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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대선 후보에 전달
"전문대,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대선 후보에 전달
  • 윤정민
  • 승인 2022.01.25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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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 열어
고등교육 학제 개편,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정 등 대선 공약 제안
주요 정당과 전문대 인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고등직업교육 관련해 대선 어젠다로 제안한 3가지 문구를 담고 있다. 신용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장, 권창현 계원예대 총장, 나승일 국민의힘 교육정책분과위원장, 박백범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 사진=윤정민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고등교육체제 혁신,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전문대 육성,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회장 박주희)가 주요 정당 대선 캠프에 전달한 공약이다. 학회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토론 주제는 ‘전문대학 20대 대선 어젠다’로, 강문상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이 좌장을 맡았다. 토론에는 이정표 한양여대 교수,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황준현 크래비스 대표, 양영유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강문상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이 대선 후보들에게 8개의 세부 공약을 제안했다. 출처=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유튜브 캡처

연구중심·직업교육중심 학제 개편해야

‘고등교육체제 혁신’ 의제의 핵심은 △직업교육기본법(가칭, 이하 기본법) 제정 △고등직업교육 수업연한 다양화 △정부의 한계사학 퇴로 방안 마련이다. 강 소장은 고등교육체제를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하자고 주장했다. 기본법에 따르면, 학문연구중심대학은 일반대 중 100여 곳으로 제한해 육성하는 대신 이들 대학의 학부 정원을 감축하고 대학원 정원을 늘린다. 직업교육중심대학은 기존 일반대(희망 대학), 전문대, 산업대, 기술대, 폴리텍 등을 포괄하는 실무중심의 학문 체제를 말한다. 강 소장은 “고등교육 재구조화로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확보해 직무능력중심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등직업교육 수업연한 다양화’는 기존 2, 3년 중심의 경직적인 학제를 1년 미만 단기과정과 4년제 과정까지 자율화하자는 게 골자다. 강 소장은 “단기과정은 경력단절 여성·고령자의 재취업과 재직자 직무향상을 위해, 4년 과정은 고숙련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제 자율화로 노동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고 고숙련·창의인력을 중소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계사학 퇴로 방안 마련’은 대학이 폐교 시에 발생할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의제다. 학교 인근 지역의 청년층이 이탈해 지역사회 공동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강 소장은 회생가능 대학을 지원하고, 부실대학과 한계임박형 대학의 자발적인 퇴로를 지원하도록 상시 평가시스템을 도입하자고 말했다. 

 

전문대 공교육비 2조7천억원 증액 필요

강 소장은 고등직업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OECD 평균 수준인 약 3조2천억 원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2조7천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원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내국세와 연동해 약 1% 수준(약 2조5천억 원)으로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국가 평균 대비 약 47.4% 수준이며, 일반대(69.1%) 등 전체 교육기관 중에도 가장 낮다. 정부의 미흡한 재정지원과 경직성경비(인건비 및 관리 운영비 등) 증가는 전임교원 확보율,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등 전문대의 교육 여건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킨다.

국가장학금에 ‘성인학습자 평생·직업교육장학금’을 신설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강 소장은 직업교육(직무수행능력 향상, 이·전직, 재취업 등)을 목적으로 고등직업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30세 이상 성인학습자가 지원 대상이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취약계층인 고졸 성인학습자에 대한 직업교육 확대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노동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밖의 제안으로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법적 근거 마련과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전문대 정규과정(학점 또는 비학점) 연계가 있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기초지자체와 연계해 지역특화분야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고, 지역 수요 기반 성인학습자 교육과 지역착근형 생애 전(全) 주기 직업교육을 활성화하자는 정책 제안도 있었다. 지역특화산업과 연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안에 대해 강 소장은 “전문학사 출신의 외국인 기능인재 비자(준숙련 비자)를 신설해 노동인력 부족 문제 해소와 지방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24일 ‘전문대학 20대 대선 어젠다’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황준현 크래비스 대표, 이정표 한양여대 교수,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 강문상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양영유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 사진=윤정민

