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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제자를 두명만 받는 이유
대학원생 제자를 두명만 받는 이유
  • 추영국 교수
  • 승인 2005.11.09 0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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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추영국(원광대ㆍ생명과학부)

▲왼쪽부터 류재성, 이경진, 김선미, 추영국 교수, 서정우, 정지웅, 곽동훈, 이대훈, 김성민 ©

나는 10년째 풀타임대학원생을 1년에 2명만 받는다. 그 첫 번째 이유는 4~5명을 받을 경우 차년도 연구비 확보에 실패할 경우 과다한 인건비로 인해 큰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고, 또 한 가지는 전공의 균형발전이 깨질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물학의 특성상 인기전공영역이 몇 년 주기로 종종 바뀌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학생들이 한 전공으로 몰릴 경우 그렇지 않아도 해마다 감소추세에 있는 지방대의 대학원진학율과 맞물려 학과의 전공영역별 균형발전이 급격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대학의 경우 진학하는 소수의 대학원생을 두고 서로 확보하기 위해 과다하게 노력하다 보니 교수간 사이가 굉장히 나빠져 학과의 발전에 큰 해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 왔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도 10년째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1년에 2명씩 대학원생을 받아서 2명씩 배출하면서 양 보다는 질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두 명조차도 처음에는 나의 의욕대로 그렇게 쉽게 지도가 되지 않았다. 아침 8시 50분 등교 오후 9시 이후 하교를 반 강제로 실시하고, 토요일도 오후 늦게까지 연구하자고 다그쳤는데 이 와중에 한 두 명의 학생들이 그만두기도 했다.

그런데 연구실의 역사가 2~3년이 흐르면서 점점 대학원생들의 의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대학원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학위취득 후 취업의 해결이었다. 나는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취업의 일선에 내가 직접 발 벗고 나선다는 대학원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취업알선에 최선을 다했다. 조건이 좋은 취업자리가 있으면 직접 전화도하고 책임자를 만나 부탁도 많이 했다. 그 결과 취업하는 졸업생이 늘어나자 학위과정에 있는 원생들이 믿음을 갖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자발적으로 열심히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10년간 석사학위를 취득한 대학원생들 전원은 최소한 SCI논문에 1편 이상씩을 게재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나는 특히 지방소재 대학일수록 연구실을 교수가 제대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3박자가 중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대학원생들의 취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둘째는 평생지도책임교수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적어도 학부 3학년부터는 자기가 원하는 연구실에 들어가 생활하도록 지도하는 것이고, 셋째는 학생들 스스로 자기의 연구력 배양과 함께 연구실을 개선할 수 있도록 1주일에 1회는 반드시 연구실 미팅을 실시하는 것이라 본다.

끝으로 나는 학생들을 지도함에 있어 연구파트인 실험에서 몇 번 실패해 의기소침해 있을 때는 언제나 맹자의 말을 들려준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주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그 힘줄과 뼈를 굶주리게 하여 궁핍하게 만들어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흔들고 어지럽게 하나니, 그것은 타고난 작고 못난 성품을 인내로써 담금질하여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할 만하도록 그 기국과 역량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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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달수 2005-11-21 18:21:13
제자들을 생각하는 교수님의 진정한 가르침이 짤막한 기사안에
충만한것 같습니다. 요즘 처럼 각박한 세상에 교수님같은 분이 계시다니 정말 존경합니다.

최치환 2005-11-14 16:26:43
3박자 아닌 4박자도 능히 훌륭하게 소화할수있는 팔방미인 교수님 항상 호탕괄괄하고 직업에 대한 책임감,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시는 당신의 모습이 넘 아름답습니다.- 화이팅 -

김cnsrl 2005-11-11 19:37:59
일본 유학시절에 잠깐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본인도 어렵게 공부하시면서 후배들 고충도 본인 일 이상으로
세심하게 살펴주시던 따듯한 마음이 원광대에서도 꽃을
피우시네요. 추교수님 같이 인품이 고귀한 분을 모시고
공부와 연구하는 원광대학/대학원생이 부럽군요
교수님! 화이팅~~~, 원광대 화이팅

김영식 2005-11-11 14:24:17
요즘 언론매체등에 교원평가 실시문제로 교육인들에 대한
나의 편견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기사를 읽고, 또 다른 한측면을 보게되어
나의 편견이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의견을 남긴다.
좁은 나의 생각으로는 교수님의 역할이 먼저 습득한 학문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지도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글을 읽는 동안 추교수님은 각양각색의
학생들에게 학문전달에 끝나지않고, 현시대가 요구하는
국가인재를 확실하게 만들어 사회 곳곳에서 능력 발휘를
할 수 있게 하는 인재개발 삶의 현장을 방문하는 느낌을 들게
할만큼 충분했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현재 경제,정치 모든
면에서 염증을 느끼며 하루 하루 힘든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추교수님의 교육 철학을 인터넷
으로 대하고 보니, 그래도 대한민국의 희망은 조금은 있어
보인다. 이런 글귀가 생각 나내요. "태평양 한 모퉁이에 있는
나비 한마리의 날개 짓이 있어 태풍이 더욱 커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해야 할 소임이라면
하늘의 사명으로 알고 밤 늦게 까지 형광등 불을 밝히며
현미경과 씨름하는 추교수님 이하 미래 대한민국을 지탱할
대들보들에게
무궁한 발전과 건승을 빈다. 화이팅!

류수열 2005-11-11 11:21:46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에 찡하고 와 닿는 말이 바로 질적 수준의 향상이다.
사회생활와 산업현장에서 현실적으로 느끼는 것이 고부가 가치를 창조함에 있어 양보다는 질이 우선한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차에 대학 교육의 일선에서 이러한 교육목표를 갖고 제자를 가르치고 계시는 교수님이 있음을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한사람으로써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