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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財閥’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 과학자 사회도 분석
‘財閥’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 과학자 사회도 분석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1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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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계, ‘연결망 이론’ 붐

연결망 이론(social network theory)이 사회과학에서 대유행을 이루고 있다. 기존의 ‘개체’중심적 혹은 ‘구조’ 중심적 접근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이 이론은 ‘관계’에 주목해 행위의 동기와 결과를 이끌어내는 이론.

최근 출간된 ‘경제위기의 사회학’(김은미·장덕진 외 共著, 서울대출판부 刊)은 한국사회가 IMF를 전후하여 개발국가의 패러다임에서 재벌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연결망이론을 통해 규명해낸 국내 최초의 학술서다.

저자들은 “기업집단(재벌)은 한국에만 나타나는 병리현상이 아니라, 세계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전제를 놓고 “세계 각국의 기업집단보다 한국의 재벌이야말로 연결망 분석이 잘 통한다”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한국 재벌들은 ‘중복위계’라 부를 수 있는 철저한 위계적 연결망을 통해 수평적 연결망을 이루는 일본과는 달리 “전체의 이익을 위해 부분을 희생”시키는 계열사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으며, “구성원 전체의 합의”나 “고전적인 집합행동” 같은 단계없이 연결망 생존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쳤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개혁노력을 교란한 재벌들의 생존전략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학사회학 분야에서도 연결망 이론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이희재 연세대 강사는 ‘한국 과학사회 계층에 대한 연결망 분석’이란 논문에서 공저자 연결망, 인용 연결망, 핵심어 연결망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한국 과학계는 3~4명 건너뛰면 모두 연결돼 5.2명인 세계평균보다 훨씬 간격이 좁게 나왔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응용과학자들보다 인용거리가 더 적게 나왔으며, 응용과학 연구자들이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비해, 기초과학 분야는 수직적이며 집중된 관계맺기를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한 지식의 퇴화속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행된 참고문헌 나이 분석결과 과학(13년), 응용과학(11년), 의약학(10년) 순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응용과학 분야가 가장 최신의 과학 정보를 인용하고 기초과학 분야는 비교적 오래된 문헌들도 참고했다.

행정학의 하위영역인 조직연구 분야에서 '공식조직'이 아닌 '비공식조직' 연구에도 연결망이론이 활용되고 있다. 최창현 관동대 교수(행정학)의 '비공식 조직의 사회연결망 분석'이 그것이다.

이 논문은 "조직의 목표, 생산성 수행업무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임금이나 강압적, 주입적 관리태도가 아닌 인간적 관리태도로서의 이행"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흥미롭게도 '대학본부'의 조직을 연결망 이론을

통해서 분석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서로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데도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구성원들보다 타부서의 구성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잘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A라는 구성원은 대학 조직 내에 전자계산소에 근무하고 있는데 같은 부서 내의 B라는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보다 다른 부서인 학사지원과의 C, 학생복지과의 D, 대외협력실의 E와의 연결이 더욱 탄탄하고 빈도도 높다는 것.

최 교수가 파악한 것은  첫째 매개중심성 (betweenness centrality)이 높은 구성원을 파악해, 특정 구성원이 얼마나 타 구성원들을 매개해주는 브로커, 혹은 다리 (bridge)의 역할을 하느냐의 정도, 둘째 수신중심성(in-degree centrality)으로 모두 n명의 구성원이 있을 때, 타 구성원으로부터 연대 활동의 대상으로 선택된 빈도인데, 타 구성원으로부터 활동의 대상으로 지목 받는 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높은 위신(prestige) 혹은 지위(status)를 가진 구성원, 셋째로 발신중심성(out-degree centrality)으로 각 구성원이 외부에 연대활동을 의뢰한 빈도를 의미하며, 발신중심성이 높다는 것은 구성원 간 연대활동을 촉발시키는데 얼마나 적극적인가의 정도이다. 그 결과는 아래의 표와 같다.

▲분석대상 대학 구성원간 중심성 순위 © 최창현, 비공식 조직의 사회연결망 분석

하지만 연결망 이론을 통해서 드러난 미시적 차원을 기존 사회학 분석에서 확보한 거시적 자료와 병합시켜서 종합적 고찰을 얻어내는 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위에서 보듯 연결망 이론이 제시하는 지표들은 심도가 떨어지거나, 보완적 성격을 지닌 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정, 이것을 개체·구조분석 방법과 병행해나갈 때에 구체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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