주목된다. 윤 당선인은 등록금 자율화를 공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교육정책 연구자들은 등록금 규제 해제가 대학 자율화의 핵심인 만큼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단일화를 추진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교육부 폐지와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를 주요 고등교육 공약으로 언급한 바 있다. 안 대표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고등교육 분야를 총리실이 담당함으로써 대학이 획일적인 운영에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의 고등교육 정책안 중 비수도권 대학 내 초격차 분야·AI·반도체 특성화 단과대학 신설도 주요 관심사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교육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윤 당선인의 정책 노선과 같기 때문이다.

재원 확보 가능성도 윤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과제로 남게 됐다. 한국정책학회·한국행정학회가 지난 2월에 공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 비교분석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첨단 R&D 인재 양성을 위한 초일류 대학 육성에 5년간 2천5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나 현 교부금 분배에 대학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나승일 국민의힘 선대위 교육분과위원장은 지난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에 예산을 나눠 주는 것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다”라며 “고등교육 예산은 결국 국민적 설득과 국회의 노력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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