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6:55 (목)
역사적 파시즘 체제를 둘러싼 논점들- 홍양희의 문제 제기에 답함
역사적 파시즘 체제를 둘러싼 논점들- 홍양희의 문제 제기에 답함
  • 권명아 연세대
  • 승인 2005.10.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시동원체제와 파시즘 구분해야

▲권명아 / 연세대, 국문학 ©
필자의 '역사적 파시즘: 제국의 판타지와 젠더 정치'에 대한 홍양희의 서평은 일제 말기 연구에 있어서 고민해야 하는 핵심적 논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홍양희가 제기한 논점들에 대한 답변을 중심으로 필자의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홍양희가 제시한 세 가지 논점을 필자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시 동원 체제의 역사적 특성을 이전 시기와 관련하여 어떻게 규명할 것인가? 홍양희의 문제제기는 주로 이전 시기의 특성과의 연속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는 좀 더 구체적인 논점을 토대로 논의 구도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이는 먼저 일본의 동화 정책과 황민화 정책을 어떤 관련 속에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담고 있다. 이 논점은 대만과 조선의 식민 경험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논점이다. 필자의 경우는 황민화를 동화의 연장선으로 보는 관점과 입장을 달리하면서(물론 황민화가 동화와 전혀 이질적이라는 차원이 아니다), 황민화 고유의 특성과 역사적 성격을 강조하는 입장에 서 있다. 즉 필자의 논의는 황민화와 동화의 차별성, 특히 황민화가 사회적, 정치적인 적대적 갈등을 정체성 투쟁으로 전환시켜서 황민화를 존재론적 투쟁으로 만드는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전시 동원 체제와 이전, 이후 시기와의 관계는 전시 동원 체제의 주체화의 역학(황민화와 관련된)이 근대 체제의 일반적 속성의 연장선에 있는 것인가, 또는 파시즘 체제의 특수성에 의해서 더욱 지배적으로 규정되는 것인가 라는 논점으로 구체화 될 수 있다. 일례로, 가족이 사회의 기초 단위로 설정되는 것은 지역을 막론하고 근대 체제 일반의 공통적 성격이다.

그러나 가족을 국민 구성의 기초 단위로 정치화하는 가족 국가주의는 일본의 근대 구성과 식민 통치의 종별적 성격이기도 하다. 필자의 가족 국가주의에 대한 논점 역시 이 문제를 규명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또 이는 파시즘 체제가 근대성의 일반적 특성에 의해 규정되는가, 혹은 파시즘 체제 고유의 성격이 보다 지배적인가 하는 논점을 내포하는 것이다.

필자는 파시즘 체제(역사적 파시즘 체제)를 근대성의 예외적 국면으로 보는 관점과는 기본적으로 입장을 달리한다. 즉 파시즘 체제는 근대성의 역사적 전개 과정의 산물이라는 관점에 필자는 서 있다. 그러나 필자는 동시에 파시즘 체제의 역사적 특성이 모두 근대성 일반의 속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점 또한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파시즘을 근대성의 경향적 특성으로 탈역사화하는 관점을 비판하면서 역사적 파시즘 체제라는 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시기 구분의 문제는 전시 동원 체제의 특성을 전시 체제 일반의 공통적 특성, 식민지 조선의 고유한 특성과 관련하여서 어떻게 구별적으로 논의할 것인가 하는 논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논점과 관련하여 홍양희가 사례로 제시한 전시 체제하 여성 동원의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 남성들이 전선에 나간 후방의 노동력 부족을 위해서 여성을 동원하는 것은 이차 대전기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양상이다.

그런 점에서 홍양희가 제기하는 후방의 여성 동원 문제는 제국주의의 폭력성이라기보다 세계 대전기의 전시 체제의 공통적 속성이다. 오히려 가정의 정치화와 여성 동원은 이러한 세계 대전기 전시 체제의 공통적 속성과 함께, 일본의 전시 동원 체제의 특성으로서 가족 국가주의와 일본 여성과 달리 정치적 무능력자로 규정된 식민지 여성의 사회적 지위 사이의 불일치와 같은 문제들이 더욱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필자는 주로 이 점을 중요하게 논의하면서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이 전시 체제의 동원 논리 속에서 일종의 정치 세력화와 권력을 얻게 되는 과정이 일본 여성들과 동질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일본 지식인 여성-조선 지식인 여성-조선의 이른바 여성 대중들 사이의 위계화와 서열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지 후방의 여성 동원을 강조함으로써 제국주의의 폭력성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인다.

두 번째 논점은 필자의 문제틀이 자칫 친일 협력의 문제를 어쩔 수 없는 행위로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논의에서 중요하게 규명하고자 한 문제는 바로 이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 추구 행위와 적대적 그룹에 대한 비난과 배제와 말살을 “어찌할 수 없음”으로 자기 합리화화는 정당화 기제에 대한 것이다.

이는 바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살아가고자 했던 이들의 자기 정당화 기제라는 것이지, 이 자체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실상 필자가 문제제기하고 있는 것은 민족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기존 연구를 비판하는 것이 마치 이 시대를 살았던 ‘모든’ 이들이 폭력에 동참한 것으로 환원하는 논리이다.

또한 이 연장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파시즘에 동참하게 되는 요인들과 엘리트 집단의 동기, 욕망 구조들을 반사상이나 대칭상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가 제기하는 중요한 논점이다. 이들이 결과적으로 시대에 편승했다는 동일한 현상을 보이지만, 실제 그 내부의 욕망, 배제 기제, 동기, 정체성 불안의 요인들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상 젠더사가 차이화의 역사적 경험에 대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엄연히 존재하는 역사적인 갈등과 배제의 폭력적 투쟁의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또 민족주의적 역사관의 한계를 비판하는 것이 모든 차이화 과정을 대칭적으로 동일화하는 것일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가 제기하는 중요한 논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