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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세평] 화해로 가는 겨레
[신문로 세평] 화해로 가는 겨레
  • 안재구 前 경북대
  • 승인 2001.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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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5 00:00:00
안재구 前 경북대 ·수학

지난 6월 15일, 꼭 1년전 이날에 우리끼리 통일하자는 남북 최고위의 다짐을 되새기면서 각계 각층의 사회단체의 대표들이 모여 민족통일의 약속을 다지는 토론회를 열었다. 거기에는 남과 북의 대표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동포들도 대표를 보내와 함께 아울렀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우리끼리 통일하자는 대합창이었다.

지난해 6월 14일에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우리들은 얼마나 가슴조리고 있었던가. 반백년이나 갈라져 원수 아닌 원수가 되어 서로의 가슴에 담고 있는 의심이 도져 큰 목소리나 나오지나 않을까, 그래서 반백년 이산의 아픔을 달랠 길이 막히지나 않을까, 오가는 길이 더 막히지나 않을까, 가슴 조리며 텔레비전 화면에 눈 박고 있었다.

서로 다짐한 공동선언 어디에도 원수진 소리 하나 없고 한 겨레는 한 나라로 되어야 하고, 막혔던 길 새로 내고, 같은 것 찾아 한데 모으고, 다른 것 찾아 이해하고 존중하고, 남 제쳐두고 우리끼리 사는 자주의 나라를 만들자는 다짐이었다. 온 세계 사람들은 모두 우리 반도의 평화를 기뻐했고 전쟁이 이제 지구상에서 영원히 떠난 듯 좋아했다. 이 기쁨이 한데 모여 통일을 두고 한 목소리 토론을 하기 위해 1년전 기쁨을 되새기며 금강산에 모였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끼리 통일하자고 다시 다짐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무슨 지난날 싸움의 책임이 어떻고 하는 말은 아무도 없었고 네 잘못 네 탓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한 겨레이기에 한 나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에 초를 치고 나서는 자가 있다. 자칭 자유민주주의자라는 것이고 타칭 반통일 보수세력이라는 것이다. 어디 우리에게 자유와 민주주의가 있었던가, 어디 우리에게 보수할 것이나 있는가. 있다고 해야 평화통일의 ‘통’자만 내도 반국가이고 이북을 한 동포로 생각만 해도 국가관이 어떻고 했지. 이제껏 가지고 지킨 것이란 일제의 식민지 잔재이고 그 덕에 얻은 재물이지, 우리다운 문화나 우리다운 군대나 우리다운 역사나 있는가, 아직 남기나 하는 것은 있는가. 자라나는 청소년을 죽이는 퇴폐문화를 보수하려는가, 부패한 정치문화를 보수하려는가, 무엇을 보수하려는가.

이제 와서 이런 것 따져서 무엇하겠는가, 이제부터 우리끼리 통일해서 우리나라 만들어 우리 것 만들고, 남과 북이 한겨레 문화를 만들고, 큰살림 만들어 큰사랑 만들고 살면 되지 않겠는가.

6·15남북공동선언은 서로 다른 체제도, 서로 다른 정치도, 서로 다른 경제도, 서로 다른 군대도, 서로 다른 사상도, 서로 다른 신앙도, 마침내 서로 다른 정부도 인정하고 존중해서 오직 하나의 겨레로 하나의 자주의 나라로 세계를 대하자는 선언이고 약속인 것이다. 그런 뜻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갔고 어려운, 정말 어려운 공동선언을 내왔다. 또 그런 뜻을 가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로 올 것이고 그래서 한 나라로 아우르는 구체적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조건이 있다니, 전쟁의 책임을 물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전쟁의 책임은 미국이지 누구란 말인가. 미국이 왜놈 앞잡이를 끌어안고 반쪽 나라 만들어서 북진통일한다고 설쳐대게 한 탓이지 누구 탓이란 말인가. 그 몹쓸 죽음과 이산의 악몽을 되살려 어쩌자는 것인가.

남북의 화해가 적화통일전선의 전략이라고? 반백년을 빗장 걸고 하는 소리를 이제도 속을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또 그 소리인가. 통일이 무서워 모아놓은 재물이 탈날까 무서워하는 소리가 분명한데 그 재물 아무도 건드릴 사람은 없으니 마음놓아도 된다. 자유경제가 우리 사회의 체제가 아닌가. 체제를 존중하기로 했으니 아무도 탓할 사람은 없다. 그 재물로 노동자를 수탈하고 부정한 짓을 하면 자유경제체제라 해도 벌은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재물 탓이 아니라 사람 탓일 뿐이다.

하기야, 학교 만들어 재물 모으지 못하도록 한다고 사회주의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에게 무슨 소리가 귀에 들어올까만.제발 억지소리 그만하고 한 겨레라는 같은 것만 보고 하나의 나라를 이루어 평화롭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은 갈라진 채로 서로 장사길이나 열고 살라지만 난데없이 ‘깡패 나라’라고 왕따하고 불길질 하려고 덤비는데 장사인들 어찌하겠는가.

‘우리끼리 통일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미국 방문한 우리의 대통령을 ‘디스 맨’이라 했다니, 그대로 번역하면 좋게 해서 ‘이사람’이고 보통은 ‘이치’, 막말로는 ‘이자식(?)’이 되는 말이다. 우리를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인지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과연 미국은 세상에 없는 불한당임이 틀림없다. 아니면 주권국가로 보지 않기 때문인가.

적화통일한다고 의심할 것이 아니다. 미국의 패권주의나 의심하는 것이 오히려 옳다. 그것도 싫다면 숭미사대주의자라고 욕먹어도 할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두 최고위가 선언한 우리끼리 통일하자는 약속을 꼭 지켜내고 이루어내어야 할 것이다. 더욱 우리 지식인들은 우선 같은 민족이라는 같은 것을 먼저 보고 그 위에다 같은 것을 찾는 데에 지혜를 모아야 하고 하나의 나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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