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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 법인과 사학이 지켜야 할 합리적 경계 필요”
“대학법, 법인과 사학이 지켜야 할 합리적 경계 필요”
  • 강일구 기자
  • 승인 2022.02.23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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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김홍구 부산외대 총장이 말하는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대학의 평판, 역량,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대학을 구성하는 
사람의 자질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야말로 대학혁신의 근간이 된다. 
현재 누더기식의 근대적 사립학교법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학법에 대학의 구체적 사명과 역할, 구성원의 책무와 역할 등이 반드시 반영될 필요가 있다. 
법인과 사학이 간담상조(肝膽相照)의 관계가 되어야 대학혁신의 동력이 생기리라 본다. 
법인과 사학 사이에 지켜야 할 합리적 경계도 필요하다.“ 

<교수신문>은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지난해 12월 6일자부터 시작해 2월 7일자까지 매주 8차례에 걸쳐 기획연재를 실었다. 고등교육 법체계의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고등교육법이 있는데 왜 대학법이 필요한지, 지역대학의 위기를 대학법으로 막을 수 있는지, 현재 발의돼 있는 국립대학법안에 대한 의견, 대학자치에 대한 제안까지 다루었다. 

이번 기획연재에 대해 대학 총장 등 대학관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홍구 부산외대 총장(사진)의 평가와 의견, 대학법 제안을 들었다. 김 총장은 한국외대에서 박사를 했다. 부산외대 기획실장과 동양어대학 학장, 교수협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한국동남아학회와 한국태국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태 소사이어티 상임대표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민간 자문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2020년 7월부터 부산외대 총장으로 있다. 

김홍구 부산외대 총장

△ <교수신문>에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11회 예정으로 연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8차례 연재가 되었습니다. 이 연재 내용에 대한 전체적인 의견이 궁금합니다.
“매우 시의적절한 선언적 성격의 연재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구성원인 교원이 주도적으로 대학의 본질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법체제 강화 요청이라는 측면에서 본 연재물의 의미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작년 봄, 대부분 지방 사립대들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학의 실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던 말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습니다. 올해도 작년과 유사하게 어쩌면 더 심각한 신입생 유치 어려움이 예상되며 특히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학의 위기감은 최고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대학들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대학구성원으로서 자정(自淨)하지 못하고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점, 그동안 미흡했던 체제 정비를 위한 노력에 소홀한 점은 없었는가’란 자성으로부터 출발한 삼각지 연구팀의 노고와 제안에 많은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 급변하는 대학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대학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법에는 어떤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교수출신입니다만 당시 고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전무했습니다. 이번 연재물을 꼼꼼히 읽으며 대학의 3주체 중 하나인 교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체제의 틀이 되는 대학법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책무가 있음을 느낍니다.  

연재물에서 ‘선진국의 대학법’에 대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독일 ‘대학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학의 사명과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원의 자격과 권리, 의무에 대한 상세한 기술, 즉 대학의 평판, 역량,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대학을 구성하는 사람의 자질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야말로 대학혁신의 근간이 된다는 점을 재차 느낍니다.

따라서 현재 누더기식의 근대적 사립학교법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학법에 대학의 구체적 사명과 역할, 구성원의 책무와 역할 등이 반드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대학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애로사항이 무엇입니까? 혹시 법적 근거가 부족하여 생기는 어려움이 있습니까. 
“현 시점에서 모든 대학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은 재원 확보입니다. 14년째 동결되어 있는 등록금 상황,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교육 강화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 및 확대가 필수적입니다. 정부에서도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 발표를 천명한바 있으나 이를 교육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설투자가 필요합니다. 

지난 1월 2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학 재정난 해소 대책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 안으로는 고등교육 재정지원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대학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 고등교육세 신설 등이 제안되었습니다. 그동안 초·중·고교와 대학 간 공교육비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기능과 교부방식 전면 개편 논의도 지속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압니다. 

다른 한 가지는 법인과 사학의 협치 문제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사학법인은 대학 발전을 통한 사학과 법인의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사학법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선을 넘는 대학행정 개입이 가끔 발생할 수도 있지요. 사립학교법 제20조의 2는 법인의 학사행정 개입을 실제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학 생존이 어려운 시기에 법인과 사학이 간담상조(肝膽相照)의 관계가 되어야 대학의 혁신과 발전의 동력이 생기리라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법인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법인과 사학 사이에 지켜야 할 합리적 경계, 선긋기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지방대육성법, 균형발전특별법 등 법률의 실효성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족하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서 언급한 올 1월 대학총장 모임에서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이 초·증등교육 및 고등교육 간 큰 차이를 나타내며 고등교육으로 진입할수록 지출액 규모가 낮아진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내 대학 간 편차도 크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803.4만원인데 비하여 비수도권대학의 경우 1,458.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가하여 국공립대학은 1,885.4만원, 사립대학은 1,527.9만원이었습니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몰려 있고, 1000대 대기업의 74%가 수도권에 분포해 있는 불균형적 분포는 지역대학 인재들이 지역의 우수기업에 취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역인재 채용의무제로 대표되는 지방대육성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감세와 같은 구체적 보상 유인책이 있어야 참여 기업 확대를 유도할 수 있을 겁니다.“

