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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계속 가꿔야 하는 ‘정원’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계속 가꿔야 하는 ‘정원’
  • 유무수
  • 승인 2022.02.03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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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밀림의 귀환』 로버트 케이건 지음 |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223쪽

정원을 방치하면 잡초·넝쿨 무성한 밀림으로 변화
지난 25년은 전례 없는 풍유·자유가 주어진 시대

대다수의 남들이 ‘예’ 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데에는 확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고독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권위주의 정부시절 남들이 한미동맹에 대해 ‘예’할 때 좌파 운동권 세력은 ‘아니오’ 하며 미군철수를 외쳤고 감옥까지 간 경우도 있었다. 웰빙 기회주의에 안주하지 않고 어떤 이념에 투신하는 열정이 있었던 이들이 세력을 확장했고 결국 국가권력을 장악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을 줄이거나 철수하라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어가고 있다. 뭣 하러 중동, 독일, 일본, 한국 같은 남의 나라 안보에 막대한 국방비를 들이부으며 희생하고 있냐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추세가 공직과 외교 분야에서 경험이 전혀 없었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은 너무 많은 것을 성취하려다 미국의 국익을 훼손하고 미국인을 소외시켰다는 것이 트럼프와 공화당의 시각이었다. 오직 미국 내부에서 국익에 우선하라는 주장은 부시, 클린턴, 오바마로 이어지는 정부의 정치계와 학계, 언론계와 미국민의 여론에서 계속 고조되어 왔다. 그러나 공공정책과 미국사 연구자인 로버트 케이건 저자는 미국의 이런 대세에 대해 ‘아니오’라고 한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미국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가꾸어가야 할 ‘정원’이며, 손을 떼고 방치한 정원은 잡초와 넝쿨이 무성한 ‘밀림’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려면 미국의 힘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과거와 깊은 대화를 하며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세기 첫 25년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탄생했다. 두 번째 25년에는 히틀러와 스탈린이 등장했고 홀로코스트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세 번째 25년 동안에는 냉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이 일어났다. 

 

로버트 케이건은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며,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국무부에서 일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저자는 질문한다. 지난 25년 동안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가꾸려 한 미국의 외교정책이 참사였다면 그 이전 어느 25년이 바람직하다는 것인가? 미국의 힘과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만든 지난 25년은 그 이전과 비교할 때 세계는 전례 없는 풍요와 자유 속에 있었다. 미국이 정원을 관리하던 힘을 회수하고 각자 알아서 하라는 방임주의를 선택해나갈 때 대만과 남중국해를 노리는 시진핑과 우크라이나를 노리는 푸틴의 야망은 어떤 행동으로 흐를 것인가?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의 기억에 넌더리를 내고 중동에서 유입된 이민자를 거부하는 경향의 독일대안당이 92석의 세 번째 정당이 되었고, 유럽전역에서 국가주의 당들이 약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전쟁과 무관한 세대는 세계 제2차 대전의 사죄에 피로감을 느끼며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경계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들 사이에 숨어 있는 히틀러나 스탈린을 주의해야 하며, 정원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이 애치슨라인으로 한국의 정원에서 힘을 빼는 듯한 인상을 풍겼을 때 김일성은 스탈린의 지원을 요청하여 기습남침으로 대한민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런 과거와 대화할 때,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핵무기 보유에 더하여 미사일 실험으로 전쟁능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정은에게 어떤 동기가 부여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하는가.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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