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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6] 제주에 출몰한 섹시 새우의 '불편한 진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6] 제주에 출몰한 섹시 새우의 '불편한 진실'
  • 권오길
  • 승인 2021.12.29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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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새우는 딱총새웃과에 속하는 꼬마 새우의 일종으로 크기는 최대 13mm이다
사진=위키미디어 

2021년 10월 29일 MBN 뉴스에, 「미기록 아열대 종 '섹시 새우' 제주서 발견…"지구 온난화 연구 필요"」란 제목의 글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는 지난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섶섬 앞바다에서 발견된 딱총새웃과의 '섹시 새우'가 국내 미기록 종이라고 밝혔습니다.이 새우의 학명은 'Thor Amboinensis'며 토르 꼬마새우, 스쿼트 새우 등으로 불립니다. 1881년 인도네시아의 암본(Ambon)섬에서 처음 발견된 이 새우 종은 홍해나 인도양, 태평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등의 수심 100m 이내의 얕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섹시 새우'라는 별명은 꼬리를 머리보다 높게 들어 흔드는 행동에서 착안해 붙여졌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에서 갑각류 등을 연구하는 최정화 박사는 "일명 '섹시 새우'는 국내 미기록종으로 일본 남부 등 아열대 해역에서 다이버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종"이라며 "제주에서 새로운 아열대 종 새우 서식이 확인됐으므로 바다 온난화 등과 관련된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 바다 온난화로 일본, 동남아 등 아열대 해역에서 발견되는 '섹시 새우(sexy shrimp)'가 제주에서 발견됐다. 섹시 새우는 잡식성에 기질이 온순하고, 상대적으로 키우기 쉬워 미국 등지에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이들이 많다 한다. 해수 수조에 서너 마리를 넣어서 물고기 사료를 먹여 키운다.

그런데 뉴스에 ‘미기록종(未記錄種, unrecorded species)’이란 말이 나온다. 세계 어딘가에는 존재하였으나 어떤 곳에 살지 않아서 지금까지 기록(기재, 記載, description)되지 않은 생물(종)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일본 남부나 동남아 등 따스한 바다에 살았던 섹시 새우가 여태 살지 않았던 제주에서 채집되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여기서 이 새우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인 'Thor Amboinensis'가 문제이다. 한마디로 기사에 학명을 잘 못 쓰고 있다. 필자가 쓴 글에 그렇게도 설파(說破)했건만 여태 학명을 제대로 쓴 기자나 기사를 본 적이 없다. <TIME> 같은 잡지나 외국책, 해외 신문들은 철저하게 지키던데 말이지. 학명은 반드시 이탤릭체로 써야 한다.

즉, Thor amboinensis가 맞는 표기이다!? 앞의 학명과 잘 비교해보시라, 그리고 섹시 새우의 학명을 좀 더 살펴보자. 학명에서 앞에 있는 Thor는 속명(屬名, generic name)으로 대문자로 시작하고, 뒤의 amboinensis는 종명(種名, specific name)이며 소문자로 시작해야 한다(앞의 기사는 Amboinensis임). 그리고 학명은 라틴이며, 앞에서 말했듯이 이탤릭체로 써야 한다. 이는 세계 어디서나 서로 쉽게 소통하게끔 만들어진 일종의 만국 공통어로, 린네가 만든 속명과 학명을 함께 쓰는 이명법(이명법, 二名法, binomial nomenclature)이다. 

다음은 섹시 새우를 좀 더 알아보도록 한다. 섹시 새우(Thor amboinensis)는 딱총새웃과에 속하는 꼬마 새우의 일종으로 크기는 최대 13mm이다. 껍질(외골격)은 선명한 주황색을 띠고, 곳곳에 커다란 흰 반점이 나 있으며, 천해(淺海)에 사는 무척추동물인 말미잘(sea anemone)이나 산호(mushroom coral)와 편리공생(片利共生, commensalism)을 한다. 다시 말하면 말미잘, 산호는 아무런 이익이 없으나 새우는 가끔 말미잘이 잡은 먹이를 가로채거나 배고프면 말미잘의 촉수(tentacles of their host)에 붙은 점액이나 플랑크톤이 묻어있는 촉수를 뜯어 먹는다.

다시 말해서 꼬마 새우 몇 종은 말미잘의 촉수 속(사이)에 깊게 파고 들어가 살면서 보호를 받는다. 주변에 말미잘이 없으면 특정 산호에 자리를 틀기도 한다. 꼬리를 머리보다 높이 들고 천천히 흔들며, 앞뒤로 걸으면서 복부(배)를 흔드는 요염하고 매력적인 행동 때문에 sexy-shrimp란 이름이 붙었다. 학명(종명, amboinensis)을 쓰게 된, 본종의 원산지인 인도네시아 암본(ambon)섬을 비롯해서, 홍해(red aea), 인도양, 태평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등 여러 열대 바다(pantropical sea)에 널리 분포한다. 

암컷 새우는 수정란(受精卵)이 부화해서 바다로 나갈 때까지 복부(배)에 알을 달고 지내고, 유생은 때가 되면 말미잘의 촉수에 내려앉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아무 데나 붙지 않고 반드시 어버이가 살았던 말미잘에 붙는다는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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