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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유대인
만들어진 유대인
  • 최승우
  • 승인 2022.01.24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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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모 산드 지음 | 김승완 옮김 | 배철현 감수 | 사월의책 | 670쪽

“유대 민족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발명되었는가?”

24개국 번역, 전 세계 언론과 학자들로부터 크게 주목 받은 문제작
오늘날 다시 득세하는 민족주의에 대한 가장 통렬한 비판서

‘민족’이란 개념은 허술하다.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오랜 세월 동안 고정된 동질 집단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쟁과 이주를 겪으면서 타 집단과 섞이지 않고 민족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그래서 모든 민족국가는 하나의 민족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신화와 조작된 역사를 창조한다. 이 신화가 길고 찬란할수록 국민을 통합된 집단으로 이끌기 쉽다.

『만들어진 유대인』은 이런 신화 위에 건설된 나라 이스라엘의 역사적 진실에 깊이 다가선 책이다. “2천 년의 유랑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아 옛 고향땅을 되찾은 어느 뛰어난 민족”이라는 서사는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신화다. 저자는 이 서사가 완전한 허구임을 밝힌다. 유랑은 없었고, 따라서 고향땅에 남은 이들도 같은 뿌리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자신 유대인이자 이스라엘인이기도 한 저자는 이런 작업을 통해 단일 종족으로서 ‘유대인’이라는 신화, 단일 민족국가로서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를 해체하고자 한다. ‘유대인의 나라’라는 이념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폭력적 패권주의를 정당화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제는 오히려 반유대주의를 부채질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민족’이 그 구성원에게 든든한 정체성을 제공하는 기능뿐 아니라, 동질성이라는 이름 아래 내부 불평등과 배제의 정치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 데 있다.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의 거대 유대인 권력에 도전하는 이 위험한 책이 출간 직후 24개국 언어로 번역되고 유명 언론과 학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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