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트레프 간텐 교수 © |
▲한스 쉘러 막스 플랑크 분자생의학연구소장 © |
독일에서는 1990년 12월 공포된 배아보호법에 따라 출산목적 이외에 인간배아를 사용하는 어떤 의료행위 및 연구도 금지돼있다. 이 법에 따르면 복제배아를 만들거나 배아 줄기세포 추출을 시도했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배아줄기세포의 수입에 관해서도 2002년 7월에 발효된 ‘줄기세포법’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줄기세포가 임신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남은 배아에서 2002년 1월 1일 이전에 획득 배양됐고, 그 줄기세포를 연구목적으로 수입하려고 하는 경우에 한해서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서 가능하게 했다. 이 법률이 통과된 후 지금까지 13건의 연구 프로젝트가 허용됐다. 하지만 이 법은 당시 불거진 갈등을 잠시 덮어두기 위한 불만족스러운 타협의 결과였기 때문에, 외국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나올 때마다 학계나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기한을 없애버리자거나, 아애 배아 연구를 폭넓게 허용하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연방의원들 중에서는 현행법을 지지하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표적인 관련 연구 자유화론자인 슈뢰더 (전)총리가 지난 6월 14일 괴팅엔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연설에서 제기한 법규정의 완화 주장에 대해서 부정적 반응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으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더구나 이제 곧 출범할 새 내각이 더 보수적인 기민당/기사당 연합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고 녹색당도 이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수년 내에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줄기세포연구의 잠재적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있기 때문에 연구비 지원이 줄어들 것 같진 않다. 오히려 그 동안 집중적으로 지원했던 성체줄기세포연구는 물론이고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도 법 규정을 최대한 신축적으로 운용해 연구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쟁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대개 비슷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독일의 제한적인 관련 법규는 배아를 사용하는 연구에 대해서 유독 민감한 여론과 그런 여론에 ‘민감한’ 정치결정권자들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독일에는 나찌 시대의 인체실험과 우생학 등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깔려 있고, 1980년대를 거치면서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물인 ‘배아보호법’의 정신을 훼손할 구체적인 이유가 없다는 여론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지금 연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외국으로 치료받으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지만,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기 전까지는 그런 으름장이 별 효험을 볼 것 같지는 않다.
정광진 / 독일통신원·빌레펠트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