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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1] 잉카의 슈퍼푸드, 이제는 우주식품으로 검토까지. 퀴노아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1] 잉카의 슈퍼푸드, 이제는 우주식품으로 검토까지. 퀴노아
  • 권오길
  • 승인 2022.03.07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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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노아
현재 퀴노아의 주산지는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를 포함한 남아메리카로 그중 페루에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다 한다. 사진=위키미디어
현재 퀴노아의 주산지는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를 포함한 남아메리카로 그중 페루에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다 한다. 사진=위키미디어

2021년 11월 26일 강원일보의 이현정 기자가 ‘횡성의 시루봉 휴게소’에 관한 쓴 기사중에는, “농장에서 퀴노아를 먹여 직접 기른 돼지를 방문객들은 이 휴게소 뒤뜰에서 바비큐로 구워 먹을 수 있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여기서 ‘퀴노아’는 어떤 먹을거리란 말인가? 궁금증을 풀어본다. 

퀴노아(Chenopodium quinoa)는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의 고원에서 자라는 1년생 초본(草本)인 쌍떡잎식물이다. 비름과의 작물(곡식)인 퀴노아는 5,000년 전 고대 잉카문명 시대 이전부터 식용 작물로 재배되어왔다. ‘퀴노아(quinoa)’라는 이름은 고대 잉카어로 ‘모든 곡식의 어머니’라는 뜻이라 하고, 퀴노아는 영양이 풍부하여 잉카 제국의 슈퍼 곡물(super grain)로 알려져 있으며, 단백질·녹말·비타민·무기질이 대단히 풍부하여 우유에 버금가는 알곡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퀴노아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 등 안데스 지역의 주요 농산물이었으나, 1,500년경 스페인의 침략으로 잉카 제국의 멸망과 함께 재배량이 대폭 감소하며 일부 농가에서만 자급자족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영양학적 가치를 새로이 평가받으면서 세계적인 식품회사와 민간단체들이 품종 개량과 보급에 노력을 기울여, 1980년 이후 빠른 속도로 생산량이 증가하였다. 

현재 퀴노아의 주산지는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를 포함한 남아메리카로 그중 페루에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다 한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 지역까지 널리 세계적으로 70여 국가에 보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15년 강원도 홍천에서 퀴노아의 재배를 성공시킨 바 있다. 퀴노아는 그동안 수입에만 의존해 왔으나 국내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홍천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량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퀴노아는 해발 3,000m 이상의 고원에서도 잘 자라고, 영하 3℃부터 영상 35℃까지 다양한 기후에도 적응력이 강하며, 건조한 토양에서도 재배가 쉽고, 3~4월에 파종한다. 줄기는 1~2m까지 자라고, 잎은 가장자리가 들쑥날쑥하게 파였으며, 짧은 털로 둘러싸였고, 초록색, 빨간색, 보라색도 있다. 꽃은 식물의 맨 윗부분에서 피어나는데, 제꽃가루받이(自家受粉. self-pollination)를 한다. 꽃은 크기가 3mm 정도로 밑씨를 담고 있는 씨방(자방, 子房, ovary)이 꽃받침과 꽃잎, 수술 위에 달려있다. 

꽃은 흰색,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등 다양하고, 씨앗의 수확 시기는 파종 뒤 150일 전후이다. 씨앗의 크기는 보통 2mm 정도로 쌀보다 조금 작고, 둥글다. 씨앗도 꽃과 마찬가지로 흰색, 붉은색, 갈색, 검은색으로 다양하며, 그중 붉은색의 퀴노아는 다른 종보다 단백질과 칼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특히 양질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어서 동물단백질인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완전한 식물단백질 식품으로 손꼽힌다.

퀴노아는 14~20% 정도가 단백질로 구성된 고단백 식품으로 고대 인디오(인디언)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쌀, 보리, 밀 등 다른 곡류와는 달리 나트륨이 매우 적고, 글루텐(gluten) 또한 없어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글루텐의 알레르기 반응’이란 장내 영양분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보리, 밀 등의 곡류에 들어있는 끈적끈적한 단백질)이 원인이 되어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로, 밀가루 음식을 먹은 뒤 복통, 묽은 변, 소화불량 등의 증상(반응)이 나타난다.

그리고 퀴노아는 13%의 물, 64%의 탄수화물, 14%의 단백질, 6%의 지방으로 구성되고, 리신ㆍ메티오닌ㆍ아르기닌ㆍ히스티딘 등 9가지의 필수아미노산이 들어있어 인체의 영양 공급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또 칼슘ㆍ칼륨ㆍ인ㆍ철분ㆍ마그네슘ㆍ망간ㆍ아연ㆍ셀레늄 등의 각종 무기질(미네랄)을 비롯해 비타민, 섬유질, 녹말 등 풍부한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다. 리신과 칼슘, 인은 근육 및 골격을 구성하여 골다공증(뼈엉성증)을 예방하고, 마그네슘은 혈압을 적절히 유지하며, 망간과 셀레늄은 항산화로 노화를 방지한다.

또한 오메가3ㆍ오메가6 지방산(불포화지방)이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고, 혈당지수를 낮은 수준으로 조절해서 당뇨 및 고혈압에도 도움을 준다. 그럴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가 많아서 포만감을 높이고, 소화를 촉진해서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퀴노아에는 쌀보다 단백질은 2배, 칼슘은 7배, 철분은 20배 이상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 B1은 백미의 5배, 비타민 E는 백미의 30배나 많이 함유돼 있어 두뇌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식량의 대체식품으로 퀴노아를 이용한 식품개발을 검토 중이라 한다.

퀴노아의 씨앗(알곡)을 탈곡한 뒤 깨끗이 씻어 요리하면 (씨앗 자체에는) 별다른 맛은 없으나, 생으로 먹으면 쌀처럼 오독오독 씹히는 감촉이 있고 익히면 톡톡 터지는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생으로 시리얼(cereal)에 넣어 먹거나 익혀서 샐러드에 첨가하여 먹기도 하고, 가루를 내어 쿠키, 빵, 케이크, 죽 등에 넣기도 한다. 또한, 익혀서 채소와 곁들여 먹기도 하고, 가루를 내서 과자나 음료로 만들기도 한다. 퀴노아 열매의 껍질에는 쓴맛을 내는 사포닌(saponin)이 다량 함유돼 있어서 면역력 강화와 항암 작용에도 뛰어나고, 위와 폐 기능을 강화하며, 기침과 가래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런데 식물이 쓴맛 나는 사포닌을 가지고 있는 것은 퀴노아를 먹으러 달려드는 유해곤충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퀴노아는 흰색과 붉은색, 검은색을 띤 것들이다. 흰 퀴노아는 밥을 할 때 쌀과 함께 넣고, 붉은 퀴노아는 샐러드 등에 사용하며, 검은 퀴노아는 일반 퀴노아보다 단맛이 나는 편이라 빵이나 쿠키 등에 넣는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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