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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의 빛과 그림자
종교개혁의 빛과 그림자
  • 김재호
  • 승인 2022.01.07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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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균 지음 | 476쪽 | 북코리아(선학사)
비주류 종교개혁가의 삶과 사상을 살펴본다

이 책은 사회윤리학적인 관점에서 종교개혁사상의 마디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 마디들은 종교개혁사상의 일반적인 논의에서는 전통적으로 평가절하 되거나, 종교개혁사상의 그림을 거리를 두고 크게 바라보려는 논자들에게는 주목받을 가치가 없었던 사소한 주제일 수도 있다. 이른바 관헌적 종교개혁가들이라 할 수 있는 성공한 주류의 종교개혁가들의 빛에 가려서 크게 주목되지 못한 사상적 마디들에 주목한다.

 

그래서 이 책은 에라스뮈스, 카스텔리옹, 메노와 같은 사상가들을 의미 있게 다룬다. 위대한 관헌적 종교개혁가들의 업적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신조에 대한 합의와 지엽적인 문제에 대해 사생결단의 배타적 태도를 보인 것과 상반되게 대립과 갈등의 종식을 호소하는 평화적 방법에 호소함으로써 종교개혁의 빈자리를 메우려 했던 노력은 오히려 오늘날 더 높게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21세기 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문화적 위기에 직면한 개신교가 철저한 자기 성찰의 혜안을 종교개혁 운동의 비주류에서 얻는 것도 상당히 유의미할 것이다.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제1장에서는 루터의 종교개혁사상이 함의하는 혁명성을 조명하고, 제2장에서는 루터와 뮌처의 정치사상을 비교한다. 제3장에서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유럽의 귀족과 군주들에게 로마제국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하던 로마가톨릭교회에 맞설 수 있는 정당한 논거를 제공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독일과 그 밖의 지역에서 싹트기 시작한 민족주의적 기운을 성공적으로 고무시켰으나, 윤리, 도덕, 과학과 철학을 지배하던 가톨릭의 유일한 권위가 약화되자, 유럽 전역에서는 새로운 이념들의 혼란이 수많은 개신교 소종파의 형태로 터져 나오게 되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제4장은 칼뱅의 정치사상을 다루며, 제5장에서는 종교개혁자 카스텔리옹의 사상이 갖는 위대함을 그의 주요 저술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

제6장은 칼뱅 윤리의 현대적 의의를 모색하는 글로서 칼뱅의 윤리사상이 공동체성을 결여한 근대 이모티비즘적 윤리의 뿌리라 비판하는 공동체주의자 매킨타이어의 주장에 대한 반박적 성격을 띤다. 제7장은 멜키오르 호프만과 그의 추종자들의 영향 하에 있던 폭력적인 네덜란드 재세례파가 평화주의적인 재세례파로 변화된 계기는 결정적으로 메노 시몬스의 종교개혁의 영향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그의 신학적 삶의 독특성을 해명한다. 제8장은 16세기 종교개혁운동에서 급진파 종교개혁운동으로 명명되는 재세례파의 성서해석학의 특징을 그 운동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의 한 명이었던 메노를 중심으로 해명한다. 제9장은 재세례파-메노나이트 종교개혁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고찰하고 오늘날 메노나이트 재세례파의 연구사의 동향을 소개한다.

여전히 근본주의 신앙이 위세를 떨치고 있고, 다름이나 차이를 차별로 정당화시키는 것이 참된 신앙인 양 통용되는 한국 개신교, 화해와 관용의 아이콘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이는 한국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16세기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성공한 종교개혁가들보다는 오랜 세월 그들의 그늘에 가려져왔던 개혁가들, 동시대에 크게 주목하지 받지 못했거나 배척당했던 인물들이 그 시대를 비록 어수룩해 보이지만 우직하게 견뎌내었던 삶과 사상에서 예상치 못했던 혜안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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