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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후 정의다
이제는 기후 정의다
  • 신승철
  • 승인 2022.01.1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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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과 역사적 책임

『뉴래디컬리뷰』 통권 제2호(2021 겨울호)가 ‘기후 위기에서 기후 정의로’를 이슈로 다뤘다. 신승철 『뉴래디컬리뷰』 편집위원은 「인류세와 기후 정의, 왜 지금 당장의 문제인가?」를 통해 기후변화가 마음·상상력·인문학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기후 우울증이라고 불릴 만큼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는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필자의 동의를 얻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폭염과 물 부족·영양 불균형으로 수천 만명이 사망하는 상황
전기와 가스 없는 실존적 위기 상황에서 기후 위기까지 가세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시나리아에 있어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감축 규모가 향후 매년 GDP 기준 14%로 IMF 사태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에 이르러야 하며, 전해 대비 다음 해 더 감축하는 상황으로 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능동적 전환에 나서야 할 때라는 점이 드러난다. 능동적 전환은 문명이 갖고 있는 삶의 양식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전반에 대한 전환이다. 능동적 전환은 상황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능동적으로 활력과 정동(affect)을 발휘해서 바꾸려는 실천가나 활동가와 같이 주민과 시민이 재탄생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수동적 전환의 대표적인 담론은 산업 전환이다. 성장주의 문명에 깊게 연루된 기업가와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위를 가진 노동자층 등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고 있다. 산업 전환에 대한 수동적 전환으로의 방치는 사실상 일자리, 복지, 소득의 위기로 치달아 결국 민중에게는 기후 불평등, 실업, 양극화, 빈곤, 차별 등의 상황으로 향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기후 정의가 없는 산업별 전환은 시민과 노동자의 삶을 초토화할 것이지만 그 규모가 화석연료 기반의 전통 산업과 제조업 등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고려한다면 산업노동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기후 난민으로 전락하는 제3세계…기후 불평등을 고민할 때

그러나 더 심각한 상황은 물, 가스, 전기 등 라이프 라인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를 맞이하는 제3세계 상황이다. 제3세계 민중들은 상상을 초월한 실존적인 위기 상황과 기후 불평등에 따라 시시각각 기후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13억 명이 하루 한 끼 열량의 식사를 하고 있고, 매년 600만 명의 기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매년 영양 불균형 사망자가 3천700만 명씩 발생하고 있다. 엄청난 폭염과 물 부족 상황에서 수도시설도 안 되어 있는 제3세계가 버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여름의 방글라데시의 상황은 거주 불능 지역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많은 방글라데시 민중들이 길을 나서 기후 난민이 되었다. 

 

난민은 기후 문제가 촉발시킨 내전이 원인

현재 전 세계 난민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숫자만 약 8천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며, 그중 대부분이 전쟁과 내전으로 인해 발생된 난민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실 그 내막을 잘 살펴보면 물 부족에 의한 분쟁이나 농업이 불가능해진 기후 위기로 인한 내전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난민의 대부분은 기후 난민인 것이다. 문제는 기후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는 선진국인 제1세계이지만, 그 최대 피해자는 기후 위기에 책임이 없는 제3세계라는 점이다. 

기후 부정의의 상황은 미셀 푸코(1926~1984)가 말했던 제1세계 내에서는 힐링, 웰빙, 자기 계발, 심리치료, 미디어 등을 통해 잘살도록 하면서도, 문명 외부인 제3세계는 죽든 살든 내버려 두는 생명 정치 단계의 모습으로 현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제적인 상황에서의 기후 정의는 국제적인 구도를 바꾸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유엔은 기후 난민과 같이 주권 질서로부터 예외 상태에 있는 민중들에게 적합한 국제기구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난다. 

국제적인 기후 정의에 대한 논쟁의 지점은 중국이 현재 가장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이므로 현재적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의 ‘현재적 책임’을 강조하는데 제1세계의 모습으로부터 나타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100년 이상 머문다는 점에서 지난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했던 미국과 유럽의 ‘역사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현재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의 공방으로 교토체제와 포스트 교토체제에서 실효성 있는 국제정책을 내오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했던 경험은 국제사회의 뼈저린 기억이다. 이에 따라 ‘고옫ㅇ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명제로 모인 신기후체제의 의미 역시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신승철
뉴래디컬리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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