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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고려한 독성자료를 연구하다
‘젠더’ 고려한 독성자료를 연구하다
  • 김재호
  • 승인 2022.01.03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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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⑦ 최진희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일곱 번째는 최진희 서울시립대 교수이다.

기초·응용과학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 환경독성학
사후처리 아닌 사전예방 위한 환경정책의 과학적 근거

​학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최진희 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부)는 석사과정을 환경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최 교수는 넓고 실용적인 분야를 공부하는 환경공학이 자신에게 맞는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 교수는 “석사 후 유학을 가며 박사과정을 밟을 연구실을 정해야 했는데, 그때 환경독성학 분야를 선택했다”라며 “선택할 때는 잘 몰랐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환경독성학의 오묘한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라고 말했다.  

 

최진희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최 교수는 우리 사회 중요한 키워드가 된 다양성의 관점에서 젠더혁신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라고 밝혔다. 사진=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주는 혜택의 지속가능성은 인체 및 환경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때 달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산도 필요하다. 그 때문에 최 교수는 젠더혁신 연구에도 참가했다. ‘과학기술의 혜택을 모두에게’라는 것이 젠더혁신 연구의 모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학기술은 젠더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젠더분석 미비로 막대한 손실이 초래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화학물질 위해성평가에서 젠더를 고려한 독성자료 선별분석 연구를 수행했다. 우리 사회 중요한 키워드가 된 다양성의 관점에서 젠더혁신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이다.” 최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젠더혁신이 일어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여성과학기술인의 부족 때문이었다. 여성과학자들이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다양성 가치증진이 이루어질 때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존중 문화풍토는 조성될 것이다. 

최 교수는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을 일깨운 『침묵의 봄』이 출간된 이후, 지난 50~60년 동안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며 “최근 ESG 경영이 기업의 가치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등 이제 환경문제는 환경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사회변화까지 가져오는 동인(動因)으로 인식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학물질의 독성에 대한 연구는 첨단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의 나아갈 바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화학산업과 화학물질이 우리 생활에서 자취를 감추지 않는 한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인체와 생태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 교수의 연구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며 학제 간 융합연구를 수행하는 환경독성학자의 책임이자 소명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독성학’ 연구

우리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주는 혜택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 이면에는 인간의 건강과 환경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해성이 도사리고 있다. 최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동차, 생활용품, 의약품 등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에 인간이 합성한 화학물질이 쓰이고 있다. 화학물질의 사용은 급증했지만, 부작용을 외면한 결과는 혹독했다.” 풍요의 상징이었던 화학물질은 환경을 오염시켰고, 치명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화학사고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최 교수가 연구하는 환경독성학은 화학물질이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그는 “화학물질의 독성메커니즘 규명, 독성발현경로 개발, 지식기반 화학물질 독성정보를 이용한 인공지능 독성예측모델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라며 “예측모델을 통해 독성시험이 필요한 화학물질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나노물질의 독성기전을 비교·분석해 독성에 영향을 주는 물성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안전한 화학물질을 설계하는 세이프설계 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 주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첨가제의 독성기전과 유해성을 규명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환경독성학은 환경오염물질의 독성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이러한 환경독성학의 연구 결과는 환경문제를 사후처리가 아닌 사전예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환경정책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된다. 이처럼 환경독성학은 독성 메커니즘 규명이라는 기초학문의 특성과 현실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응용학문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 

최 교수는 화학물질빅데이터연구센터장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화학물질빅데이터연구센터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화학물질과 화학제품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결 방안을 도출해 공익에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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