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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연구·학습공간 개선 필요”... “대학, 지역혁신 주체 돼야”
“대학원, 연구·학습공간 개선 필요”... “대학, 지역혁신 주체 돼야”
  • 윤정민
  • 승인 2022.02.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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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판사회학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22년 고등교육 현안 토론회 10일 개최

“융합전공, 국내 학점교류 확대 등 대학원 학사제도를 현대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연구, 교육, 혁신 등 세 활동에 모두 참여하는 주체가 대학이다. 대학이 지역혁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비판사회학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10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연 ‘2022년 고등교육 현안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토론회에서 인문사회학자들은 대학원 혁신안,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 인문사회 학술정책 재구조화 등을 논했다.

 

한국비판사회학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10일 '2022년 고등교육 현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석열 남서울대 교수는 대학원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비판사회학회 유튜브

대학원 인재상 과거에 머물러 있어

이석열 남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사회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인재상 구축, 학사제도 탄력적 운영 등 대학원 혁신 방안 8가지를 제안했다. 이는 전국 일반대학원장과 한국대학평가원 평가위원 중 101명이 응답한 만족도 조사(5점 리커트 척도, 2020년 10월 2일~11월 18일 실시)와 106곳의 일반대학원 운영 실태(2020년 기준) 등을 분석해 제안한 내용이다.

이 교수는 일반대학원의 목적을 설정하는 데 학문적인 활동에서 더 나아가 사회와 기업 등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사학위 취득자의 진학률이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는데, 대학원 졸업자 취업률은 2020년 80.2%로 2008년 대비 약 10%p 올랐다. 이 교수는 “박사과정을 마친 학위취득자가 대학 내부에서 자리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며, “이러한 고급 인력은 기업 등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융합전공, 국내 학점교류 확대뿐만 아니라 계절학기를 정규학기로 개편하는 등 다학기제 운영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학원장과 평가위원들은 대학원의 사회적 수요 반영차원을 묻는 질문에 ‘융합전공 확대’(4.04점)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대학원 학과·전공 간 연계나 학제 간 공동 전공 확대 개발 도입(3.91점)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며 대학원까지 학사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공간, 학습공간 등 물리적인 측면에서의 대학원 행정지원 개선도 언급됐다. 대학원이 행정적인 측면에서 적절히 지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학습공간의 충분성이 3.34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연구공간 제공도 3.40점이었다. 이는 대학원 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물리적인 지원이 부족해 나타난 불만족으로 풀이된다. 대학원 연구에 대한 인식 조사 중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의 중요성’이 4.63점으로 높았으나 ‘학생의 연구 환경(기자재 등) 충분성’이 3.53점으로 가장 낮았다.

 

한국비판사회학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10일 '2022년 고등교육 현안 토론회'를 열었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한국비판사회학회 유튜브
한국비판사회학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10일 '2022년 고등교육 현안 토론회'를 열었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한국비판사회학회 유튜브

지역사회-대학 연계 여전히 미비해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과)는 ‘지식 트라이앵글’의 시각에서 연구, 교육, 혁신 등 세 활동에 모두 참여하는 주체가 대학이라고 말했다. 지식 트라이앵글은 연구, 교육, 혁신간 상호작용을 지역 내에 통합적으로 결합하는 개념이다. 즉, 지역 성장과 발전에 핵심인 대학이 지식 확산과 지역사회의 혁신을 촉진하는 기업가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후 정부가 대학과 지역산업 간 협력을 지원해왔으나, 지식 트라이앵글 관점에서 볼 때 지역사회와 대학의 연계는 미비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처럼 국가산업에 집중하느라 지역에 기여하는데 뚜렷한 한계를 보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 교수는 지역대학이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거버넌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지역대학이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형성되기 어렵다”라며 “지자체의 재정 지원 비중을 늘리면서 지역혁신위원회에 대학이, 그리고 대학의 이사회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대학이 지역이슈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자연스럽게 지역혁신을 위한 여러 문제(교통, 공공의료, 인재육성, 창업 등)에 대학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가 사회를 맡은 토론회에서 조은주 전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지역대학의 생존이 단지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고서는, 지역대학의 위기에 관한 논의는 교육부가 주도하고 강제하는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대학원 혁신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은 대학원생의 역할 부여와 지원으로부터 풀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산학협력단을 대학 본부로 통합하고 연구관리·지원부서를 대폭 키우는 길 이 대학에서 안정적으로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대학과 지역을 연계시키는 업무를 수행하는 혁신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강재 서울대 교수가 '문명대전환 시대 인문사회 학술정책의 혁신적 재구조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비판사회학회 유튜브

