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열 남서울대·교육학 © |
하지만 도입된지 4년이 된 교수 계약임용제도도 종전의 기간제 임용제도와 마찬가지로 교수 채용, 승진과 재임용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운영이 결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교수 계약 임용제가 도입되고서 이전의 기간임용제보다도 교수 채용 등에 있어서 공정성을 더욱 확보하지 못하고 개별 대학의 실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대학교원의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학들의 교수임용 동향을 보면 전임교원 중에서도 비정년트랙의 전임교수들의 비중이 확대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비정년트랙의 교수임용은 상당수 사립대학들이 신임교수를 2년 계약제 전임교원으로 임용하고, 재임용을 1~2회로 제한하여 최대 6년까지 재직한 뒤, 임기가 만료되면 당연 퇴직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비정년트랙의 전임교원이 늘고 있는 것은 대학정원 조정시 교원확보율을 상향조정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0.2명으로 OECD 평균 14.7명의 2배가 넘는 숫자이고, 이는 OECD 국가중에서도 아주 높은 숫자이다. 교육부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가 외국과 마찬가지로 교수이동을 활성화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이는 불가피하게 수치상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기 위한 묵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학 입장에서도 대학교원의 확보율은 대학(원) 정원조정과 행·재정지원이나 각종 재정지원사업 지원 등에 있어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매우 비중있게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정년 보장 부담이 없는 비정년트랙의 전임교수들도 정년트랙의 전임교원과 똑같이 교수확보율을 인정해주니, 일부러 인건비가 높은 정년트랙의 전임교원을 임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시간강사 입장에서도 시간강사들의 불안정한 지위와 낮은 보수에 비해서 방학기간 중에서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받고 건강보험 등 4대 보험가입 및 퇴직금의 지급 등의 혜택을 받게 되니 비록 불만족스러운 조건이더라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정년트랙의 전임교원이 확산되는 지금의 교수 계약 임용제로는 대학경쟁력을 주도할 수 있는 우수한 교원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교수 계약 임용제를 이대로 계속 방관한다면 질 높은 연구와 깊이 있는 학생지도는 물론, 교수문화도 이중 삼중의 갈등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근시안적으로 단 맛에 현혹되어 숫자나 작은 이익만을 생각해서 교수 계약임용제를 편법으로 운영한다면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우리 대학사회는 당뇨병적 증세(?)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제 진정으로 양심의 문을 열고 대학사회에서 교수의 질을 높이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교육부는 비정년트랙으로 전임교원에 실태와 처우 등을 파악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하고, 대학에 비정년트랙의 전임교원 임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할 필요가 있다. 만약 교수이동을 유도하고자 한다면 신분이 보장이 된 상태에서 국내외 타 대학이나 연구소, 산업체에서 새로운 교육 및 연구 경험을 쌓도록 하는 ‘교류교수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우수한 교원들이 교육·연구·봉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신분보장을 하고, 대신에 엄격한 교수업적평가제를 실시하여 재계약시 업적평가 결과를 반영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수를 비롯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대학교수가 교수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고,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여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교수 계약임용제 본래의 취지에 맡게 법적·제도적·재정적인 여건을 조성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