전문대, 후학습 전담기관으로... 10년째 정책 바뀌지 않아

전문대 관계자로 토론에 참여한 이정표 한양여대 교수(유아교육과)는 대선 공약 과제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이 아닌 ‘전문대학’에 주목한 공약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극소수 연구중심대학을 제외하면 일반대도 전문직업인 양성을 주된 교육 기능으로 수행하는 만큼 전문대와 일반대 간 경계가 희미해진 지 오래”고 “기능대학도 전 국민의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책임지는 핵심기관으로 계속 신설되는 만큼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개념이 현실적으로 다원화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대라는 존재를 정부나 사회 전반에 분명히 부각시키고 전문대를 살리는 길이 고등직업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는 걸 드러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 교수는 직업교육 핵심축을 직업계고가 아닌 전문대 수준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선취업 후학습’ 정책을 유지·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전문대를 후학습 전담기관으로 정해 직업계고-전문대학(전문학사-학사-실무석사)의 계속직업교육 통로가 보장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계 관계자로서 ‘중소기업 전문대 인력양성사업 활성화’와 ‘중소기업 재직자 교육훈련 예산 확대 및 투자 촉진’을 제안했다. 노 위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사관 육성사업 등 직업계고와 전문대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전문대 졸업생을 예비 연구자로 뽑는 트랙을 신설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문대는 중소기업과 상호협력으로 ‘학사학위 심화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며,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는 해당 중소기업에 연구전담요원으로 편입할 것을 전제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준현 크래비스 대표는 대졸 4년제 이상 연구개발직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를 생산직군에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산업계 관계자로 토론에 참여한 황 대표는 대졸 4년차보다 연구개발에 더 적합한 자질을 갖춘 전문대졸·고졸 직업인을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들에게 병역 문제 등으로 꾸준히 연구개발 기회를 주지 못하는 데 아쉬웠다며 정책 제안 이유를 밝혔다.

양영유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은 10년 전에도 학령인구 감소, 일반대와 전문대 졸업자 간 임금 격차 등 고등교육과 관련한 문제가 꾸준히 논의돼왔지만, 지금과 비교했을 때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그동안 전문대가 ‘저비용 고효율’로 인재를 배출해왔다며, ‘고비용 고효율’로 나아갈 수 있게끔 “지금의 어젠다가 정당에 상관없이 공약에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유토론에는 주요 정당 인사들이 참여해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왼쪽부터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위원, 박백범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 강문상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 나승일 국민의힘 교육정책분과위원장, 신용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장. 사진=윤정민

여야 구분 없이 “전문대를 어떻게 살릴지 중요”

자유토론에는 박백범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 나승일 국민의힘 교육정책분과위원장,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위원, 신용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장이 참여해 주요 정당별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박백범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8대 교육 공약 중 지역대학 혁신법인 설립 등 고등교육 관련 공약이 있다며 오늘 들은 의제들을 활용해 세부 정책안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박 부위원장은 “지역적인 여건 등을 이유로 자진해 퇴출할 때 공익법인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겠다”라며 “여야, 진보·보수 구분 없이 전문대를 어떻게 살릴지 노력해왔다“라고 말했다.

나승일 국민의힘 교육정책분과위원장은 “미래 신산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의 질을 높이고, 실무형 전문 기술인 양성을 위한 고용 중심 교육체제로의 개편”이 윤석열 후보의 고등교육 관련 공약 핵심이라고 밝혔다. 나 위원장은 고등교육학제 개편안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짧은 대선 기간에 논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신규 인력뿐만 아니라 재직자 역량 향상을 위해 전문대가 힘쓴다면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자율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이 다시 도달하기 위해 교육 강국을 내걸고 전문대가 당당하게 지역거점 평생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오늘 나온 의제들을 전적으로 공감하며, 대선 공약이나 당 활동 등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고등직업교육과 관련한 정의당 대선 공약으로 ‘정부 재정지원’, ‘고등 평생직업교육’, ‘지역 선순환’, ‘대학상생’ 등을 키워드로 삼았다며 앞으로 수정하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학 무상교육은 전문대부터 진행돼야 하고, 전문대 혁신지원도 이월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대 혁신지원사업은 꾸준히 예산을 문제없이 지원했지만,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의 경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예산 이월이 해마다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신용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장은 대선 공약으로 고등교육 재원 안정성 확보, 교육기구 세액 공제 확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학령인구가 준 것이지, 교육받는 사람은 재교육 등으로 훨씬 늘었다”라며 “전문대 퇴출보다는 전문대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허브로서 평생학습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다른 토론자와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고등교육 학제 개편이 장기 과제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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