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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8] 약초도 노인의 세번째 다리가 되기도 하는 식물, 명아주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8] 약초도 노인의 세번째 다리가 되기도 하는 식물, 명아주
  • 권오길
  • 승인 2022.01.25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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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아주(Chenopodium album)는 비름과에 속하는 일년생초본(草本)으로, 전국 각지에 넓게 분포하고, 줄기는 위로 곧게 자라는데, 높이 1m, 지름 3㎝에 달하며, 줄기는 모가 지고 녹색의 줄이 있으며, 줄기로는 지팡이를 만든다. 사진=위키미디어

 

청려장(靑藜杖)을 직역하면 ‘푸르고(靑) 검은(藜) 지팡이(杖)’란 뜻인데, 지팡이는 작대, 작대기, 작지, 막대기, 지팡막대, 단장, 주장들로 불린다.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짚는 지팡이는 “효자보다 낫다.”라고 한다. 1992년 '노인의 날(10월 2일)'부터는 그해 100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대통령 명의로 청려장을 주는 행사가 생겼다. 이처럼 청려장은 전통 장수 지팡이이자 민속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려장은 명아줏과의 한해살이풀인 명아주의 대(원줄기)로 만든 지팡이로 중국 후한 때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한국에서도 통일신라부터 장수(長壽)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청려장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에는 자연산 명아주 대신 일부러 모종을 부어서 육묘(育苗)해 재배한 명아주로 청려장을 만드는데, 경상북도 문경시 호계면이 대표적인 산지라 한다. 청려장을 ‘는장이’라고 하고,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다 자란 명아주 줄기는 가볍고 단단하기에 지팡이에 적격으로 꼽힌다. 명아주로 만든 청려장은 특히 재질이 단단하고 가벼우며, 모양 또한 기품과 품위가 있어 섬세한 가공 과정을 거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예부터 환갑을 맞은 노인의 선물용품으로 청려장은 널리 이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나이 50세가 되었을 때 자식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청려장을 가장(家杖)이라 하고, 60세가 되었을 때 마을에서 주는 것을 향장(鄕杖), 70세가 되었을 때 나라에서 주는 것을 국장(國杖), 80세가 되었을 때 임금이 하사하는 것을 조장(朝杖)이라 하여 장수한 노인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

지팡이에 관련한 관용어, 속담을 찾아보았다. “쌍지팡이를 짚고[들고] 나서다.”란 말은 어떤 일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간섭하여 나섬을, “소경(봉사/장님)이 넘어지면 지팡이 나쁘다 한다.”란 자기 잘못으로 그르친 일을 공연히 남의 탓으로 돌림을, “굽은 지팡이는 그림자도 굽어 비친다.”란 제 본디의 모습이 좋지 못한 것은 아무리 하여도 숨기지 못함을, “내 건너간 놈 지팡이 팽개치듯 한다.”란 냇물을 건널 때는 요긴하게 잘 쓴 지팡이를 강을 건너고 나자 필요가 없다고 내던져 버리듯 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필요할 때는 가까이했다가 아무 소용이 없어지면 인연을 끊어버리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면 명아주가 어떤 식물인지 알아보자. 명아주(Chenopodium album)는 비름과에 속하는 일년생초본(草本)으로, 전국 각지에 넓게 분포하고, 줄기는 위로 곧게 자라는데, 높이 1m, 지름 3㎝에 달하며, 줄기는 모가 지고 녹색의 줄이 있으며, 줄기로는 지팡이를 만든다. 또 유사 식물로 좀명아주, 참명아주, 버들명아주, 청명아주 등이 있다. 
명아주는 가지를 많이 치고, 큰 것은 2~3m까지 자라는데, 잎은 매우 부드럽고, 식물 전체에 흰 가루가 덮여 있다. 동아시아(한국, 일본, 중국)가 원산지이며, 남극을 제외하고 세계 아무 곳에나 서식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북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질소 성분이 많은 황무지나 묵정밭(휴경지)에 많고, 전국의 밭이나 들에 주로 자라며, 밭에서는 곡식과 심하게 경쟁하는 잡초이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모양이며, 어릴 때 중심부에 붉은빛이 돌고,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잎의 모양이 거위의 발을 닮았기에 서양에서는 ‘goosefoots’라 부른다. 꽃은 황록색으로 6∼7월에 피며,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 피는 양성화(兩性花)이다. 꽃잎이 없고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꽃받침으로 싸인 포과(胞果)이고, 9∼10월에 흑색의 열매를 맺는데, 수천 개의 검은 씨앗이 들었다.

어린 잎사귀와 줄기, 꽃을 나물로 식용하는데, 신장결석 등의 원인이 되는 옥살산(oxalic acid)이 많으므로 과량 복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생즙은 일사병과 독충에 물렸을 때 쓰는데, 많이 먹으면 역시 피부병을 일으킨다. 약초로도 쓰는데, 해열·살충·이뇨 작용 등이 있으며, 이질로 복통·설사를 일으킬 때 40∼80g을 달여서 복용한다. 피부의 습진, 전신 소양증(가려움증), 피부에 생기는 흰 반점인 백전풍(白癜風) 등에도 이용되며, 독충에 물렸을 때 찧어서 환부에 붙이기도 한다. 또한, 민간요법으로 잎을 건위제, 강장제 등으로 사용하였고, 달인 물은 두드러기, 피부염 등에 사용하였다. 흰 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니 잘 씻어내고 사용해야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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