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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디지털·플랫폼으로 가속화…과연 사회를 재구성할까
포퓰리즘, 디지털·플랫폼으로 가속화…과연 사회를 재구성할까
  • 김재호
  • 승인 2022.01.03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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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리뷰_ 문화/과학 ‘포퓰리즘 문화정치’

포퓰리즘은 정치 현상이자 이념이고 대중영합주의는 포퓰래리즘
팬덤 정치는 정치 재활성화·민주주의의 복원이라는 창조적 행위

올해 대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인재 영입을 둘러싼 ‘포퓰리즘’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좀 더 인기 있는 유명인이나 주목 받는 전문가 혹은 정치인을 캠프에 합류시켜 대중의 주목을 끌려는 전략이다. 이에 계간지 『문화/과학』 108호(2021년 겨울)는 특집호 ‘포퓰리즘 문화정치’를 마련했다. 서문 ‘포퓰리즘 프리즘’에선 현재는 이전과 같은 거대한 포퓰리즘이 없다면서 “다양한 포퓰리즘들이 산발적으로 존재하면서 기성 제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표출하는 가운데 결속되어 뭉치로 떠다니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포퓰리즘에는 두 방향이 있다. 첫째, 우파적인 포퓰리즘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 난민, 비정규직, 여성 혐오 등 담론은 신자유주의적 국수주의(내셔널리즘)로 회귀된다. 지배 제도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요구는 포퓰리즘적인데, 이것들이 좁은 범위로 들어가는 셈이다. 둘째, 좌파적인 포퓰리즘이다. 강남역, 구의역 사건, 촛불 운동, 미투 운동 등은 “사회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힘”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포퓰리즘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하승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좌파 포퓰리즘을 둘러싼 몇가지 질문들: 이론과 쟁점」을 통해 포퓰리즘의 원인과 개념, 쟁점들을 살폈다. 이 중 주목할 것은 포퓰리즘과 포퓰래리즘의 구분이다. 흔히 대중영합주의로 치부되는 건 후자다. 포퓰리즘은 정치 현상이자 이념이다. 2010년대 이후 전 지구적으로 포퓰리즘이 나타난다. 그 원인에 대해 하 교수는 불평등 심화와 난민 문제를 제시했다. 한국 역시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특히 포퓰리즘은 생활세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하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증폭된 탈진실, 가짜뉴스, 필터 버블, 동성애·난민 혐오 등도 포퓰리즘과 무관하지 않다”라며 “포퓰리즘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플랫폼 자본주의와 1인 매체의 발달에 힘입어 가속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하 교수는 요새 많이 쓰이고 있는 ‘OO충(蟲, 벌레)’이라는 표현도 포퓰리즘의 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전제한 OO충 용어는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속해 있다고 ‘가정된’ 사람들을 명명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라고 설명했다. 

여야 대선후보가 경제 전문 유튜브에 출연

“#우리가언론이되자” 이 캐치프레이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서 펼치고 있는 뉴미디어 전략이다. 제도권 언론인 올드미디어에 대한 저항의 포퓰리즘이다. 또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SNS로 지역 방문을 공개하고 즉석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일종의 SNS 정치를 활용한 물리적 현전의 포퓰리즘이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뉴미디어 환경과 포퓰리즘의 스펙트럼」을 통해 ‘주류 정치인 포퓰리스트의 미디어 전략’을 분석했다. 그는 “장외 세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정치 유튜버나 팟캐스트 진행자 등이 진정성 있는 정치 매개자로 여겨지는 현상”이라며 “심의의 대상이 되는 제도권 미디어에서는 불가능한 ‘날 것’의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한다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최근 경제 전문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경제 정책을 토론했다. 조회 수는 각각 316만 회, 194만 회(2021년 12월 29일 기준)이다. 

이승원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전임연구원은 「팬덤 정치와 포퓰리즘: 대안적 정치문화를 위한 기획」에서 노무현, 이명박, 권영길, 노회찬, 박근헤, 윤석열, 조국,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상징적 인물 중심의 포퓰리즘을 분석했다. 그 특징은 △기성 제도 불신 △카리스마적 인물 △대중과 엘리트 집단 간의 정치적 경계다. 하지만 이 전임연구원은 “동원된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재구성되지 못하면서 기성 정치의 위기를 해결할 대안정치의 시도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팬덤 정치로도 불리는 인물 중심 대중동원 정치의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후퇴나 정치의 후진성으로 간주된다. 이로써 이득을 얻는 건 기존 정치세력과 야합하려는 세력뿐이다. 

그래서 이 전임연구원은 “팬덤이 만드는 팬의 대상이 대한 창조적 재해석과 재가공 행위”에 주목한다. 이는 “정치의 재활성화와 민주주의의 복원을 수행하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성”이다. 하지만 여기선 그 ‘방향’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가 지적했듯이 “전체 사회의 민주적 조화보다는 전체주의적 정치나 기존 권위주의 정치로 빠질 수 있다”라는 함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포퓰리즘은 기성질서에 대한 전복과 동시에 새로운 질서 구성이라는 이중 논리 사이에 끊임없이 진동한다”라고 분석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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