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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칼럼: 고정관념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학술칼럼: 고정관념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 이정모 성균관대
  • 승인 2005.11.06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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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낳으면 엄마는 정신없어지고 지적 능력이 감퇴한다는 것이 일반 여성들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올 봄에 퓰리쳐상 수상 작가인 캐서린 엘리슨(Katherine Ellison)이 ‘엄마의 뇌: 엄마가 된다는 것이 우리의 뇌를 얼마나 영리하게 하는가’라는 책을 써서 뉴욕타임즈지 등의 기사가 되고, CBS, NBC, BBS 등의 기사가 된 바 있다. 엘리슨이 그런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은 1999년의 신경과학자 크레이그 킹슬리(Craig Kingsley) 등의 연구결과를 접하고 였는데, 엄마가 되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른 신경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남을 확인했던 것이다.

최근 보스톤 글로브지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킹슬리 박사 팀은 몇 개의 실험을 통하여 위의 결과를 지지하는 흥미있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쥐를 대상으로 한 그들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엄마쥐는 처녀쥐보다 인지능력이 급격히 증가하여 냄새와 시각능력이 급증하고 먹잇감을 처녀쥐보다 3배나 더 빨리 찾았다. 엄마쥐 뇌의 해마(기억 및 학습 담당)의 신경로가 새롭게 재구성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엄마쥐가 되면 엄마의 두뇌는 에스트로젠, 코티졸, 기타 다른 호르몬에 의해 마치 흠뻑 목욕을 하듯 된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엄마 혼자 내적으로 두뇌의 변화가 오는 것만 아니라, 새끼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두뇌 변화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새끼를 젖먹이고 다루고 하는 과정에서의 감각적 민감화와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인지적 능력이 상승한다.
그러면 인간에게서는 어떨까.

대개 엄마가 되면 너무 힘들고 일에 부대껴서 결국은 머리가 젤리처럼 말랑말랑해져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일부분 참일 수는 있지만, 상당 부분 사회공동체적 자기암시에 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하이오 신경심리학자 줄리에 수어(Julie Suhr)의 연구에 의하면, 임신한 여성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A집단에게는 "임신이 기억과 과제 수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검사를 한다"고 하고, B집단에게는 설명없이 그 과제를 주었다. 그 결과, A집단의 임신 여성들이 B집단의 임신여성들보다 과제수행점수가 상당히 낮았다. A집단은 임신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부정적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아 헤어나지 못한 것이다.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쥐에게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감각, 인지적 능력 및 용감성 등을 높여준다. 아빠쥐도 새끼와 상호작용하면서 뇌가 더 영리하여진다고 한다. 임신한 엄마처럼 아빠의 뇌에서도 관련 호르몬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은 주로 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인간에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가능성은 많다. 만약 이러한 연구 결과가 옳다면, 임신부, 아이를 낳은 엄마들,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데 많은 조력을 하는 아빠들이 힘들어서 머리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이유로 더 스마트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 가능성을 보여주며, 단지 우리의 부정적 고정상식을 바꾸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쥐 이외의 다른 동물에게서, 그리고 인간에게서 어떤 추후 연구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여진다.

엄마가 되면 머리가, 특히 기억이 나빠진다는 통념,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많은 여성들을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긍정적으로 자신의 인지적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긍정적 신경과학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실제로 엄마의 머리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 등에 의하여 머리가 오히려 더 좋아지는 것이라면, 그런 긍정적 상황을 유지하고 가꿀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할 수 도 있다.

인간 엄마가 겪는 긍정적 측면(신경생물학적으로는 다양한 홀몬의 분비와 아이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인지-수행 뇌기능의 상승이라는 측면)과, 부정적 측면(환경자극의 복잡성, 과중한 일, 참의 부족, 임신 및 출산 이후의 일정기간을 아이만을 주로 상대하고 어른과 사회적 교류가 적다는 등 및 자기최면적 고정관념의 고착화)의 양면에 대한 인지발달심리학적, 인지신경생물학적 체계적 연구를 통하여, 엄마들이 자연적으로 스마트해진 자신의 뇌를 충분히 활용하고, 그를 통하여 아이들에게 긍정적 효과가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지원체계의 확립이 필요한 것 같다. 심리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응용인지공학 등의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이정모 / 성균관대·인지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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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엄마 2005-11-08 13:26:34
애 엄마들은 다 아는 소리를 이제와서 진지하게 하니 당황스럽다.7개월된 애키우면서 돈 벌고 논문쓴다...죽겠다...머리를 쓰는 총량은 늘어났다.이 많은 일을 콘트롤하는게 보통일인가...그러나 하나의 주제에 쓸 수 있는 절대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다...머리가 안돌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생각이 멎는다...갑자기 해야할 일이 두배로 는다면...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