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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명강의: 이의용 국민대 교수의 ‘커뮤니케이션 특강’
우리대학명강의: 이의용 국민대 교수의 ‘커뮤니케이션 특강’
  • 이건임
  • 승인 2005.10.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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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움직이는 수업…커뮤니케이션 원리 체득

이건임 / 국민대·국어국문학과 4학년

“허억~헉헉, 끼이익”
가쁜 숨을 간신히 고르며 조심스레 강의실 문을 연다. 순간 실내를 가득 채우던 음악 선율이 부드럽게 귓속을 파고든다. 둥그렇게 배치된 책·걸상 너머에 교수님이 보인다. 여느 때처럼 입가에 여유로운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앉아계신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빨리 이름표를 찾아 목에 걸면 출석 체크는 끝. 자리에 앉아 가만히 음악을 듣다보면 월요일 아침의 다급함은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월요일 아침 9시. 학생에게도 교수님에게도 힘든 시간. 게다가 3시간짜리 전공수업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오히려 오늘은 어떤 식으로 강의가 진행될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돌아본다. 여기가 바로 이의용 교수님의 ‘커뮤니케이션 특강’ 강의실이다.


"몸을 이용해라"


강의는 일명 ‘국민체조’로 시작된다. “하낫, 둘, 셋, 너이~”하는 추억의 국민체조 구령에 맞춰 장난 반 민망함 반으로 슬금슬금 몸을 움직이다보면 교수님은 한마디 한다. “자기가 최대한 벌릴 수 있을 만큼 두 팔을 벌려봐. 자 그렇지, 조금 더!”, “자 이번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이름을 온 몸을 동원해서 써보는 거야. 에이~ 그거밖에 안 좋아해?”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온 몸의 뻐근함은 풀려있다. 옆 사람 어깨를 안마해주는 사이 서로에 대한 민망함 또한 사라진다. 이번엔 복식호흡, 발성연습이 이어진다. “아!아!아!”하고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려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면 답답한 가슴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의용 국민대 교수의 야외수업 모습 ©

이의용 교수님은 몸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머리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언론학수업과는 달리 이 수업은 그야말로 온몸을 이용한다. 지난 시간에 진행했던 ‘자작시 낭독하기’가 대표적인 예. 자작시를 쓰는 것 자체가 자기표현의 한 방법이지만 교수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낭독도 그냥 낭독을 해서는 안 된다. ‘온몸으로’ 낭독해야 한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발표순서는 따로 없다. 지적하는 사람도 없다. 머뭇거리던 학생들은 하나둘씩 스스로 일어나 시 낭독을 시작한다. 둥글게 배치된 책걸상 사이를 가로질러뛰며 시를 낭독하는가 하면, 모두의 눈을 감기고 시를 따라 읽게 하는 학생, 연극을 하듯 억양을 살려가며 절묘한 손동작을 선보이는 학생 등 낭독방법도 가지가지다.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표현방법을 직접 실행해보며, 또한 접해보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를 체득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수업 자체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강의는 교수 중심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수님의 지론. 이미 다 아는 교수가 열심히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모르는 학생들이 스스로 체험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교수라는 생각. 그래서 교수님의 모든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주연이다.


학생들이 망설임 없이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틀을 유감없이 깨어주는 일,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래서 교수님은 교실이라는 정형화된 공간부터 파괴했다. 둥글게 배치된 책걸상, 잔잔히 흐르는 음악. 그 속에서 학생들은 매시간 서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일촌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조별로 모여앉아 주어진 과제에 대해 토의를 하기도 한다. 그동안 사진 담당 학생들은 돌아다니며 찰칵찰칵 수업 현장을 찍는다. 갑자기 사진은 또 왜? 수업은 강의실 밖에서도 진행되기 때문이다.


"교실을 탈출하라"


이의용 교수님의 홈페이지 ‘통하는 세상(www.leecomm.co.kr)’에서는 강의실에선 못 다한 일들이 벌어진다. 각자 발표한 자료가 올라오기도 하고, 그날그날의 간단한 수업내용과 함께 수업사진이 올라와 수업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기본. ‘통하는 세상’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는 교수님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고민거리를 털어놓기도 한다. 심지어는 교수님 싸이월드에 놀러가 일촌을 맺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공부하라”는 교수님의 커뮤니케이션 강의는 이렇게 온라인에서의 소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실 교수님의 수업은 교양과목에서 더욱 유명하다. 지난해 2학기 교수님의 ‘인생설계와 진로’라는 강의가 진행된 이후 학교에는 이와 비슷한 방식의 체험교양수업 6강좌가 신설되기도 했다. 닫힌 수업 안에서 허우적대던 학생들에게 이론탈출, 교수주도탈출, 교실탈출의 ‘3탈학습법’으로 요약되는 교수님의 수업방식은 그야말로 하나의 탈출구가 된 셈이다.


틀을 깨기란 어렵다.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바로 그 틀을 깨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자신이 어떠한 틀에 얽매여있다고 생각된다면 이의용 교수님의 수업을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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