문명대전환 시대에 걸맞은 인문사회 학술정책 필요

대학 관련 의제에 앞서 인문사회 학술정책에 관한 의제 토론이 진행됐다. 이강재 서울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훈민정음 반포 600주년을 맞는 2046년에 한국 인문사회 학술이 세계 선도적 지위를 차지해 성숙한국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인문사회 학술이 과학기술 분야보다 외면받고 있는 현 실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그는 “학술기본법을 제정해 인문사회 학술지원의 근거와 목적으로 분명히 해두어야 하며, 학술정책연구기관을 신설하고, 차기 정부가 임기 5년이 끝나는 2027년까지 인문사회 학술지원 예산이 1조원에 도달할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학술기본법을 제정하는 이유로 “과학기술 분야가 과학기술기본법을 비롯한 20여 개 이상의 법률을 통해 국가지원 근거와 연구자 지위 등을 촘촘하게 제시하는 반면, 인문사회 학술정책은 아직 미비하고 관련 지원 조직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국회가 ‘기초학술기본법’을 발의했으나 후속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다”라며, “기본법 제정을 통해 국가적으로 인문사회 학술지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027년까지 인문사회 학술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지난해 정부 R&D 예산이 27조4천5억원으로 2017년보다 40.8% 늘었지만, 인문사회 순수 학술예산은 3천226억원으로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라며 두 분야 간 지원 격차 심화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가 선도형 학문에 걸맞는 ‘인문사회 학술정책연구원’(가칭) 설립과 국가학술연구교수제도 운영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비판사회학회 유튜브

인문사회 학술정책 기구·제도, 선진국 필수조건

김귀옥 한성대 교수(사회학과)는 ‘인문사회 학술정책 연구원’(가칭)과 그 연구원 속에 ‘국가학술연구교수제도’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으로써 선도형 학문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가 학문 전반적인 지원에 나서서 기초분야 인문사회에 대한 학술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며 제안 이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해방 이래로 한국 사회에는 기초분야 인문사회 관련 학술정책은 전무했다”라며 “이 상황에 학술생태계는 위축돼 비정규직 연구자들의 연구권이 박탈당할 지경이고,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해온 대학원마저 폐문당할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한국형 학문을 지향하는 인문사회 학술정책 연구원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자유와 책임, 전승과 혁신, 다양성과 포용성, 전문성과 대중성이라는 가치를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DB, 방법론, 환류센터’, ‘연구윤리센터’, ‘Open Access센터’, ‘기초학술연구교류센터’와 ‘시민학술센터’ 등을 갖추고 중앙과 지역, 연구원과 대학연구기관과 시민연구자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지식기반사회에 평생교육과 평생연구를 할 수 있는 거버넌스로 성장·성숙되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위행복 한양대 명예교수(중국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인문사회 학술정책 의제 관련 토론회에서 배성인 성공회대 교수(사회융합 자율학부)는 “학술생태계의 선순환구조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에 적극 동의”하지만, “연구자들의 학술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며 “지금보다 더더욱 광범위하게 대중적으로 학술운동을 펼치는 것이 긴급히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박치현 대구대 교수(성산교양대학)는 이강재 교수와 김귀옥 교수의 제안에 더해 ‘기초 인문사회과학원’ 설치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기초 인문사회과학원이 김귀옥 교수가 제안한 ‘학문정책연구실’에서 별도 기관으로 독립한 형태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체제 위기 속에서 인문사회 학술생태계를 유지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문후속세대를 중심으로 개인과제 중심으로 연구비와 연구공간까지 제공하는 기초 인문사회과학원을 비수도권 몇 곳에 설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연구재단이 운영하는 인문사회학술교수A·B형을 확대하되, ‘연구공간’을 비수도권에 두는 지원책”이라고 덧붙였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발제자들이 제안한 학술정책 실현이 “대학입시와 고등교육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만병통치의 비법은 아니지만, ‘촛불혁명’에 어울리는 대전환을 이끌어낼 도화선”이라고 전했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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