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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횟수 제한 효력없다" … 교원지위법정주의 정면 위배
"계약 횟수 제한 효력없다" … 교원지위법정주의 정면 위배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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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교수임용 불공정 계약 판친다: ③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년트랙전임교원

<편집자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는 없어져야 제도다." 서울의 모대학에 정년트랙으로 지원했다가 총장의 결정에 따라 '비정년'으로 임용된 한 지원자의 말이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하려해도,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제도라는 얘기였다. 정년트랙 교원과 차별대우를 받는 데다, 동료교수와 학생들은 "곧 다른 학교 갈 사람"으로 바라봐서 남다른 맘고생도 하고 있었다. 법적으로 봐도 신분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교육부에서는 전임교원이라고 하는데, 법원이 '비전임교원'으로 유권해석을 내릴 수 있어 계속 전임교원일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는 교원확보율을 높이려고 대학들이 비정년트랙전임교원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데도, 교육부가 나몰라라, 하며 '묵인'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문제점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바램은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이 아니라 '진짜' 전임교원이 되는 것이었다.

Q1.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이 법인의 재임용 거부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이하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까. 
A1. 아직 비정년트랙전임교원 가운데 교원소청심사위에 재심을 청구한 사례가 없으며, 위원회에서 검토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없습니다. - 교원소청심사위

Q2. 비정년전임교원을 정상적인 교수공개모집전형을 거쳐 임용하여 급여와 연금가입 및 연구실 배정 등 전임에 준하여 대우하는 경우, 전임교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계약기간이 끝난 후 별도의 행정절차 없이 임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A2. 비정년전임교원은 정년을 보장받을 수 없을 뿐이지 대우가 전임과 동일하면 전임교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의 법적 문제는 당사자간의 문제이므로 답변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 교육인적자원부 고등교육정책과

Q3. 과연 정년트랙 교원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임금 수준이 되면 비정년트랙교원이 전임교원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에 관한 교육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A3. 귀하가 제기한 사항에 대해 좀더 실태를 파악한 후 대책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정책과

 

교육부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와 관련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질의 내용은 비정년트랙 교수가 정년트랙 교수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가의 여부가 대다수를 이룬다.


1∼6년 후에는 반드시 대학을 떠나야 하는 교원을 과연 전임교원으로 볼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그간 답안을 내놓지 않은 것도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 2003년 연세대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임용제'를 도입할 때부터 '전임교수'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교원확보율을 단기간에 높여야 하는 대학들이 교육부에 문의할 때마다 교육부는 '비정년트랙 교수'를 전임교수로 볼 수 있으며, 비정년트랙교수 임용 제도가 교수들의 대학간 이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야 논란이 가라앉는 게 정상일 터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됐다. 비정년트랙교수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로 인해 이를 둘러싼 잡음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교육부가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봉합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특이할만한 점은 그토록 입장이 분명했던 교육부가 최근에 이르러서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가 법적으로 타당한지의 여부에 대해 불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년트랙 전임 교원에 대한 재임용 거부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와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교원소청심사위에 재심을 청구하면 교육부가 부내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의견을 내겠지만, 아무리 의견을 내더라도 각하·취소 등 최종 결정은 교원소청심사위가 자율적으로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말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


고등교육법 체계 내에서, 기간이 만료된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의 재임용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계약으로 재계약 횟수를 제한해 임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등을 검토해야만 최종 결론이 난다는 것이다.


법학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의 지위 부분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교육법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제14조에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만을 법에 근거한 '교원'이라고 명시했을 뿐이어서,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이 '교원'에 해당하는지는 법조항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비정년트랙전임교원'에게 '교원'과 관련된 법조항을 적용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를 건드리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헌법 제 31조에 따르면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게 돼 있다. 또 교육공무원법 제11조의3과 사립학교법 제53조의2에 따르면, 대학(법인)은 교원의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때에는 반드시 임용기간 만료일 4개월 전에 임용기간이 만료된다는 사실과 재임용 심의를 신청할 수 있음을 교원에게 통지해야 하며, 교육·연구·학생지도에 관한 사항 등 객관적인 사유로서 재임용 여부를 심의해야 한다.


그 어느 조항에도 "계약으로 재계약 횟수가 제한된 '교원'은 교육·연구·학생지도에 관한 사항과 상관없이 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퇴직한다"라는 문구를 찾을 수 없다. 조항 자체가 없다. 당연 퇴직의 합리성을 뒷받침할만한 법적 근거도 없이 비정년트랙전임교원에 대한 재임용 거부가 당연시되고 있는 것.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은 '교원'인데도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의 법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법률이 아닌 계약에 의해 지위가 결정되고 있는 형국이다.


배병일 영남대 교수(법학)은 "단지 당사자간의 계약만을 이유로 해당교수를 퇴출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소청심사위나 법원에서는 비정년트랙교원일지라도 교육, 연구, 학생지도에 특별한 하자가 없을 경우에는 계약기간은 인정해주되, 계속하여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기존의 법을 따라야 하며, 현행 법대로라면 교육·연구·학문과 관련한 객관적인 사유에 근거해 재임용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역으로 보면 '재계약 횟수 제한'은 계약으로 정할 수 없는 부분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당연 면직' 조항의 법적 효력 부분과 관련해 김종서 배재대 교수(법학) 또한 동일한 논지를 펼쳤다. 김 교수는 "비록 계약서에 재계약 횟수를 제한하고 계약기간 만료시 당연퇴직한다고 규정하더라도 이는 교원 신분 보장에 관한 교육공무원법 및 사립학교법의 관련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퇴직 또는 면직되었을 경우에는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등이 보장하는 절차에 의해 그 당부를 다툴 수 있다고 본다"라고 해석했다.

 
교육부 스스로 이같은 결론을 낸 사례도 찾을 수 있다. 해당 부서는 아니지만, 교육부 감사관실은 지난 9월 제주교대 감사에서 "교원의 신분은 형의 선고나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해 면직을 하여서는 아니되는 데도 교원임용계약서에 계약해지 사유를 규정하여 임용계약한 것은 부당하다"라며 교수 계약서를 '불법임용계약서'로 지적한 바 있다.


물론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이 애초에 임용될 당시 재계약 횟수가 제한한다는 조건으로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계약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약정한 기간이 끝나면 대학교원으로서의 신분관계가 당연히 종료되는 '계약제'인 데다, 재임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관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수 기간·계약임용제의 도입 취지가 "정년보장으로 인한 대학교원의 무사안일을 타파하고 연구분위기를 제고하는 동시에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비정년트랙전임교원 임용 제도가 계약제의 입법 목적과 동떨어져 있다는 측면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교원확보율을 높이는 데에만 기여할 뿐, 교원의 교육 및 연구지속성을 기대할 수 없는 편법적 교수 임용제도이기 때문이다.


교원지위법정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비정년트랙전임교원 임용 계약은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2월  "헌법이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은 전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만 귀속시킬 수 없을 만큼, 교원들의 지위 문제는 교육본연의 사명을 완수함에 있어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라며 교원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한 바 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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