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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주최 ‘중세적 인식론의 변환과 새로운 담론의 모색'
[초점]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주최 ‘중세적 인식론의 변환과 새로운 담론의 모색'
  • 이세영 기자
  • 승인 2001.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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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5 15:50:43
지난해 정조 서거 2백주년을 기념하여, 간송학파에 의해 ‘진경시대’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던 18, 19세기에 대한 연구가 급증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중세를 넘어서려는 학문적·문화적 움직임이 일었던`시기며, 세도정치의 폐해가 조선의 회생을 망쳐놓기 전까지 그 행보는 자못 힘찬 것이기도 했다.

중세적 사유에 균열을 가했던 움직임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유를 담으면서 동시에 창출해내는 그릇으로서의 산문, 연암 박지원을 비롯한 북학파 지식인들의 새로운 글쓰기는 90년대 이후의 국내학계의 흐름과 맞물려 널리 조명됐다.

근대이행기에 대한 연구는 그 깊이를 더하며 광범위하게 진행중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성균관대 6백주년 기념관에서 대동문화연구원(원장 김시업)이 주최한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체제 형성기 한국전통사회의 변동에 대한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이라는 연구 프로젝트에 일부 기인한 것이다. 이틀동안 ‘전통사회의 운영원리와 변동에 대한 대응양식’과 ‘중세적 인식론의 변환과 새로운 담론의 모색’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주로 30대 젊은 학자들의 연구가 집중됐던 두 번째 주제에서 고미숙 대동문화연구원 연구원(고전문학)의 ‘조선후기 비평의 ‘수사학적 배치’와 그 담론적 특이성에 대한 연구’는 ‘근대맹아론’에 정면으로 싸움을 걸고 있어 주목할 만했다. 고미숙 연구원은 “근대·민족·문학이라는 삼위일체의 초월적 규범을 버리지 않는 한, 조선후기 텍스트들은 그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계속해서 봉쇄당하고 말 것”이라고 선언했다.

고미숙 연구원에 의하면 세계사적 구도에다 당시의 텍스트를 끼워 맞춰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문학사·비평사적 접근보다는 ‘담론사’의 맥락에서 조선후기를 봐야한다는 것. 따라서 그는, 이덕무, 이옥, 박지원 등의 글에서 수사적 배치가 인간의 기본적 욕망에 따라 이뤄지는 양상과 언어가 소리나 공명의 정도에 따라 탈코드화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안대회 고려대 강사(한문학)의 ‘조선 후기 소품문의 성행과 글쓰기의 변모’, 정민 한양대 교수(한문학)의 ‘‘黃金臺記’를 통해 본 연암 산문의 글쓰기 방법’, 김문식 규장각 학예사(역사학)의 ‘조선후기 지식인의 자아인식과 타자인식’ 등의 발표문 역시 중세적 사유, 인식, 그리고 글쓰기 행태가 균열을 일으키는 계기에 주목했다. 그러나 조선중화주의적 시각의 여러 표현형을 근대의 씨앗으로 간주하는 기존 연구의 궤적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세영 기자 syle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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