△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때문에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어려움을 겪었다기 보다는 모순적 조항에 대한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고등교육법 제11조제10항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숭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제시되어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1%이었으나 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하지 못합니다.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2유형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평균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교내 장학금 유지 또는 확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몇 개 대학들은 정원 외 모집 대상이어서 평균등록금 산정에 배제되는 외국인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을 통하여 재정 부담을 조금이나마 경감시키고자 합니다. 국내 학령인구수 감소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수한 외국인 학생 유치로 입학자원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등록금 인상은 결국 외국인 학생 지원자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를 일입니다.

현재 고등교육법 제11조제3항에 따르면 등록금심의위원회는 각 학교가 교직원, 학생, 관련 전문가 등으로 위원을 구성함에 따라 외국인 학생들은 위원회 참여도 배제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입학자원으로 부상한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서비스 질 관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차별적 등록금 적용은 곧 설득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결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 재정의 근원적 문제해결이 없는 한계점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역대학의 고사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특별법 제정은 필요합니다. 한시적 집중 투자로 고사 위기인 지역 대학의 숨통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재정 확충의 방법이나 절차에 따라 구체적인 명칭은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이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상이할 수 있겠습니다. 근본적으로 대학을 위한 안정적 재정지원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검토되어져야 합니다.

특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초·중등처럼 매년 국가예산편성 과정에서 대학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하여 질 높은 고등교육과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 대학구성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두 가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는 대학구성원으로서 사명감과 책무성 제고를 위하여 권리와 의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대학구성원들이 대학의 주인의식을 갖고 공동운영에 참여한다는 서약서인 셈입니다. 

또 하나는 사립학교법의 태생적 한계와 연관됩니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1963년에 제정된 이후 모두 74차례나 개정되는 과정에서 학교법인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면서 사학에 대한 국가 통제의 강화를 제도화한 것이라 평가됩니다. 

그 결과 사학법인의 소유권을 우선시하고 교육의 자율성을 부차적인 가치로 두며, 교육의 주체인 교원은 법인의 부속물처럼 해석될 여지를 남겼습니다. 법률은 국공립과 사립 교원을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사립학교법에서는 ‘국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박순준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고등교육연구원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사립대학 교원은 마치 사기업에 고용된 직원처럼 취급되고 있으며 심지어 대학의 장인 총장 선출의 권리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가치 및 사명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실행하며, 주체적인 교수자의 역할을 통하여 고등교육자치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국립 및 사립대학 교원 신분의 균형성 확보와 협치를 촉진할 대학구성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현재 법정 전입금 제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선을 위하여 어떤 해결책이 있겠습니까. 
“법정 전입금은 사학법인의 대학 재정기여도를 의미하며 대학에 지원하는 경비입니다. 사립대학을 설치, 경영하는 학교법인은 관련 법령에 따라 수익용 기본재산 등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추고 대학운영경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학법인의 대학 지원이 미미하다는 것인데 즉 수익용 기본재산을 제대로 확보하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수익률도 높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교육부가 불용성비수익용 토지매입을 금지하고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중 저수익 재산은 고수익성 재산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학법인은 토지 매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를 일각에서는 법인의 부동산 투기의도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관련하여 2021년도 정책자료집을 발간한 권인숙 국회의원은 대다수 사학법인의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설치학교에 대한 법인의 지원 부족은 학교의 교육재정 여건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침 올 1월 초,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도 ‘대학 재정 부담의 책임은 학생에게만 지울 것이 아니라 정부와 법인도 해당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즉 ‘법인이 법정 전입금에 대한 책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법인이 대학에 최소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교비 사용의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을 위한 절대평가 정량지표 중 행·재정책무성에 해당하는 법인책무성 세부지표로 법정부담금 부담률 또는 법인전입금 비율 8%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법인의 무책임한 재정 책무 불이행의 폐해가 자칫 학생을 포함한 대학구성원들에게 오롯이 전가될 수도 있다는 부분도 간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리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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