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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대상에 ‘실재’한다
아름다움은 대상에 ‘실재’한다
  • 이승건
  • 승인 2022.01.0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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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말하다_『미의 기원과 본성』 | 드니 디드로 지음 | 이충훈 옮김 | 도서출판 b | 109쪽

미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써 관계 개념에 의한 미론을 피력한 디드로
실재적 관계에 기초 두는 실재미 외에도 지각미와 상대미가 존재

디드로, 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펼치다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상가 중 한 사람인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는 자신이 편집한 『백과전서』(1751~1765) 제2권(1752)에 미(beau) 항목을 실었다. 그는 여기에서 플라톤으로부터 샤프츠베리에 이르기까지 서양미학의 주요 논점을 살핀 뒤(7쪽~44쪽), 그 흐름을 시야에 넣고 자신의 체계적인 미학으로서 ‘관계의 미학’(l’esthétique des rapports)을 펼치고 있기에(45쪽~71쪽) 미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글이라고 평가받곤 한다. 특히 디드로의 제자 네종(Jaques-André Naigoen, 1738~1810)이 『디드로 저작집』(Œuvres, 1798)을 편찬하면서, 스승의 이 미학 논고에 대해 ‘미의 기원과 본성에 관한 철학적 탐구’(Recherches philosophiques sur l’origine et la nature du beau)라고 찬사하여 부제를 붙였기에, 지금까지도 미 항목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디드로, 미의 실재론적 견해를 피력하다

디드로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묻고 스스로 대답한다. 즉 “우리가 ‘아름답다’(beau)고 부르는 모든 존재가 공통으로 가진 특징 가운데 어떤 것을 미(beauté)라는 말을 기호로 삼을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일까?”(45쪽). 한마디로 말해서 그것은 “미가 시작되고, 증가하고, 무한히 변화하고, 쇠퇴하며 소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관계’(rapports)의 관념(idée) 외에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45~46쪽 참조). “그러므로 나는 나의 오성 속에서 관계의 관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내 자신 속에 내포하고 있는 것 모두를, 나의 외부에 있어서 ‘아름답다’(beau)고 부르고, 이 관념을 현재에 불러일으키는 것 모두를,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아름답다’(beau)고 부른다.”(46쪽 참조)라는 주장을 펼친다. 

디드로, 3종의 관계에서 3종의 미를 규정하다 

디드로가 주목한 것은 플라톤 식의 미의 이데아가 아니었다. 그는 인식주관 외부에 실재하고 있는 대상에 집중하여 그 존재 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주관의 오성 속 관계의 관념을 불러일으킨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가 집필한 항목도 추상적인 미(la beauté) 개념이 아니라 대상 속 아름다운 것(le beau) 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미는 대상에 실재하는 성질이다. 이 지점에서 디드로는 칸트의 주관주의 미학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이룬다. 더욱이 이 성질이야말로 미의 본질이나 척도를 구성한다고 보는데, 그것이 바로 관계인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미는 초인식주관적으로 실재하는 대상 속에 이미 존재한다(루브르 궁의 파사드 예처럼, 46쪽). 그것은 인식주관이 구성하는 관계 위에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실재적 관계(rapports réel) 위에 기초를 두는 실재미(beau réel)인 것이다. 이 외에도 지각미(beau aperçu)와 상대미(beau relatif)가 있다고 강조한다(50쪽). 

고전 책들은 좋은 길라잡이 주석서를 만나면 책읽기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한국어 번역본 역시 전체 109쪽 중 상당량(81쪽~106쪽)을 ‘옮긴이의 해제’로 채워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샤프츠베리의 『공과 덕에 관한 시론』(36쪽 및 41쪽 등) 및 주석 32(65쪽)에서의 ‘플리니우스, 『자연사』’ 등은 철학사나 미학사에서 관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진가와 덕에 관한 시론』과 『박물지』로 표기했으면 한다. 또한 32쪽의 ‘수공예(art mécanique)’는 중세의 예술(ars) 분류 중 자유7학예(setpum artes liberales)와 대척을 이루는 기능술(artes mechanicus, 예를 들어 식량제조술, 직조술, 건축술, 운송술, 의술, 교역술, 전투술)임을 역주에 첨가했으면 한다. 아울러 26쪽(본문 및 주석 18)의 바뙤의 저서명은 그가 시, 회화, 조각, 음악, 무용 등 다섯 가지 예술을 결과적으로는 정신적인 쾌(plaisir)를 제공하며 원리적으로는 자연을 모방한다는 이유로 해서, 실용성(utilité)을 제공하는 기능술(arts mécaniques)과 구별해서, 순수예술(beaux-arts)이라 지칭하고 있는 만큼 『동일한 하나의 원리로 환원되는 순수예술들』로 표기되어야 하겠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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