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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와 유리된 표피적 조형물의 한계
거리와 유리된 표피적 조형물의 한계
  • 장윤규 국민대
  • 승인 2005.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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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현대건축-5. 브랜드로서의 건축 '아이파크 타워'

편집자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외관디자인을 통해 ‘혁신기업’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한 건설사 사옥.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타워’다. ‘이미지’를 위해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제는 건축도 하나의 ‘상품’임을 드러내고, 소비자 욕구와 상상력을 대변하는 역할도 제기되고 있다. 철학적이거나 예술적인 담론 속의 건축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건축’이 갖는 가치와 한계는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준공된 현대산업개발 신사옥 ‘아이파크 타워’는 외관부터 이미지 충격을 안겨준다. 건물 위쪽에서 왼쪽 바닥으로 건물을 뚫고 지나가는 사선 형태의 알루미늄 재질의 막대와 건물 전면부에 지름 62m의 대형 원형 철골구조물은 이 건축물의 일대를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는 ‘탄젠트’(접선)라는 설계 개념으로 이 두가지 독특한 디자인 요소를 배치했다. 막대의 직선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을 의미하고, 원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및 세계를 상징한다. 직선과 원, 전체 건물의 사각형 조형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의미한다.
아이파크 타워는 지난 2001년 9·11 사태로 미국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뒤 다시 재설계를 맡은 다니엘 리베스킨드가 설계해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리베스킨드가 설계 개념으로 ‘탄젠트’를 활용한 것은 수사학이 그의 건축을 이해하는 주요 요소로 통하기도 한다.
리베스킨드는 이 건물의 준공식에서 “건축물은 사람에게 기억하게 해 주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곧 ‘삶’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아이파크 타워는 행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건축인들 사이에서는 아이파크 타워 디자인 자체에는 특별히 문제될 게 없지만 아이파크처럼 건축가의 디자인 철학과 건축물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진 적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건물은 대지 8백1평에 지하 4층, 지상 15층, 연면적 8천여 평 규모다.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 소개] 1946년 폴란드 生. 1970년 뉴욕의 쿠퍼유니온에서 건축 전공하고 2년 뒤 영국 에섹스대에서 역사와 건축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리베스킨트는 1989년 베를린 유대인박물관 설계공모에 당선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후 독일 오스나브뤽의 시립박물관인 펠릭스누벨바움하우스(1998), 스페인 마요르카의 개인소유 갤러리인 웨일화랑(2003)등의 완공작을 선보여왔다. 현재 콜로라도주 덴버의 덴버아트박물관 증축, 스위스 베른의 유럽 최대 쇼핑건강센터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특히, 2003년2월에 뉴욕세계무역센터(WTC)재건축 설계안으로 다니엘 리베스킨트 스튜디오의 작품이 선정되어 큰 화제가 됐다. 그의 아이디어는 건축분야의 신세대와 미래도시문화개발에 흥미가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타워' 야경 모습. © 사진작가 김용관
건축비평

장윤규 / 국민대 건축대학

발 빠른 사회변화에 의해서 우리의 예측 범위를 벗어난 엄청난 속도를 체득한 지도 오래 되었다. 변화는 사회의 상업적인 코드와 연결되면서 그 가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

변화의 속도는 전통적인 건축가들이 간과해 왔던, 혹은 숨겨왔던 상업적 코드의 실체를 드러내게 한다. 철학적인 이야기나 예술적인 이야기로만 포장되어 왔던 건축의 성스러움은 더 이상 옷을 걸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건축의 공간도 이제는 상품이 되었다. 소비자의 욕구와 상상력을 대변하는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건축은 원래 상품화된 코드를 근본적으로 포함하고 있었다.

 건축가는 자신이 사는 집만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을 대변하며 혹은 강요하며 건축공간을 구성하여 왔다. 사회적 정체성은 생산하는 것보다 소비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비행기 공간을 만들거나 여객선의 공간을 만들 듯이 기본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고, 일반인들이 예술적인 작품을 체험하게 하는 방식을 ´상품화된 공간´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채용할 수 있다. 소비의 욕구도 많은 부분 변화가 되었다. 무작정의 소비패턴이 명품을 찾거나 브랜드 화된 상품을 따라 움직이는 성향을 초래하고 있다.

