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서울대에 재직하면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해왔지만 강 교수는 격무에 시달려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밝힌다. “서울대에 대한 기대치는 엄청나게 높다. 그러나 정작 연구환경은 따라주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교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연중 치러지는 입시와 해마다 바뀌는 교육과정 등 일상적인 학사업무를 처리하는 데 허비하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것.
속사정은 이러한데도 서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강 교수는 “연구실적은 세계 최고 대학과 비교하면서 왜 교수들의 열악한 연구환경에 대해서는 비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지방국립대에 비해 지원이 많겠지만,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는가”라고 항변한다. 또한 언론을 비롯한 몇몇 적의 속에서 서울대는 망가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대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기초학문에 대한 홀대 이전에, 지금은 나를 위해 투자하고 싶다”며 “서울대는 더 이상 연구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지 못한다”고 강 교수는 말한다. 비록 더 나은 연구를 위해 떠나는 강 교수지만 우리나라의 간판인 서울대에 대한 애정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또한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검증 과정을 거쳐 제도 개선할 것을 당부한다.
‘서울대 교수들은 전사이며 따라서 전쟁터에서 모두 죽을 것만 같다’는 강 교수의 이야기. 서울대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슬픈’ 사건이 아닌가 싶다.
김미선 기자 whwoori@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