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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동지중해의 위대한 시인, 유누스 엠레
[글로컬 오디세이] 동지중해의 위대한 시인, 유누스 엠레
  • 양민지
  • 승인 2021.12.30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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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양민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유네스코는 올해 유누스 엠레 탄생 700주년을 맞아 2021년을 ‘유누스 엠레의 해’로 지정했다. 위 시는 유누스 엠레가 쓴 시 중 하나로, 제목
은 없다.   사진(유누스 엠레 초상화)=Alchetron

2021년 올해는 13세기 터키의 유명한 시인이자 신비주의 철학가인 유누스 엠레(Yunus Emre)의 700주기가 되는 해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월 2021년을 ‘유누스 엠레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유누스 엠레의 개인적인 삶을 정확하게 기록한 자료는 없으나, 1238년경 아나톨리아 에스키셰히르(Eskişehir) 주의 사르쾨이(Sarıköy)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는 현재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아나톨리아반도, 발칸반도에 이르는 동지중해 지역에서 튀르크 민족 시성(詩聖)으로 추앙받고 있다.

유누스 엠레는 간결하고 담백한 튀르크어의 시적 표현, 튀르크 전통 음절과 음률을 사용하여 민중에게 이슬람 신비주의 사상을 전파했다. 특히 그는 인류애와 평화, 신을 향한 사랑과 찬양을 주제로 그 당시 널리 쓰이던 아랍어나 페르시아어가 아닌 튀르크어로 작품 활동을 한 초기 시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유누스 엠레는 튀르크 민중문학과 이슬람 신비주의 문학에서도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유누스 엠레는 잘랄라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신비주의 시인이자 이슬람 법학자), 하지 벡타쉬 벨리(Haji Bektash Veli, 이슬람 신비주의 철학자), 아히 에브란(Ahi Evran, 신비주의 철학자이자 시인, 아히 형제단 창시자), 아흐메드 파키히(Ahmed Fakih) 등 위대한 이슬람 신비주의 사상가들과 동시대 인물이다.

유누스 엠레는 유년 시절 외로움과 고독, 소외를 탐구했다. 특히 그가 살던 시대의 아나톨리아반도는 순탄치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반도의 서쪽에서는 유럽의 계속된 십자군 전쟁으로 아나톨리아 전역이 황폐해졌으며, 동쪽에서는 몽골군의 약탈과 학살이 이어졌다. 또한 오랫동안 기근과 가뭄이 이어져 민중의 삶은 피폐해졌다. 아나톨리아 셀주크제국의 권위가 약해짐과 함께 정치적으로 붕괴가 일어났고, 정치적 논쟁으로 지방 통치자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듯 아나톨리아 민중은 사회적 혼란 속에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겪고 있었다. 이러한 아나톨리아의 끔찍한 현실을 목격한 유누스 엠레는 자신의 신비주의 영적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아나톨리아 민중의 내적 평화와 자유를 위해 작품 활동에 한평생을 바쳤다. 아나톨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신뢰, 도덕, 정의, 사랑, 믿음 등의 중요성을 외친 유누스 엠레는 민중이 겪고 있는 슬픔과 삶의 어려움을 이해하고자 했다. 또한, 그는 이슬람 신비주의적 관점에서 삶과 죽음, 생명과 탄생, 정의, 인생의 지혜, 인류애 등을 주제로 당대의 아나톨리아 민중의 마음을 보듬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유누스 엠레는 특히 그의 시에서 사랑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시대적 고민,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했다. 어둡고 혼란한 시대 민중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인간적 가치를 되새기고 사랑과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누스 엠레는 13~14세기 아나톨리아 민중들에게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과 분노, 불만족과 답답함 등 고통받는 현대인의 마음에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현대인은 바쁘고 지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진정한 행복과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는 마음의 단단한 근육,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삶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제는 멈춰 서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동지중해 문명의 꽃을 피웠던 아나톨리아반도의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시성으로 추앙받는 유누스 엠레의 시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잊어버리고 소홀했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양민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터키 국립 에르지예스대에서 투르크 민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투르크 민속, 터키 문화콘텐츠, 다문화사회가 있다. 대표 저서로 『투르크 지역연구』(공저, 2018), 『터키를 가다』(공저, 2019), 『지중해문명교류사전』(공저, 2020), 『7인의 전문가가 본 시칠리아의 문명교류』(공저,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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