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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유럽의 ‘고등교육의 유럽공간’구상
[해외통신] 유럽의 ‘고등교육의 유럽공간’구상
  • 이선주/파리3대학
  • 승인 2001.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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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5 16:03:25
지난 1992년 체결된 마스트리치(Maastricht) 조약의 1백26장에는, 양질의 교육발전을 위해 지역적/국가의 범위를 넘어 유럽 내에서 상호협조적이며 역동적인 교육을 모색한다는 내용이 명기되어 있다. 사람과 재화가 국경 없이 오갈 수 있게 되었으니 대학의 학문연구도 그 리듬에 맞추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12개국을 헤아렸던 유럽연합국이 95년에는 15개국으로 늘어났고, 이제 유럽연합 가입국이 중앙유럽 및 동유럽으로 확장될 시점을 맞이하면서, 이제까지 막연하고 피상적이기만 했던 ‘유럽공간’은 정치, 경제분야뿐 아니라, 사회, 문화, 그리고 교육분야에까지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 개념이 되고 있다.

‘고등교육의 유럽공간’(the European Higher Education Area)은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지난 1998년 5월,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태리의 고등교육담당장관들이 파리의 소르본느 대학에 모여서 파리대학창립 8백주년 기념회를 가졌는데, 당시 프랑스의 교육부 장관인 끌로드 알레그르가 ‘고등교육의 유럽공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이다. 당시 4개국의 승인을 얻었던 ‘고등교육의 유럽공간화’ 계획안은 중유럽과 동유럽으로 확산되어 지난 5월 18일부터 이틀동안 체코의 프라하에서 개최된 모임에서는 32개국으로 늘어났다.

구체적인 실현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교육체계의 조화’를 위해 유럽의 대학들이 비슷한 교육체계를 갖춰, 편입학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등교육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구별하여 통일하고, 학기나 학년 중의 이동하기 쉽도록 당분간 ‘연간 60학점이수’를 기준으로 정한다. 유학장학금을 확충하여 자국에서 진행중이던 공부를 다른 나라에서도 무리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한다. 직업교육도 포함되는데, 일부 유럽대학들에서는 일종의 ‘직업학사’(professional Bachelor’s) 과정을 신설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교육체계의 조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교육기관에 따라 수준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고등교육의 유럽공간화’의 목적은 교육의 평준화가 아니라 함께 발전하자는 것이다. 교육의 질 관리와 교육기관의 학력을 검사하는 기관인 ‘고등교육질보장 유럽네트워크’를 설립하여 유럽국가만이 아니라 전세계로 확장시키는 작업도 진척중이다. 특히 이번 프라하모임에서 강조된 내용은 평생교육의 중요성이다. 대학의 의무를 평생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생생한 역할을 한다는 데도 있다는 것이다.

이상의 방안들은 그 현실가능성을 고려해서 2010년까지 각국이 각자의 단계에 맞게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실현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새로운 계획들은 아니다. 그 동안 유럽공동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협력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특정교육 기관별로 상호교환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고등교육의 유럽공간’의 역사적인 의미는 교육을 통해 사회문화적인 기반을 준비하자는 데 있다. 그래서 이를 두고 혹자는 ‘교육의 마스트리치’라 부르기도 한다. 마스트리치조약이 유럽연합국가들간의 자유로운 왕래에 의해 세계속의 강력한 ‘경제유럽’을 꿈꾸었듯이, 지금 유럽은 왕성한 교육왕래를 통해 강력한 ‘교육유럽’을 꿈꾸고 있다.
이선주/파리3대학 수학·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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