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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길: 엇갈린 남·북·미의 선택
하노이의 길: 엇갈린 남·북·미의 선택
  • 최승우
  • 승인 2022.03.0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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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김동수·이영종 지음 | 파람북 | 152쪽

축제처럼 시작되어 파국으로 끝나버린 하노이 정상회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제대로 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핵무기 개발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절대 권력자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최고 지도자와 만나는 매우 이례적인 자리였다.
당시 남북 관계는 곧 통일이 실현될 것만 같은 축제 분위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남북 관계 정상화에 큰 공을 들여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8년 4월과 5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렸고, 2018년 9월에는 평양에서 또다시 성대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백두산 물과 한라산 물을 섞는 감동 어린 행사는 축제의 최절정이었다.
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의 만남이 이어졌다. 그러나 다음 해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당시 제3자였던 남한에게 일방적으로 욕설과 비방을 퍼부으며 남북 연락 사무소마저 폭파시켜버렸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하노이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꿈만 같았던 한반도의 짧은 봄, 그리고 대파국의 기록

『하노이의 길』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진단서다. 김정은의 북한이 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는지, 문재인 정부가 남북과 북미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미국 백악관 측은 어떤 생각과 대응책을 가지고 북한을 대했는지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며 세밀히 돌아본다. 또한 앞으로 남북 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유의해서 살펴야 하는지, 그 쉽지 않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한반도에는 금세 봄이 찾아올 듯했다. 그러나 하노이의 대파국 이후 한바탕 꿈같았던 시기는 곧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시절 무슨 일이 있었고, 남북과 미국 간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되짚어보아야만 할 것이다.

희망과 노력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남북 사이의 난제들

남북 관계는 분단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뒤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기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여러 정부를 거치며 몇 차례 화해의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이번 하노이 참사처럼 곧 서로를 적대시하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반도 문제의 여러 난제들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첫째는 바로 정체성의 문제다. 때로는 형제간의 갈등이 더 극심하듯, 남북은 같은 민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오히려 서로를 더 의식하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직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남북 사이의 불균형 문제다. 남한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가 발전하는 동안, 북한은 정체와 퇴행을 반복하며 여전히 엄격하게 통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민간 교류가 전무한 상황에서 화해와 협력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
셋째는 과거의 나쁜 기억 문제다. 해방 이후 이념적 갈등을 겪은 남북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혈친의 원수까지 되어버린 상황이다. 지난 세기의 씻을 수 없는 나쁜 기억은 미래를 향한 민족의 길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국제 정치의 문제다. 한반도는 주변에 세계에서 가장 강한 네 나라가 얽혀 있다. 이들은 우리 민족의 목표보다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우리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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