다이엘 리베스킨트의 ‘아이 파크’도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현상으로 드러나게 된 그 예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건축적 명품을 통한 기업의 브랜드화를 실현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문화주변의 요즈음 일어나는 하나의 기이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외국건축가를 불러서 그것을 명품이라 정의하는 것이 관례처럼 작용한다.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상품의 최종적인 목표는 ‘이미지’라고 하였듯이 우리가 건축을 상품화한다면 고도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략적인 측면을 포함할 수밖에는 없다. 이제 건축가들은 하나의 브랜드적 가치에 기대며 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열중한다.

리베스킨드는 상품화된 이미지를 거대한 원형의 조형물로 대체한다. 이미지의 충격을 일으키는 건물가운데 삽입된 거대한 원은 수직과 수평으로 평준화된 도시 서울에 대한 강력한 선전포고를 내포하고 있다.

 리베스킨드 자신은 이러한 선언을 ‘탄젠트’라 명명한다. ‘탄젠트’는 일반적인 사무공간에 새롭게 부여되는 비일상적인 각도를 설정하여 원형의 조형물을 가미한 것을 의미한다. 

▲아이파크 타워 내부에서 바라 본 모습. 건축물 전면의 거대한 원형부분이다 ©

거대한 조형적인 원안에 선적요소, 박스오브제, 접선…. 다양한 요소의 결합을 리베스킨드는 스스로의 건축적 어휘로 설명한다.

“기술을 나타내는 직선과 끊임없는 변화는 자연을 상징하는 원 사이의 접선에 관한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우리는 원과 선의 접촉에서 바퀴(wheel)와 그 자취의 만남을 볼 수 있다. 이 두 요소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자연은 기계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기계는 자연을 새로운 미지의 지평선까지 확장시킨다. 이러한 독특한 이미지를 디자인한 것은 기술의 직선과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가 공간 그리고 움직임에서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바퀴와 선은 상호간의 긴장, 민감도와도 연관된다.” 설명 속에서 간파할 수 있듯이, 바퀴와 선의 관계가 자연과 기계의 소통과 대립을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비유를 통해서 자연과 기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거대한 원과 오브제는 오피스의 내부공간에서는 풍경의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도시에 작용하는 리베스킨드의 기계는 표피적 건축물이며 조형물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표피적인 한계와 더불어 리베스킨드의 초기작업에 드러났던 ‘쳄버웍스’의 작업을 그대로 자기 복제하여 기록함으로서, 동시대성을 벗어난 주변국에 대한 무시를 암시하고 있는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도시적 브랜드로의 가치 속에 담겨져야 할 깊이를 스스로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도시적 브랜드는 단순히 상업적인 효과나 홍보의 가능성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표피적인 건축적 행위의 브랜드는 더더욱 그 한계를 드러낸다.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브랜드를 파는 근본적인 방식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디자인을 판다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의 요구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고 다음 요구를 원하게 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데 있다. 사회는 상품의 생산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정보의 생산에 기반을 둔 사회로 옮겨가는 역사적 변환이 일어났다. 이는 연금술적인 사회에서 기호적 이미지적 사회로의 변환을 의미한다. 건축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더욱더 닥쳐올 정보화된 사회에 새로운 브랜드의 가치로 건축을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건축가의 역할과 활동범위, 건축공간의 개념, 건축의 영역이 파괴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자신의 좌표를 어디에 두고 움직일 지에 대한 설정이 요구되는 시점이 되었다. ´건축을 상품으로´ 보는 방식도 그 좌표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의 하나이며, 새로운 문화, 사회 그리고 건축적 시장과 맞물려 문화 브랜드를 창출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장윤규 소개]1964년 生. 서울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건축물의 물리적 실체보다는 건축물과 관련된 보이지 않는 현상들의 탐구에 주력하고 있는 건축가다. 서울시립박물관 청계천 전시 등 ‘스페이스 코디네이터’의 개념을 도입, 다양한 장르의 예술활동을 실험하고 있으며 ‘갤러리 정미소’와 건축가그룹 ‘운생동’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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