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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 연구 인건비 지급, 과제별로 차등 둬야
교수논평 : 연구 인건비 지급, 과제별로 차등 둬야
  • 권해수 한성대
  • 승인 2005.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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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수/한성대·행정학과

일부 대학교수들의 연구비 유용으로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높은 도덕적 집단으로 평가받던 대학 사회에도 상당한 비리의 소지가 있음이 드러나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가장 높은 도덕적 기준이 제시되어야 할 대학 교수사회마저도 비리의 영역에서 예외가 되지 않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별로 비리 참여교수들에 대한 징계수위에 상당한 편차를 보여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구비 유용은 연구비를 예산항목대로 지출하지 않은 것을 말하며, 특히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변명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연구비 유용은 공동연구참여자 및 조교의 인건비를 유용하는 경우와 큰 액수에 대한 예산 전용이 어렵기 때문에 항목외로 예산을 지출하는 경우로 대별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연구진내의 인간관계의 종속성 그리고 예산책정 당시의 인센티브 배분구조에 대한 불인정이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허용된 범위내에서 가능하면 많은 연구비를 신청하고 배정받는 것이 좋다.”라는 사고에서 기인할 뿐만 아니라 절약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는 연구비를 어떤 식으로든 영수증을 증빙하면 자기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연구용역의 경우 연구발주자인 기업이 자신의 요구에 충실히 따르면 용역연구비에 대한 영수증 첨부를 대부분 요구하지 않고, 세법상의 원칙에 따라 과세하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정부연구용역이나 학진, 과학재단 등 학술연구의 경우 비교적 엄격한 영수증의 증빙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비 유용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특히 자연과학, 공학분야의 경우 연구비규모가 커 이에 따라 유용규모가 커지며, 학문후속세대 육성을 위한 연구과제의 경우 앞서 지적한 인건비 유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교수들의 연구용역계약에 대해 일정 비율의 오버헤드(Overhead)를 징수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행정부담을 아직도 연구수행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고, 이러한 연구비 유용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관료적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행정부담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이에 대한 개편방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비관리에 관한 대통령 보고서가 최근 발표되었다. 이의 주요 내용은 첫째 연구책임자에 대한 인건비 지급 허용 및 인센티브 강화, 둘째 연구책임자에게 일부 연구비의 자율적 집행 허용, 셋째 연구행정 전담요원 설치 및 연구원의 행정부담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편의 기본방향은 옳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를 덧붙여보고자 한다. 정부연구용역의 경우 인건비 지급기준 및 금액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연구용역과 상당한 액수의 인건비가 인정되는 연구용역간에 연구비 유용 유혹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과학의 경우 연구수행과정에서 연구책임자의 기여도가 매우 높지만 연구보조원에게 상당한 액수의 인건비가 지급되는 상황에서 연구책임자에 대한 보상이 적어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된다. 이를 학문후속인력에 대한 투자내지는 육성 차원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명문대학교 교수의 경우 이러한 유인조차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른 유용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연구진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상향되어야 할 것이다.

자연과학의 경우 실험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실험에 근로의 형태로 참여하는 연구보조원에게 일정 기간, 일정 액수의 인건비 지원이 필요해 연구비 규모가 큰 편이다. 이들에게도 물론 인문사회과학의 경우처럼 실질적인 인센티브 강화뿐만 아니라 사후 특허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다하게 연구용역에 참여하는 연구자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정부연구용역에 대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연간 수행 건수를 제한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연구용역수행은 연구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연구비 유용가능성을 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수들이 젯밥보다는 염불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대학원시절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여건하에서 공부를 했을 것이다. 학문후속세대를 자신보다는 나은 여건에서 육성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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