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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부터 폭증하는 남성의 자살률
중년부터 폭증하는 남성의 자살률
  • 유무수
  • 승인 2022.01.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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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숭배 애도 적대』 천정환 지음 | 서해문집 | 400쪽

자살이 만연한 원인은 신자유주의 ‘자기책임주의’
공감적 경청은 자살 바이러스 퇴치하는 백신이다

한국인의 자살을 다룬 이 책에서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자살에 대한 지식을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살이 최선의 정답인 것처럼 몰아가는 논리의 매트릭스에서 탈출할 수 있는 틈을 좀 더 벌려보자는 취지다. 

 

2018~2019년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감소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OECD국가 자살률에서 한국은 2003부터 2019년까지 2017년을 제외하고는 1위를 달렸다. 2019년 기준 남성의 자살률은 중년부터 폭증한다. 20대는 21.6명(10만 명당), 30대 33.6명, 40대 44.5명, 50대 50.5명, 60대 54,2명, 70대 74.6명, 80세 이상 133.4명이다. 2021년 5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우울 위험군은 6배, 자살생각 비율은 3.5배가 높아졌다. 정부의 예방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구조적·문화적·정치적 한계”로 ‘자살 공화국’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쩌다 자살공화국이 되었을까. 사진=픽사베이

저자에 의하면 현실에서 자살 문제의 가장 큰 이데올로기적 장애는 신자유주의가 광범위하게 퍼뜨린 ‘자기책임주의’이다. 직장 내에서 차별과 갑질로 하고 싶은 말을 끊임없이 억압하는 분위기는 자살 사고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 책에서 예시를 든 연예인 최진실 씨의 경우에는 자살 직전 수많은 악플이 있었다.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크 비포 베라르디는 한국 사회는 경쟁, 개인주의, 속도 등이 지나치다고 진단했다. 이런 사회에서 차별, 갑질, 악플까지 추가되면 자살 바이러스가 활성화된다.

자살 사고를 극복한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자살률을 감소시킬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들은 상담자와 부모, 친구가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때 자살의 유혹을 돌파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공감적 경청은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산소를 공급해주며 시야를 탁하게 덮은 먼지를 씻어준다. 공감적 경청은 자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과 같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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