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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우리는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았어요
  • 박종학 인천해송고 교사
  • 승인 2021.12.17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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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친 제자들에게_박종학 인천해송고 교사
지난달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때는 정말 아무도 몰랐습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2주간의 등교 중지가 사상 초유의 4월 온라인 개학으로 이어지고 그 여파가 2년 동안 계속되리라고는…. 올해 고3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학교생활기록부 준비와 대입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으로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은 학년이라고 생각하니 짠한 마음과 한편으로 대견한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지난 2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달라진 교육환경 속에서도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여러분은 좌절하지 않고 더 나은 오늘과 내일을 위해 도전해 왔음을 우리는 알기 때문입니다. 비록 당장의 성과는 보이지 않더라도, 겨울나무가 딱딱한 껍질을 뚫고 움을 틔우듯이 수험생들의 지난했던 노력도 머지않은 미래에 환한 꽃망울을 피우리라 믿습니다.

 

모두에게 익숙지 않았던 지난 2년

학생부종합전형은 충실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학생의 성장을 학생부에 담고 이를 반영하는 전형이지만, 사실 코로나19는 학교생활 자체를 어렵게 했지요. 학교 활동을 통해 학생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입니다.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등교 중지와 원격수업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고, 그래서 학업에 집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2학년의 학사 일정은 수업일수 채우는 것으로 쫓기듯 마무리된 상황이었지요. 수상 경력(학기별 한 개씩 반영)의 변화도 혼란 그 자체였지만, 사실 대회 운영 자체가 부족해 노심초사 발을 굴린 적이 있었고, 자율동아리 활동 또한 진로와 생각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어야 가능한데 마스크를 쓰고 띄엄띄엄 만나다 보니 그조차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올해 처음 도입된 대입제도의 변화(수능에서의 선택과목 반영 방법) 또한 고3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이었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불수능’이라니요?

수험생 여러분, 여러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 갔습니다. 등교수업의 대안으로 원격수업이 진행되었지만, 학업 공백은 장기화되었습니다. 그사이 학생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뉴스는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선생님들 또한 급하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대면 수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학교생활기록부의 평가-기록’에 관한 과정을 온라인 수업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토론과 발표, 실험과 체험을 거치면서 학교생활 과정에 성장 기록을 담아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은 그런 과정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생경하고 익숙지 않은 온라인 환경에 직면하면서 지금까지의 수업방식과 경험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방황이 화려한 꽃으로 피어날 것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이 노랫말을 가끔 혼자 되뇌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지난 무엇인가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난 뒤에 여러분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치른 ‘2022 수능’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물론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로 기억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함께 방황하고 고민했던 친구들의 얼굴과 미래를 위한 여러분의 노력만은 삶 속에 보석처럼 영롱하게 박혀 있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되돌릴 수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수능은 끝났지만, 아직 입시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기에 여유를 가지고 좀 쉬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 수시 일정이 녹록지 않게 남아있고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에 따른 충족과 정시 지원 여부에 대한 선택으로 마음속 부담감은 여전할 것입니다. 더구나 정작 진학 준비가 필요할 땐 여태껏 온라인 수업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서야 철 지난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고 매일 등교하고 있는 여러분을 보면서 정말 쉽지 않은 고3 생활이 삼중고(三重苦)의 길임을 새삼 실감합니다. 그런데도 노심초사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늘 그렇듯 세상이 수상하고 고난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화사한 봄꽃처럼 다시 활짝 꽃 피울 미래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둡다고 밝을 때와 달리 사물을 바라보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습니다. 비록 코로나19가 여러분의 학창 시절을 평범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성장이 다시 시작했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다시 시작입니다.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새봄에 움트는 희망의 싹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박종학 인천해송고 교사

인천해송고 진로진학부장교사와 인천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위원, 인천광역시교육청 마중물진로진학지원센터 상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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