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3:50 (토)
오바마는 ‘담대한 희망’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오바마는 ‘담대한 희망’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 유무수
  • 승인 2021.12.24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의 책_『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도널드 서순 지음 | 유강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384쪽

기존 생각 뒷받침하는 뉴스만 계속 찾는 편향적 검색
사기치는 전문가 많아도 각자 능력에 따라 희망 찾자

이집트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지에서 공부한 비교역사학자인 저자는 초등학생 시절 파리에서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수학은 거의 같은 것을 배웠는데, 역사는 헷갈렸다. 프랑스에서 영웅으로 배운 인물이 이탈리아 교실에서는 로마군단에 의해 제압된 야만인 중의 한 명에 불과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이 이 책을 관통한다.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위기는 생겨난다. 이 공백기에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 저자가 목격한 병적인 징후는 △시장주의의 확대와 함께 불평등 심화 △복지의 쇠퇴 △외국인 혐오 △유럽의 균열 △기성정당들의 몰락 △미국 무기력 등이다. 

마키아벨리는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첫째, 순조로운 상황의 운이 있어야 하고, 둘째, 이런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저자에게 이런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잡은 정치 지도자들은 좋은 일이 일어날 때 자기 덕분이며 나쁜 일은 전부 야당이나 이전 정부 탓을 하며, 인터넷과 다양한 뉴스 공급원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생각을 뒷받침하는 뉴스를 계속 찾는 방향으로 편향되고 있으며, 우리는 은행가, 언론인, 변호사, 부동산 중개인도 믿지 않는다는 대목은 우리나라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책의 원본과 달리 번역본은 본문에서 언급한 조지 프레더릭 와츠(1817∼1904)가 그린 「희망(Hope)」(1886)이라는 그림을 표지에 실었다. 버락 오바마가 2004년 정당대회에서 내세웠던 ‘담대한 희망’이라는 슬로건의 영감은 이 그림에서 나왔다. 저자는 볼테르(1694∼1778)의 철학적 소설, 『캉디드』(1759)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세상이 아무리 병든 것처럼 보여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온통 절망이 난무하는 광경을 목격한 캉디드의 마지막 메시지는 절망하며 빈둥거리지 말고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정원을 일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올 것 같은 상황에서도 오늘 심겠다는 자신의 사과나무를 찾아야 한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oc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